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에집중하라] 백년이 된 산초
photo by cho mijin
by 한봉규 PHILIP Apr 18. 2020
조미진 작가. 20200418. facebook.com/mijin1203
기사 돈키호테는 산초 눈동자 속으로 쳐들어 가고 있었다. 그 기세로 큰 소리를 냈다.
"산초~, 내 말 잘 들어라! 지금부터 네가 '새로운 백 년'이다.” 산초는 돈키호테가 불덩이처럼 보였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동자가 그랬고, 온몸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백 년은 '부끄러운 줄' 아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산초! 그것이 무엇인가 써라! 남의 말 옮겨 적지 말고, 스스로 생각한 것을 써라!"
산초는 온몸에 열이 났다. 눈물이 났다. 더군다나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분통인지 울분인지 알 수 없는 액체가 마음속에서 끓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산초 모습을 보고도 돈키호테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엇을 모르는지를 써라. 그것은 부끄러운 일 아니다. 정말 부끄러운 일은 지금부터 말하는 이 숫자를 잊는 것이다.” 바다 끝을 바라보는 눈동자로 돈키호테는 말을 이어갔다.
"이 숫자만큼은 잊지 말아라! 새로운 백 년에 담아야 할 기상이고 정신이고 마음이다. 산초!" 돈키호테는 긴 창으로 산초 발끝에서부터 숫자를 쓰기 시작했다.
411
419
518
610
523
416
310
510
415
"이 숫자를 쓰면 무엇이 부끄러운 줄 안다. 모르면 알 때까지 써라. 멈추지 말고 써라. 멈추면 백 년 후 백 년은 없다. 산초~" 백사장 끝 쪽 일직선상에 돈키호테는 서 있었다. 자기에게 달려온 시작점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모래 바닥에 쓴 숫자가 한 무리씩 뛰어올라 산초 입안으로 들어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꿀떡꿀떡 넘어갔다. 뜨겁고 슬펐다. 애틋도 했고 애잔도 했다. 숫자를 썰고 나갈 밀물이 들어왔지만 허사였다.
"산초, 오늘부터 네 이름은 '백년'이다. 네가 쓰는 모든 글은 '백년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