15화. 잠시 멈춘 자리에서

『소레나 루밸라: 정서복원소』

by heyna

휴식 / 자기보호 / 감정침전 / 오해 후의 고요 / 자기인식


일을 그만두고,
무기한의 휴식 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문득문득, 일상 속에 그때의 기억이 찾아왔다.
“그때 나는 왜 그렇게 상처받았던 걸까...”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 나의 행동은
도망이 아니라,
오해받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어두웠던 시야가 서서히 밝아지고,
정서복원소의 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문을 열자,
투명한 실에 매달린 유리구슬 모빌이 천장에서 빛을 흘리고 있었다.
그 구슬 안에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들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작은 진동에 반응하듯 미세한 파문이 일었다.


루미가 내 시선을 따라 조용히 말했다.

“이건 감정침전구예요.
시간이 멈춘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흔들리는 감정이 담겨 있죠.”

그가 손끝으로 유리구슬을 살짝 건드리자
안에서 잔잔히 부유하던 빛들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완전히 맑아진 구슬 속에 내 얼굴이 비쳤다.


루미가 미소 지었다.

“보이시죠?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가라앉아야 비로소 투명해지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안의 불안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내가 떠났던 건 도망이 아니라,
흐려진 감정이 다시 맑아질 시간을 얻기 위함이었다.



▽ 루미의 감정 카드

감정이 흐려질 땐 멈추세요.
당신이 떠난 건 회피가 아니라 회복이었어요.
맑아질 때까지 기다릴 용기가
가장 단단한 힘이에요.


▽ 오늘의 마법 장치

감정침전구 (Sediment Globe)

투명한 유리구슬 모빌.

손끝에 닿으며

안의 빛과 그림자가 일렁이며 천천히 가라앉아요.


감정은 억누를 때가 아니라,

잠시 가라앉힐 때 맑아진다.


NOTE by H.na...

시간이 멈춘 줄 알았던 그 순간,
내 감정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가만히 두었더니,
그 감정은 탁함 대신 투명함을 남겼다.


정서복원소 / 루미 / 감정기록 / 감정침전 / 자기보호 / 소레나루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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