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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예림 Sep 15. 2023

꿈결에

꿈결에


미결의 사건들이

미완의 문장이 되어

꿈결에 둥둥 떠다닌다


세탁소 옷 맡기기

선인장에 물 한 모금 주기

또 그리고 뭐였더라


있는 힘껏 미간을 가운데로 조이고

파르르 속눈썹 가닥을 떨며

슬그머니 눈을 감는다


마침내 도착한

허락 없이 방문한 누군가의 꿈속


실오라기 한 올마저도

익숙한 것 하나 없지만

제 주인인 듯 안착한다


절벽에서 떨어지고

누군가와 헤어지고

치열하게 도망치고


그래도 좋다고

매번 어김없이 도착

단골의 혜택 없지만 푸념 없이


사랑했던 그를 만나고

사랑하고 있는 그를 만나고

사랑할 그를 만나고

낯설지만 사랑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게 되는 곳


호숫가를 빙빙 돌다가

발목까지 물에 담근 채 벌러덩 누워

입가에 묻어 있는

초코파이 가루를 닦아주며


남은 생에 떠 있을

모든 햇살과 모든 밤을

너와 보내고 싶다고


그 순간

어디선가 누군가의 입에서 뿜어진 비눗방울이

여기까지 두둥실 날아와

눈앞에서 톡톡톡 부서지고


남은 한 방울마저 자취를 감추어

아쉬워할 때

그의 얼굴은 성큼 다가오고

입이 맞춰진다


삐 -


숨소리 사이에 섞여 있는

황홀한 종소리

아니, 미끄러지듯

꿈에서 빠져나와

알람을 끈다


미결의 사건들이

미완의 장면이 되어

꿈결에 둥둥 떠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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