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기억 ㅣ 하히라의 한중록
어느 해에는 덕수궁을 일주일에 두번씩 방문해가면서 곳곳을 누비면서도 또 가고 싶었고 서원이나 사찰에가면 왜인지 모르게 그저 행복해하여 앵기맨이 붙여준 별명 그대로 나는 ‘문화재충’이다.
앵기신랑과 결혼하고 화성에 살게 되면서 부터 나는 그토록 수원화성이 가고싶고 또 보고싶었는데_ 이놈의 남편이라는 사람은 이리도 가까운 곳을 그토록 멀게 느껴지게 만들더니 이제야 여기에 나를 데려와줬고, 아! 그건 아니다. 데려온게 아니라 내가 예약한 결혼 2주년 기념사진 스튜디오가 이 근처라 어쩔 수 없이 오게 됐을 뿐이다.
아무튼, 날이 좋으면 다시오자는 나의 바램이 담긴 말에는 대답을 절대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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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 내가 지금껏 겪어봤는데_
성품 착하고 내말 잘들으며 내게 충성해 주지만 절대로 본인이 하기싫은건 끝까지 대답하지 않는다.
몇번을 묻고 설득하고 다그쳐봐도
잘 안들리는 척. 못 알아들은 척. 딴짓하는 척. (어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