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UX 개선 프로젝트 회고
몸담았던 회사들의 연이은 경영 악화를 스스로의 책임처럼 받아들이며 번아웃을 겪었을 때, 재취업 대신 카페 아르바이트를 선택했다. 일과 거리를 두고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커피 향 가득한 공간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카페는 매일 크고 작은 돌발 상황이 쉼 없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저마다 다른 요구를 가진 손님들, 엇갈리는 이해관계자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 사무실에서 데이터로 이해하던 사용자와 문제 상황이 눈앞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이 문제를 UX 관점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 프로젝트는 위 질문에서 시작한 실험의 기록이다. 서비스를 설계하는 디자이너가 아닌, 수많은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카페 아르바이트생으로서 마주친 문제들을 서비스 생태계의 관점으로 다시 해석하고자 했다. 표면적 불편함 너머에 있는 맥락, 즉 시니어의 인지 및 행동 특성, 배달 플랫폼의 수익 구조가 만들어내는 기사님의 행동 패턴 같은 것들이 그 출발점이었다. 이를 기반으로 가설을 세우고, 해결 방향을 탐색했다.
돌이켜보면, 카페에서 보낸 시간은 긴 섀도잉 인터뷰(Shadowing Interview)에 가까웠다. 화면과 지표 너머의 사용자는 훨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했으며, 작은 문장 하나, 동선 하나, 설명 방식 하나가 경험의 질을 크게 바꾸기도 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지점은 AI의 활용 방식이었다. 아이디어 스케치나 시각화에 그치지 않고, 리서치와 설계 전 과정에서 사고 파트너로 다양한 AI를 활용했다. 특히 Manus를 통해 가상의 페르소나를 설정하여 UT와 인터뷰 시뮬레이션을 실행함으로써, 사전에 리서치 설계를 점검하고 가설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AI가 리서치의 대체재가 아닌, 설계를 정교하게 다듬는 선행 검증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경험이었다.
이처럼 거창한 해결책보다는, 일상의 불편함을 UX 관점의 통찰로 전환한 과정을 담으려 했다. 현장의 맥락에서 사용자를 이해하고 문제를 정의하는 일에 관심 있는 분들께 작게나마 실무적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