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에집중하라][외전] 조미진 작가

Frontière · 경계 전

by 한봉규 PHILIP


조미진 작가를 알고 지낸 지 햇수로 3년 재쯤이다. 페이스 북에서 친구 맺기로 인연을 만들었고, 2019년 4월 국내 개인전 때 찾아가 뵈었다. 전시회를 들르곤 하지만 작가분을 청해 만난 일은 처음이었다. 연예인을 만나는 들뜸 같은 것도 있었다. 무엇보다 조미진 작가 작품 세계관을 직접 체험한다는 일이 경이로웠다.


조미진 작가는 현재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했다. 집 밖으로 나오면 에펠 탑이며, 샹제르제 거리와 몽마르트르 언덕,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이 가까이 있는 탓인지 카메라에 담은 풍경이 아름답고 예술적 감수성이 풍성해 보였어요라고 말이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의외였다. 서울에 살면서 남산이며 서촌과 북촌, 서대문 역사 박물관, 예술의 전당, 국립 현대 미술관을 얼마나 자주 갈까요. 집 밖에 예술품이 천지라도 꿰어야 보배잖아요. 발품 파는 양이 작품을 만드는 듯도 싶어요. 부지런한 사람에겐 예술이지만 게으른 사람에게는 한낱 도시에 불과해요. 분명 무엇인가 특별할 것이란 내 기대를 반성했다.


작가 말을 들은 후 나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모니터로 작품 보는 습관은 어느새 전시장을 직접 찾고, 궁금한 점은 작가분에게 직접 물었다. 하지만 조미진 작가 작품은 지리적으로 그럴 수 없었다. 해서 작가의 국내 전시회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한데 프랑스 전시를 먼저 한다는 것이다. 그럼 국내 전시는요라고 물었다. 지금 추진 중이고 곧 좋은 소식을 전하겠다고 했다. 기차 한 번으로 프랑스 파리 역에 도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아스라한 생각을 여러 번 반복했다. 아쉬워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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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진 작가 스스로가 선호한다는 작품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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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작품으로 조미진 작가를 알았고, 우측 작품에서 탄성을 질렀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 류와 작가가 선호하는 작품 류는 확연히 다르다. 나는 인물 사진을 좋아한다. 작품 배경과 구도, 순간을 포착하는 날렵함과 셔터 속도 소리를 상상하면 짜릿하다. 무엇보다 따듯하다. 외롭지 않을 만큼 있는 침묵이 좋다. 반면에 작가는 흔들리고 흐릿하고 정지 화면을 오랫동안 지켜보는 듯한 인상, 물 안개를 피운 듯해 실체를 알볼 듯 말 듯 한 작품이라고나 할까. 그 까닭을 묻자 답변은 간명했다. '나는 그게 좋더라고요!'. 답변을 이은 부연 설명이 있었지만, 짤막한 이 답변으로 족하다. 내게 왜 인물 사진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나 역시 그게 좋기 때문이다. 자기가 좋은 일을 신나게 하는 것은 신명 나고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술이 말하는 진리는 생각만큼 심오하지 않았다. 즐기는 자의 몫이었다.


이번 프랑스에서 여는 개인전 콘셉트는 '경계'(Frontière)이다. 미루어 짐작건대 작가께서 '나는 그게 좋다'라는 말을 전시 제목으로 개념화 한 말 같았다. 내심 정말 잘 뽑으셨구나 싶었다. 꽤 오랫동안 작가 작품을 즐기면 '경계'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다양한 감정 언어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감정어에는 작가가 늘 고심하고, 애틋해 마지않는 향수도 있고, 실존함도 있다. 또한 여러 역할을 하며 사는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과 또 다른 자아에게 묻고 듣고 싶은 선언과도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보이지 않는 경계로 인해 더 나아가지도 또는 들어오지도 못한 채 망설이는 자신에게 또는 타인에게 작가가 꼭 일러주고 싶고 타이르고 싶은 말을 필름에 담은 언어 기록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한국 전시회를 연다고 하니 그때까지 내 생각을 잘 보관해 둬야겠다. 아, 이 역시 경계 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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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ntière전
장소 : 엘컨셉갤러리(Ailes Concept Gallery)
전시기간 : 2월 15일부터 2월 29일까지
전시오프닝: 2월 15일 17시부터 20시 30분까지
개관시간 : 12시~19시 (목~월)
주소 : GALERIE 17-18 | 78 Avenue de Suffren, 75015 Paris
CONTACT : +33 (0)6 84 37 78 78


한 가지 빼 놔서는 안될 일이 있다. 블로그 글 중 [일을탐하다]라는 제호로 쓰기 시작한 글에는 모두 조미진 작가 작품을 수록했다. 엉성한 내 글을 작가 작품으로 만회해 보려는 얄팍한 계산을 했다. 이를 알고도 작가께서 작품 이미지를 맘껏 쓰라고 흔쾌히 허락하셨다. 지금은 출간한 내 책을 알리는 데 열 올리느라 작품 소개하는 일을 잠시 숨 고르고 있지만, 작가를 향한 존경심과 작품에 대한 애정만큼은 멈춘 적은 없다. 조미진 작가의 작품에 늘 경의를 표한다.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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