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해온 사랑은 연약하고 모호했다.
그런 사랑도 사랑이라고 여기며 꾸준히 사랑을 흉내냈다.
그런 내게, 그 사람이 보여준 사랑은 단단하고 선명했다.
못 이겨내는 감정에 뒤덮여 허우적대는 게 아니라,
넘실거리도록 주고받다가 촉촉이 차오른 마음속을 깊게 헤엄치는 게 사랑이었다.
나는 장미에 버금갈 만큼 지독한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찬양해주는 사람
나의 가시가 너에게만큼은 무해하다며 온몸으로 나를 받아내주는 사람
이토록 벅찬데도 이게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
그 마음에 힘입어 어떻게 하면 더 잘 사랑할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사람
수많은 별똥별이 쏟아져 내려도 네가 넋을 잃고 바라보는 건 나일 거라는 걸,
네 눈에 반짝일 존재는 나뿐이라는 걸 나는 안다.
내가 밝음이라면 너는 기꺼이 어둠이 되어줄 거란 걸 나는 안다.
그렇게 낮과 밤이 탄생하고, 하루하루가 채워져, 이윽고 둘만의 우주가 펼쳐진다.
그 우주에는 중력이 사라지고, 시간이 느슨해지고, 육체는 늘어져버려
1분 1초마다 지대한 역사가 만들어진다.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 무한히 확장하는 시공간, 그 속에 견고하게 존재하는,
어떤 이론으로도 해석될 수 없고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광활한 사랑
그렇게 어린 왕자를 기다리던 장미는
어른 왕자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