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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연 Nov 10. 2018

마돈나의 퍼스널쉐프, 니시무라선생님의 마크로비오틱 수업

마크로비오틱한 삶은 이렇게도 즐겁다.

 리마에서 상급코스까지 수료한뒤, 정규과정 중에서는 최고레벨인 사범과정이 시작된지 세달째. 사범코스에서는 리마의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마크로비오틱, 의료 업계의 명사들을 초청해 각자 다른 테마의 수업을 한다. 마크로비오틱 중국 음식, 글루텐프리에 대해서 등 그 분야도 다양하다. 조리 실습은 물론, 실습 없는 이론 수업도 마련되어 있다.


 11월 수업은 일본의 마크로비오틱 업계에서는 누구나 알 정도의 유명인, 니시무라 마유미 선생님이 담당했다. 니시무라 마유미 선생님은 마돈나의 퍼스널 쉐프로도 유명하다.


 10여년 전, 일본에서는 마크로비오틱 붐이 일었다. 세계적인 가수, 마돈나가 본인의 건강관리를 위해 일본인을 퍼스널 쉐프로 고용하고, 이 쉐프가 마크로비오틱이라는 장르의 건강식으로 마돈나를 관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바로 이 일본인 퍼스널 쉐프가 니시무라 마유미 선생님이다. 마크로비오틱은 일본인, 사쿠라자와 유키카즈 (해외에서는 조지 오사와 라고 불리기도 한다)가 정리한 개념이지만, 세계를 돌고 돌아, 그렇게 마돈나의 소식으로 일본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도 일본에서 마크로비오틱의 인지도는 높지만, 마크로비오틱의 발상지가 일본이라는 점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니시무라 선생님과는 수업이 있기 하루 전, 리마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나, 미리 인사를 나눴다. 마침, 선생님의 평일 수업이 마무리 된 참이었다. 니시무라 선생님은 한국에서 왔다는 나의 인사에, 무척 반가워 하시며, ‘마유미의 매크로비오틱 키친’ 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선생님의 저서를 만나볼 수 있다는 점 또한 귀띔해주셨다. 나 또한 선생님의 저서는 일본어로 읽어보았기 때문에 책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찾아온 수업 당일. 마유미 선생님의 수업 주제는 ‘유니버설한 식사’였다. 미국에서 마돈나를 포함해 많은 스타들의 식생활을 책임지고, 지금은 세계 각국에서 마크로비오틱을 알리고 있는 마유미 선생님다운 테마였다. 준비된 메뉴 또한, 두부치즈를 올린 피자, 포르치니 현미 리조또, 비트 포토푀, 마크로비오틱 퐁당쇼콜라와 같이 마크로비오틱에 기반한 이국적인 요리였다.

끊임없이 설명을 하며 엄청난 양과 종류의 요리를 진행하는 파워를 보여주신 마유미 선생님

 마유미 선생님은 시종일관 60대라고는 믿을 수 없는 파워와 긍정적인 모습으로 수강생들을 압도했다. 준비된 레시피 대로 조리가 진행되지 않아도, 당황한 기색없이 즉석에서 대응하며 요리를 진행했다. 이런 마유미 선생님이 강조한 점은 ‘요리는 서바이벌’이라는 점이었다. 


 ‘여러분. 갑작스럽게 현미밥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IH렌지 밖에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니면 전기밥솥, 압력밥솥이 없다던가. 리마에서 사범까지 졸업했는데, 가스렌지가 아니라고 현미밥을 못짓고, 밥솥이 없다고 현미밥을 못짓는다면 엄청난 망신이겠죠? 마크로비오틱을 알리고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이라면 현미밥 정도는 어디서든 지을수 있어야합니다. 하다못해 현미죽이라도 내셔야합니다.’


 맞다.  마크로비오틱에 정답은 없다. 배운대로 현미밥을 지을수 없다는 이유로 흰 쌀밥을 먹거나 즉석밥을 데워먹는 것은 마크로비오틱의 프로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마유미선생님은 세계 각국을 돌며 마크로비오틱 식생활을 알리는 캠프를 개최하고 계시기도 하다. 조리환경이 열악한 캠프를 경험하며 어떤 곳에서든 마크로비오틱을 실천해온 마유미 선생님다운 가르침이었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마유미 선생님의 ‘유니버설한 식사’. 버터와 생크림 없이도 입에서 살살 녹는 마크로비오틱 퐁당쇼콜라와 모짜렐라 치즈처럼 몽실한 두부 치즈를 올린 피자에 수강생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 여름 채소인 토마토를 사용하는 대신에 식초를 살짝 더해 산미를 살린 포토푀 역시 몸이 따끈해지는 편안한 맛이었다.

 식사를 하며 이어진 수업에서 선생님은 주섬주섬 무언가를 보여주셨다. 보온병과 마유미 선생님의 젓가락이었다. 바쁘게 이 곳 저 곳을 옮겨다니며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시면서도 선생님은 페트병에 든 음료수 한번 사드시지 않으며, 일회용 젓가락이 제공되는 음식점에서도 본인의 젓가락을 사용하고 계신다고. 이러한 이야기외 함께, 하루 한끼 마돈나의 퍼스널쉐프에게 배운 요리를 먹는 것이 마크로비오틱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하는 조화로운 삶을 살 것을 권하셨다. 그리고 자신을 괴롭히지 않으며 그 삶을 즐길 것, 그것이 마크로비오틱한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을 강조하셨다.


 마유미 선생님의 수업을 듣기전 이미, 선생님의 책으로 먼저 선생님을 접했다. 마유미 선생님의 레시피와 이론도 무척이나 참고가 되었지만, 마유미 선생님의 책에서 가장 공부가 된 점은, 마유미 선생님 본인이 마크로비오틱을 정말 사랑하고 즐기고 있다는 점이 책 만으로도 전달된다는 점이었다. 마크로비오틱을 알리는 사람 본인이 즐거워 보이지 않으면,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마크로비오틱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마유미 선생님은 틀에 얽매이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마크로비오틱을 즐기고 있었다. 마유미 선생님의 수업에서도 이 점은 그대로 전달되어, 마치 MT중 다함께 즐겁게 요리를 하는 것과 같은 수업이었다. 

다함께 피자를 빚으며 여고생들처럼 즐거워 하기도 했다.

 이처럼 마크로비오틱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음식은 이렇게 조리하면 안되고, 이 음식은 이 계절에 절대 쓰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원칙은 없다. 마크로비오틱은 즐기는 것이다. 자연의 생명력으로 자라난 식재료에 감사하며 버리지 않고 감사하게 요리하고 맛있게 먹는 생활. 배운대로 밥을 짓지 않아도 상황에 맞춰서 밥을 짓는 임기응변. 마크로비오틱의 이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요리하고, 자연과 조화하며 즐겁게, 나 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마크로비오틱이 아닐까. 사범수업을 들어오며 잠시 머리가 무거워져 있던 나에게 마유미 선생님의 수업은 냉수마사지와도 같은 자극을 주었다. 


마크로비오틱이란? 차근차근 알아가는 마크로비오틱.


마크로비오틱 푸드 레시피와 조각글은 블로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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