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식당의 사장님이 반년 만에 반말을 해주셨다.
나의 작은 자취방 바로 앞에는 작은 백반집이 하나 있다. 테이블 여섯 개가 비좁은 틈만을 남겨두고 붙어있는 그 식당은 요즘은 보기 힘든 가격을 유지하며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6,000원의 돼지고기 가득 들어간 김치찌개 백반과 8,000원의 제육볶음 백반이 나의 고정 메뉴다. 나와 같은 저소득 사회초년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식당이다.
메뉴를 보면 생각하겠지만 당연하게도 이곳은 근처 아저씨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식당에 들어서면 항상 중년의 남성들이 먼저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며 식사를 하는 아저씨들 사이에서 20대는 항상 나뿐이다. 내가 이 동네에 오래 살게 된다면 나 또한 저런 모습으로 계속해서 이 식당에 남아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 식당의 첫 취식은 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이었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오고 주변의 식당들을 알아보던 중이었다. 열심히 찾았지만 더운 날씨에 먼 거리를 가기 싫었고, 그때 건물 정면에 보이는 제육볶음이라는 메뉴를 발견했다. 나를 홀리게 만드는 마성의 메뉴 제육볶음이란...
처음 들어갔을 때부터 나는 그곳이 나의 첫 단골 식당이 될 것이라고 직감했다. 마음에 드는 메뉴들, 더 마음에 드는 가격, 그리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사장님의 말투였다. 처음 앉아서 식당 맞은편 건물에 산다는 이야기부터 앞으로 자주 오겠다는 말을 식사가 나오기도 전에 해버린 나에게 사장님의 답변은 간단했다.
“아 그래요?”
누군가에게는 관심 없음을 드러내며 대화를 종결하기 위해 꺼내는 말로 여겨질 저 짧은 답변이 나에게는 안도감을 느끼게 했다. 그때의 안도감을 시작으로 나는 벌써 반년이 넘도록 일주일에 최소 다섯 번 이상 이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되었다. 적어도 평일 저녁은 반드시 이곳에서 밥을 먹었다. 고기 메뉴뿐 아니라 매일 바뀌는 채소 반찬들이 더 좋았다. 농부의 아들로서 신선한 반찬은 어느 누구보다 잘 알아챈다고 자부하는 내가 이곳의 채소 반찬들에서는 집에서 먹는 신선함을 느꼈다.
맛있는 음식만큼이나 내가 또 좋아했던 것은 사장님의 모습이었다. 할머니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연세가 있었지만 사장님은 나에게 한 번도 반말을 하지 않으셨다. 그것이 손님에 대한 예의라고 하더라도 평일에는 매일 식당을 찾으며 자식보다 더 자주 보는 20대의 손님에게 한 번이라도 반말을 할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년이 넘도록 사장님의 존댓말은 변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나이와 상관없이 나에게 반말을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친분이 쌓이기 전에 반말부터 하는 어른들에게 무례함을 자주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에게 반말을 해줬으면 하는 어른들은 오히려 끝까지 존댓말을 써준다는 것이다. 백반집 사장님도 그런 경우였다. 끝까지 존대를 해주는 모습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제는 편하게 대해주셔서 더 친해 보이기를 바라며 자연스럽게 식당을 들어갔다.
그때 사장님께서 처음으로 나에게 말을 놓아주셨다.
“뭐 주문하려고? 일 끝내고 온 거지?”
그 짧아진 말이 왜 그렇게 반가웠을까? 그 순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돌이켜보면 분명 엄마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 것 같다. 그래서 반말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그 식당에서 더 큰 편안함과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아마 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이 식당을 못 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