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우리가 마주한 아주 비슷한 고민
큰 눈에 밝은 미소, 그러나 그 안에 숨겨진 경계심. 그는 강아지 탈을 쓰고 있는 영락없는 고양이었다. 나와 정확히 반대인 내 동료이자, 선배 그리고 친구인 양 과장과 나는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한다.
"회사 밖에서 만났으면 상종도 안 했어요."
"나도 마찬가지거든요, 휴 고집쟁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나와 양 과장은 완벽히 다른 사람이었다. 외향형과 내향형, 즉흥형과 계획형, 감정형과 사고형, 자유주의자와 완벽주의자(여전히 인정하지 않는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처럼 맞는 게 하나도 없어 보이지만 함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딱 적당한 온도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는 회사의 공채 출신으로 조직 문화와 시스템에 최적화되어있는 인물이다. 반면 나는 경력직 입사로 회사에 항상 질문이 많은 편이다. 모든 게 이상하고 궁금한 나에게 그는 회사 대변인으로 답을 해주곤 했다. 서로 다르지만, 어쩐지 비슷한 시점에서 각자의 고민을 품고 있던 우리는 오늘 아침 그 고민의 지점이 맞닿아 있음을 확인했다.
출근하자마자 도착한 사내 메신저 한 줄.
“서린 과장님, 출근했어요?”
“좋은 아침! 출근했죠. 근데 이 아침부터 무슨 일?”
”시간 괜찮으면 모닝커피나 한잔 하러 가시죠.“
다급해 보였던 그의 부름에 노트북만 켜둔 채 카페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친 그는 밤새 잠을 설친 건지 눈이 시뻘건 채로 인사를 건넸다.
“아니, 이 아침부터 무슨 일이래. 뭔 일 있어요?”
“과장님, 나 고민이 하나 있는데… 좀 들어봐 줘요.“
“밤새 고민하다 온 눈치네. 얼른 털어놔봐요.“
그가 꺼낸 이야기는 ‘회사 안에서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와 같이 입사한 동기들은 하나 둘 회사를 떠나 몇 번의 이직을 거쳐 높은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일과 가족 중 후자를 선택한 그는 회사에 남아 그 안에서 가능성을 찾아보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생각과는 다른 현실에 고민은 점점 더 커져가고 후회가 된다고 했다. 이직을 하려니 아직 어린아이와의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며 살 거 같고, 성장은 하고 싶었기에 그가 선택한 길은 팀 이동이었다.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팀을 떠나 다른 팀으로 이동하기를 수차례, 가능성을 찾아 얼마 전 다시 이동한 팀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문제가 많다고 했다. 즉흥형&감정형으로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또 다른 팀으로의 이동인데 계획형&사고형인 내가 보았을 땐 어떤지,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 다른 시선에서 같이 생각해 보자고 SOS를 청한 것이었다.
“양 과장님, 매년 개편 시즌마다 팀 이동했었죠?
내 생각엔 다음 이동은 잘 생각해봐야 할 거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다양한 부서 경험은 장점이 될 수 있죠. 하지만 매년 이동한다는 건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바뀔 수 있을 거 같아요. 내가 만약 누군가를 채용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가정해 보자고요. 경력은 다양한데 매년 이직을 해온 사람, 한 번쯤 고민하지 않을까요?“
“또 금방 다른 곳 갈 거 같아서 안 뽑겠죠.”
“내부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3-5년 주기로 팀 옮기며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건 긍정적으로 작용할 텐데 계속 팀을 바꾸면 어느 조직장이든 반가워하지 않을 거예요. 얘 금방 다른 팀 가겠네 생각하지.“
그제야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 숨 고르기 하면서 전략을 잘 짜봐요. 그리고 그전에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해 보면 더 좋을 거 같구요.“
”그러네… 답답한 건 여전한데 생각이 트이네요.“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요즘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회사생활 10년을 넘기면서 ‘Next’에 대한 생각을 하는 시간들이 잦아졌다. 경력이 쌓일수록 ‘실무를 잘하는 것’은 경쟁력이 되기 어렵다. +a 그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나는 이 +a를 문제 해결 능력과 피플 매니징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역량을 체득할 기회를 가진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대기업처럼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조직에선 개인의 역량보다는 전체 톱니바퀴 안에서 어긋나지 않게 움직여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 문제를 찾아 발의하고 해결해 나가는 리더십보다는 주어진 일을 문제없이 처리하고, 누구와도 무난하게 지낼 수 있는 ‘조화형 인재’가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속에서 회의감을 느끼고 떠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다.
고백하자면, 나도 이 시스템에 잘 맞춰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 마음의 속도를 늦추고, 흐린 눈을 하고 다녀보자 했다.
하지만 나의 이 오만한 생각은 이의제기를 거치며 와장창 무너졌고 나는 이제야 진짜 나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아래 두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나의 방향성과 조직의 방향성이 어쩌면 정반대 되는 곳에 있음을 깨닫고 나와 잘 맞는 사람들과 조직은 어디인지 탐색해보고 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취준생, 이직 준비 중인 직장인이 있다면 크고 멋진 조직에 반사적으로 지원하기 전에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보면 좋을 거 같다.
1. 개인으로서의 목적지 -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2. 사회가 부여한 타이틀(직무)로서의 목적지 - 나는 이 일을 왜 하는가?
단순한 질문처럼 보여도 막상 생각하면 좀처럼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하지만 본질에 닿을 때까지 디깅 하다 보면 내가 있어야 할 곳, 내가 해야 할 것이 조금 더 선명해진다. 답을 찾는데 팁을 하나 얹자면, 1과 2의 목적지는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이 목적지의 답을 수단으로 정의하면 피상적인 생각에 머무를 수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답은 결국 내 안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