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취향, 김민철
“광고가 제 인생에 훌륭한 수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광고는 두 번째.”
당돌한 신입사원의 말.
직장 상사들이 다 앉아 있는 술자리에서
호기롭게 내뱉은 한마디.
“광고는 두 번째.”
힘이 센 광고를
고집스레 두 번째 자리에 앉히고
연약한 저녁 식사를 첫 번째로,
사소한 여행을 첫 번째로,
가족과의 약속을 첫 번째로.
연약하지만 중요한
사소하지만 소중한
그 모든 것들을 위해
첫 번째 자리를 비워두겠다는 다짐.
광고는 힘이 세니까.
잠깐만 한눈을 팔아도
급한 일이라는 탈을 쓰고,
경쟁 피티라는 옷을 입고,
금세 내 일상의 첫 번째 자리를
천연덕스럽게 차지해버리곤 했으니까.
잘 살기 위해 시작한 광고라는 일이
나를 잘 못 살게 한다면
그거야말로 큰일이었으니까.
13년 전 그 신입사원이
이제는 CD가 되어
사보에 써 내려가는 그때 그 다짐.
“광고는 두 번째.”
결국 잘 살기 위해
우리는 광고를 만드니까.
기어이 잘 살아야
우리는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으니까.
하루의 취향 | 김민철 저
리디북스에서 자세히 보기: https://ridibooks.com/books/178000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