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레나 루밸라: 정서복원소』
[말하지 않았어] / [트리거] / [반향] / [에코 글래스] / [경계 침해] / [루미]
“왜 말하지 않았어.”
나는 이 말을 너무 자주 들었다.
들을 때마다, 정말 내 잘못일까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처음엔 항변했다.
“말했잖아.”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그건 지금 얘기가 아니잖아.”
사과 대신 돌아온 건 되묻기였고,
회피처럼 보이는 말들이 선수 치듯 쏟아졌다.
그 순간 대화는, 끝이 보이지 않는 말싸움으로 바뀌었다.
정서복원소의 문을 열자,
루미는 반투명한 거울 하나를 꺼내 보였다.
거울 위에는 잔잔한 물결이 퍼져 있었다.
“이건 에코 글래스예요.
당신이 한 말을 비추고 반향시키죠.
하지만 누군가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 반향은 왜곡돼 돌아옵니다.”
나는 거울에 입을 맞추듯 속삭였다.
“나는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거울 속 파문이 일렁이며 되돌아왔다.
“왜 말하지 않았어.”
똑같은 문장이, 그러나 어딘가 비틀린 울림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분명 나는 말했었다.
하지만 상대는 듣지 않았고,
그 책임은 나의 침묵으로 둔갑해 돌아왔다.
루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말을 멈춘 건, 외면해서가 아니에요.
이미 충분히 말했기 때문에, 더는 내뱉지 않은 거예요.
때로는 듣지 않는 귀가, 가장 큰 침묵을 만들어내거든요.”
나는 거울 속 울림이 서서히 가라앉는 걸 보며,
내 잘못이 아니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침묵을 탓하지 않았다.
▽ 루미의 감정카드
침묵은 외면이 아니라, 이미 충분히 말했음을 뜻할 때가 있습니다.
듣지 않은 책임을, 당신이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 오늘의 마법 장치
에코 글래스(반향 거울)
내가 한 말을 되비추고 메아리처럼 울려주는 거울.
그러나 듣지 않는 귀 앞에서는 왜곡된 울림으로 돌아옵니다.
NOTE by H.na…
말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이미 수없이 말했음을 기억하세요.
당신의 침묵은 잘못이 아니라,
자기보호의 다른 언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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