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백꾸 Jan 09. 2021

3개월차 신입이 말하는 좋은 선배의 됨됨이

[2년 후] 꼭 다시 꺼내서 살펴보기

회사에서 신입, 막내로 일하면서 내가 느낀 좋은 선배의 됨됨이. 언젠가 꼭 기록해두고 싶단 생각을 벌써 1년째 하고 있는데 이제서야 끄적여본다. 우리 팀이며 다른 팀이며 미어캣처럼 염탐하고 주변 동료들한테 듣고 느끼는게 많았다. 대부분 인턴생활이 많았어서 다소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 첫 사회생활 속에서 좋은거든 싫은거든 인상 깊었던 순간들이 꽤 있었다. 그런데 한 번에 기억하려고 하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는데 요즘들어 스멀스멀 기억이 되살아난다. 사람의 기억은 언제나 미화되기 마련이기에.. 분명 그때도 힘들었던 것 같은데 아름다운 장면들만 기억속에 남아 나의 마음을 툭툭 친다. 그냥 문득, 집에 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렇게 1년.. 2년.. 직장인으로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누군가의 '선배' '사수'가 되어있을 테니까..? 지금 떠오르는 이 감정들을 기록해두고 최선을 다하는 선배가 되자. 라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1. 일관성 있는 사람



이건 약간 업무보다는 인성과 관련된 문제였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 것. 진짜 중요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건데도 회사 다니다 보니 이거 잘 지키는 사람.. 매우 극소수다. 사실 나조차도 막 이것저것 멀티로 쳐내다 보면 어느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기분 안 좋은 상태가 될 때가 많다. 퇴근하고 집 가면서 아.. 오늘 너무 인상 쓰고 일했던 거 같은데.. 하면서 누가 내 표정을 봤으면 어떡하지..? 하는 쫄보 마인드가 올라오곤 하는데 ㅋㅋ 그만큼 내 기분을 감추고 숨기는 게 어려운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하는 것 같다.


그냥 사람은 되게 간사한 것 같다. 보통 자기 기분을 절대 "선배" 에게는 티내지 않기 때문이다. 티 낼 수 없다는 표현이 맞는거겠지 ^^ 그런데 주변에 자신보다 어린 후배가 앉아있을때는 마치 갑질이라도 하듯 티를 내며 한숨을 푹푹 내쉬고 인상을 찌푸린다. 누가봐도 건드리지 말라는 몸짓으로 말이다. 예전에 한 교육그룹 회사에서 인턴을 했을 때 동기 언니가 이런 말을 했었다. "파트장님 기분 안 좋아 보일 때는 뭘 물어볼 수가 없어. 옆에서 얼마나 눈치 보이는지 ^^ 그냥 기분좋을때 다시 물어보자. 하고 내일로 미룬다니까"


솔직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만한 참 흔한 일이긴 하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는거. 다들 알면서 어려워한다는거 나도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다. 충분히 나도 똑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냥, 회사가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건지? 아니면 원래 그정도 그릇밖에 안되는 사람인건지? 답답한 질문이 머리를 멤돈다. 사실 사람 마음이라는게, 가족도 친구도 애인도 맞춰주기 어려운건데.. 그걸 회사에서.. 누구한테 이해받기를 바라는걸까..? 오히려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꼴이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심플한 문제다. 이곳은 회사다. 내 기분은 남한테 알아달라고 할게 아니라 내가 잘 컨트롤하는게 맞는 것 같다.


한숨 푹푹 내쉬며 주변 사람들 신경 쓰이게 하는 행동은 삼가자. 특히 눈치 안 봐도 되는 사람이라고 그 앞에서 시한폭탄처럼 앉아있는거.. 조심하자. 후배입장에서는 감정적인 갑질로밖에 안 느껴지니, 이 점 꼭 기억하고 부디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길 바란다.



2. 하나를 물어보면 열을 알려주는 사람



온라인 광고대행사에 있으면서 직속 선배한테 많이 배웠던 부분이다. 그때도 인턴이었는데 매일 같이 동기와  선배를 칭찬하며 우리도  저렇게 유들유들한 선배가 되자. 다짐하곤 했다 ㅎㅎ 이미 회사 내부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직원이라는 사실에 버프가 있었던 것도 맞지만, 직접 일을 배워보니  인정받는지 알겠다 싶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떠오르는데 무엇보다 나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시는 모습에서 제일 많이 감명받았다. 단순히 나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주셔서 좋은  아니었다. ? 후배가 질문을 하네? 여기 대답해줄게!  아니라, 내가 궁금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최선의 대답을 해주시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흔히 커뮤니케이션을 잘해야한다. 라고 말하면 보통 협력사 혹은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의 소통만 중요시할텐데,  분은 그런 면에서 더 멋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지 않으셨나 싶다. 나같은 햇병아리 인턴의 마음도 헤아리며 커뮤니케이션 해주셨으니 말이다! 회사에 있는 3개월 동안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신 멋진(?) 선배였다 ㅎㅎ 


예를 들어 하루는 경쟁사 모니터링을 하면서, 이것도 타사에서 집행하는 광고인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혹시 이 광고 소재도 모니터링에 넣을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뭐 일반적인 선배였다면 "이건 ~~ 에서 하는거니까 안 넣어도 돼요!" 이 정도로만 답해주셨을 것 같다. 나도 그 정도만 바라고 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 선배는 "~~ 에서 하는 거니까 안 넣어도 돼요! ~~ 광고와 같은 경우에 꼭 집행사 로고가 들어가야 하는데 이건 ~~라고 되어 있어서 ~~라고 유추해볼 수 있을거 같아요"라고 답해주셨다.


와... 무슨 강의 듣는 것처럼 이해를 쏙쏙 시켜주시네. 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별생각 없이 질문한 거였는데, 이 대답을 듣고 나는 해당 광고상품 소개서를 다운받아 읽어보고 선배가 알려주신 부분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 디테일하게 챙겨주신 선배한테 감사한 마음이 들어 스스로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나온 자발적인 행동이었다. 광고상품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경쟁사 동향이 눈에 더 잘 들어오겠구나! 싶었고 어쩌면 선배는 그 부분을 일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결국 나는 뭘 공부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깨달았고 배우는 자세로 더 찾아보고 공부할 수 있었으니까 ㅎㅎ


생각해보면 업무 설명을 해주실 때 항상 이런 화법을 쓰셨다. 선배님 ~~~ 이렇게 하는게 맞나요..?라고 물으면 “네 ~~ 이에요! 이게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 이고 나중에 ~~~ 할 때 활용하기에도 좋고, 사실 대행사라는게 퍼포먼스는 당연히 내야 하니까 이런 디테일을 챙기는게 어쩌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향후 이게 어떤 식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알아두면 좋고 필요하다는 근거와 함께 (다소 귀찮은 일에 대해서는) 우리가 왜 해야 하는지 Why 꼭 덧붙이며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단순 (노가다) 업무도 절대 그냥 주지 않았다. “이게 사실 완전 노가다 작업이기도 한데 이 일을 할때는 그냥 저는 5초만 머리 굴리고, 10분 노가다 작업하고, 다시 5초 생각하고 10분 노가다 작업하고 이런 식으로 해요. 이게 하다보면 귀찮고 내가 뭐하는거지 싶은데 사실 어쩔 수 없어요.ㅠㅠ ” 하면서 단순업무가 귀찮을 수밖에 없다는 부분을 솔직하게 이해시켜 주셨다. 이 말을 듣고 아, 다들 이런 생각으로 일하고 계신거구나. 하며 위안이 됐다. 순간적으로 그동안 영혼없이 해오던 지난날들에 대한 부끄러움도 들면서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생각을 고쳐먹기로 결심했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때 내가 느낀건 딱 하나였다. 내가 나중에 후배분들께 새로운 업무를 인수인계하는 상황에서,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자. 그리고 그 사람이 애써주고 있다는걸 충분히 알아주자.. 별거 아니지만 후배 입장에서는 그거 하나 알아주는게 엄청 큰 힘이 된다는거..? 나도 받은 만큼 꼭 돌려주자 하는 다짐 ^^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ㄱㅇㅅ 선배님. 이제 와서 새삼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언젠가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면 커피 한잔 대접하고 싶다.


적다 보니 후배 입장에서 이런 마음 들게 행동하는 선배가 최고가 아닐까 싶다.



3. 합리적으로 일하는 사람



대행사는 마케팅, 광고 수수료로 먹고산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매출을 내는데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대행사는 정해진 월 예산을 잘 소진하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이전 회사는 나에게 좋은 귀감을 주지 못했다. 왜냐하면 뜬금없이 모든 소재를 입찰가 1위로 올리라고 하실 때가 잦았기 때문이다. 예산을 너무 안써서.. 빨리 써버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후.. 그런데 내 입장에서는 지난 1주일 동안 CTR, ROAS 등 효율 체크하면서 그룹별로 인사이트도 뽑아보면서 순위를 맞춰 놓았는데.. 광고비 소진 때문에 입찰가를 다 올리라니... 회사 매출이 중요한건 알겠다만 모든 대행사 AE가 이렇게 일하고 있는걸까? 내가 하고 싶었던 마케팅이 결국 이런일인가? 하는 개인적인 현타가 자주 왔다;;


그런데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는 이런 부분에서 조금 낫다. 지난 3개월간 계속 이월된 SNS광고 예산 금액을 두고 “수천만원의 금액을 모두 SNS 광고로 태우기에는 그냥 제 맘이 허락하질 않는다.. 이 부분은 믹스를 다시 짜보는게 좋을 것 같다" 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입사한지 1개월? 되었을 때였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여기는 그래도 합리적으로 일하는 팀이구나. 그런 팀으로 내가 잘 들어오게 됐구나. 다행이다. 싶었다. 아무리 광고대행 수수료로 먹고 산다지만 사명감을 개나 줘버릴 것도 아니고....


나도 언젠가 팀장의 위치에 올라간다면, 단순히 매출만 잘 내는 직원이 아니라 써야할 곳에 돈을 제대로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었다. 정해진 예산을 최대한 다 쓰려는 목적으로 운영만 잘하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돈을  쓰기도, 더 쓰기도 하면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그런 사람.


개인의 사명감 vs 회사의 매출

최소한 6:4의 마인드로 장착하고 싶다.






옛날 생각도 하면서 적다보니 정말 많은 에피소드들이 스쳐 지나간다. 아직 다 인턴이라 그랬는지.. 혼난 적이 없다는게 새삼 감사하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일하는 동료들에 대한 니즈는 남아있는 것 같다. ㅎㅎ 나부터 그런 사람이 되는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나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걸까봐.. 회사에서는 나만 잘해서는 결국 안되는거니까.. 하며 갈팡질팡 중이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은근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어렵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나한테 중요한 가치는 다른 데에 있었다는 생각에 더 혼란스러워지고 그렇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