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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예림 Aug 29. 2023

동물원을 품은 사람


그 사람을 그린다

이윽고 동물들이 모여든다



그 사람을 기다리면

나는

달팽이집을 찾는 민달팽이가 되고



그 사람을 만나러 가면

나는

사랑의 메세지를 전해주는 비둘기가 되고



그 사람을 안고 있다 보면

나는

능수능란하게 몸을 꼬는 뱀이 되고



그 사람을 칠한다

마침내 동물원이 펼쳐진다



당신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또렷한 눈동자가 비친 나로 맑게 차올라 있는

사슴의 시선과 맞닿는다



당신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느릿한 움직임 속에서도 분주히 사랑을 읊고 있는

나무늘보의 소리가 읽힌다



당신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연속되는 멜로디마저도 변주의 연속인

종알거리는 참새들의 입모양이 겹쳐 보인다



우리가 일궈낸 작은 동물원

민달팽이 하나 뱀 하나

비둘기와 참새떼

아기 사슴과 어미 나무늘보



여섯 종류의 동물들

각기

제 짝을 만난다



그 사람을 떼어낸다

비로소 동물원이 완성됐다



내 마음에 붙인다

마침내 동물원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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