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야생으로 던져질 준비가 필요합니다
1. 나태해질 때마다 꺼내보는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4년 전, 공동창업으로 시작한 첫 사업을 마무리하고 8개월 간 백수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거란 자신감으로 회사를 나왔는데....
-현실은 매일같이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치를 떨었습니다. 떨어져가는 통장 잔고에 불안함이 엄습했습니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이들의 볼을 쓰다듬다 문득 섬뜩해져, 도망치듯 집을 나와 텅 빈 새벽 공기를 마시며 소리 없이 흐느꼈습니다.
-섬광처럼 강렬했던 8개월이었습니다. 이 때의 경험을 통해 알게된 건 다음과 같습니다. 관련된 고민을 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2. 전문성이 필요하다.
-회사 없이도 적어도 수 개월은 프리랜서로 일하며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 능력은 전문성에서 옵니다. 회사에서 <특정 직무를 맡고 있다는 것>과 <그 직무에 전문가라는 것> 사이에는 북극과 남극만큼의 거리가 있습니다.
-회사의 울타리를 걷어내면 생각보다 혼자만의 힘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됩니다. “회사에서 마케팅을 해봤다”는 말을 믿고 수천만원 마케팅비를 턱턱 내놓을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일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골격과 세부적인 사항 하나하나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귀신 같은 실력>이 전문성입니다. 이러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어느 날 방 한구석에 웅크려 고독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3. 전문성만 있어서는 안된다.
-전문성이라는 미명 아래 한 가지만 파다 보면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진정 오래 살아남아 독립하길 원한다면 북치고 장구치고 꽹가리도 칠 수 있어야 합니다.
-투자 유치도 하고 재무도 챙기고 마케팅도 하고 영업도 하고 제품도 만들고 사무실도 구하고 인재도 채용하고, 이 모든 걸 특점 시점까지는 오로지 혼자 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아직 회사에 재직중인 분들이라면 자꾸 옆 부서의 일을 기웃거려야합니다. 같은 부서 사람들 말고도 다른 부서 사람들과 친해지며 하나 하나 알아가다 보면 북 치고 장구치고 꽹과리 치며 상모까지 돌릴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저는 이걸 못해서 아직 재창업 생각이 없습니다.
4. 뻔하지만 주인의식이 필요합니다.
-최근 한 투자사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첫 커리어를 정부 창업지원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주인의식이 남달랐던 그는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본인의 소명으로 여기며 창업지원단장을 직접 찾아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행계획들을 틈만 나면 쏟아내는 통에 주변에서 “계약직이 뭘 그렇게까지 하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게까지 한 이유: 창업기업 대표님들을 정부지원금 받고 1년 뒤 안 볼 사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아이폰으로 전세계를 호령하는 애플도 시작은 집 차고였다고 하지요. 창업가들의 초라한 지금을 보는 게 아니라 미래를 본 겁니다. 그 때의 주인의식으로 만들어낸 경험과 네트워크가 쌓여 지금은 투자사 대표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주인의식입니다. 진짜 주인이 되었을 때를 상상하며 일하는 것. 남의 사업이 아니라 내 사업이라 생각하고 접근하면 회사에서 일하며 만난 모든 인연이 내 고객처럼 느껴집니다. 그를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 허투루 대하지 않게 됩니다. 그 덕에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도와줄 알짜 네트워크가 형성됩니다.
5.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내가 회사를 원하는 것보다 회사가 나를 더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합니다. 오랜 기간 함께 해왔던 정은 잠시 제껴두고,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
-내가 회사를 나온다면 더 아쉬운 쪽은 나일까, 회사일까. 확신할 수 없다면? 회사가 나를 원하지 않을 때 또는 함께하게 될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왔을 때 언제든 미련없이 떠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합니다.
-단, 주의할 것: 사람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내 생각만큼 회사는 나의 존재를 크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늘 겸손하게 최대한의 배움을 추구하는 사람만이 회사에 속하건 속하지 않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6. 늘 마지막이라는 상상을 하며 출근을 합니다.
-오늘이, 이번 주가, 이번 분기가 내가 이 회사에 있을 마지막 시기라고 상상하며 출근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4년 전 고독했던 새벽 찬 공기가 떠오르며 나태해졌던 정신이 번쩍 깨어납니다.
-결코 영원한 건 없습니다. 언제든 야생으로 던져져 홀로 먹이를 사냥하고 움막을 짓고 마을을 이룰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역설적으로 그럴 수 있는 사람만이 회사에 임팩트 있는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힘찬 하루를 응원합니다.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는 <진짜 실력>을 갖출 수 있는 기회는 <오늘 하루>에 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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