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날의 기억

흔들리던 마음을 붙잡아 준 한마디

by 이정익

벌써 이번 주가 수능이네요.

수능이 다가오면 늘 떠오르는 일이 있습니다.


저는 늦은 나이에 미대 입시를 준비해 스물일곱에 새내기 미대생이 되었습니다.

군 전역 후 미대를 준비하며 2005년 수능에서 모든 대학에 불합격했고, 다시 마음을 다잡아 2006년 11월 수능을 준비했습니다. 군 복무 중 치른 시험까지 합하면 여섯 번째 수능이었지요. 여느 때처럼 춥던 날이었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아 1교시 언어영역을 치렀습니다. 언어는 그나마 자신이 있었습니다. 모의고사에서 잘 나오면 2등급, 평균은 3등급이었기에 수능에서도 3등급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이었을까요. 시간 배분을 그르쳐 시험 종료 10분을 남기고 비문학 포함 20문제 정도를 못 풀고 있었습니다. 연필로 줄만 긋고 있었고, ‘망했다’는 생각에 지문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

이번마저 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초조함이 극에 달했지요.


그때 감독관 선생님이 제게 다가와 어깨에 손을 얹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직 시간 남았으니 천천히 풀어봐.”


그 한마디가 우황청심환처럼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두세 지문을 더 풀었습니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찍었지만, 그 말이 아니었다면 그 10분 동안 아무것도 못 했을 겁니다. 실제 수능 점수는 모의고사보다 잘 나오진 않았지만, 그 순간 끝까지 버틸 수 있었고, 어쩌면 또 낙방했을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꿔 준 말이었습니다.


추웠던 수능날이 오면 늘 그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선생님께는 하루 감독 업무 중 건넨 말 한마디였겠지만, 제겐 인생을 바꿀 만한 큰 위로였습니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올해 수능을 치르는 모든 수험생들이 준비한 대로 실력을 다 펼치길 바랍니다.
모든 수험생 여러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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