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마음에도 처방전이 있다면

『소레나 루밸라: 정서복원소』

by heyna

감정 잔향 / 자기 허용 / 침묵 이후 / 별빛 모래시계 / 회복 / 루미


며칠간, 나는 억지로 웃었다.
회의 자리에서 농담을 던지고,

회식 자리에서 맞장구를 쳤다.
활발해 보여야 한다는 압박에,
평소보다 더 많은 말을 꺼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불 꺼진 방에 앉으면,
그 웃음의 잔향만 남아 있었다.
무겁고 탁한 공기처럼,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깨가 굳고, 목은 저절로 잠겨왔다.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목소리가 쉬어 있는 듯한 기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데,
너무 많은 기운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나는 다시 복원소의 문을 열었다.


루미는 오늘도 말없이 나를 맞았다.
그는 작은 모래시계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안에는 모래 대신,

은은하게 빛나는 가루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더 힘들어요.
가라앉은 감정이 아직도,
내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루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아요.
다만 모양을 달리해 쌓여갑니다.
오늘의 침묵도,
당신이 지나온 빛의 한 조각이에요.”


나는 모래시계를 오래 바라보았다.
빛의 가루는 천천히 내려앉으며
새로운 층위를 만들고 있었다.


마치 흩어졌던 내 말들이,
각자의 자리를 찾아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았다.
무겁게만 느껴지던 잔향은,
빛의 층 속에서 조금씩 의미를 달리해 쌓여가고 있었다.



▽ 루미의 감정카드
감정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모양을 달리해 쌓여갑니다.

지금의 당신도 그 위에 놓이는 하나의 빛일 뿐이에요.


▽ 오늘의 마법 장치
별빛 모래시계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의 가루가 내려앉아,
새로운 층위를 만들어내는 마법.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쌓이며 변합니다.



NOTE by H.na…
마음에도 처방전이 있다면,

그건 ‘괜찮아져라’가 아니라
‘지금도 괜찮다’일 거예요.


정서복원소 / 루미 / 감정기록 / 별빛모래시계 / 감정잔향 / 작가H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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