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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ludenshomo Jul 17. 2017

내 사랑(Maudie)

연인으로서, 화가로서의 모드 다울리

 <내 사랑>의 두 주인공인 모드와 그녀의 남편 에버렛의이야기는 그 자체가 너무 영화적이라 실화란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이다. 여덟 살 무렵턱의 발달이 느려지면서 성장이 더뎌진 모드는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 스스로의 앞가림도 하지 못하는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그녀의 정신은 온전함 그 이상으로 총명하며, 그림을 향한 열정과 재능까지 충만한 화가이다. 그와 달리 에버렛은 사지만 멀쩡할 뿐 타인과 소통하는 능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영화는 에버렛의 첫 등장 장면에서부터 그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그와 상점 주인은 서로 말은 나누지만 그것을 대화라고 지칭하기에는 너무 일방향적이며, 가정부를 구한다는 공고는 잘 보이지도 않을 위쪽에 붙여 버린다. 모드가 에버렛의 가정부로 고용되고, 한 지붕 아래 같이 살게 되면서도 둘의 관계는 특별히 다정한 모습을 보이지는않는다. 다정한 말이나 그 흔한 스킨십도 없다. 영화는 그저 서로를 알아가고 점차 익숙해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따라갈 뿐이다.


그러면서도 <내 사랑>은 결국 모드 다울리의 영화이다. 에버렛과의 관계에서도, 순간 순간 무엇을 해야할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은 모두 그녀의 몫이다. 영화의 종반, 더위와 날벌레 때문에 덧문이 필요하다는 모드에게 에버렛은 딱 잘라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 다음 장면에서 보게 되는 것은 결국 아무 말 없이 덧문을 달아주는 에버렛의 모습이다. 그렇게 에버렛은 작은 오두막 안에서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에 덧문, 즉 중간문을 설치하게 된다. 에버렛에게 모드 또한 그러한 존재였을 것이다. 내면의 아픔과 다툼으로 인해 자신을 떠난 모드를 찾아가 에버렛은 말한다. "당신이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니까.". 두 말 할 것도 없이 모드는 에버렛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명석한 사람이다. 처음엔 신체적 장애를 근거로 모드를 무시하곤 했던 에버렛은 점차 이 점을 깨닫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상대방이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란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언뜻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로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겪어본 이들이 적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모드와 에버렛을 감싸고 있는 감정이 사랑보다 더 크고 너른 그 어떤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드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탱해준 것은 그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건강은 악화됐지만 그녀는 붓을 놓지 않았다. 모드는 화가로서의 정체성이 확고한 예술가였다.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은 적도, 다른 예술가들과 교류한 적도 없지만 그녀의 세상은 캔버스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 캔버스는 찻잔, 그릇, 가구와 창문을 비롯해 오두막 그 자체가 되기도 했다. 그녀에게 결국 세상과 캔버스는 동의어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 속에 모드는 자신의 기억을 가득 채웠다. 길에서 만난 동물들, 나무와 꽃과 눈이 가득한 사계절의 풍경, 그리고 에버렛까지. 모드 루이스는 분명히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만의 독특한 시선을 갖고 있었고, 그것은 화가로서 분명한 재능이었다. 캐나다 시골의 목가적인 풍경을 아름답게 담아내는 영화의 어느 장면도 모드가 그린 그림보다 더 아름답지는 못하다.


 극적으로 연출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소재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담백함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내 사랑>은 감정을 찬찬히 길어올리는 영화이다. 예기치 못 한 상대의 삶에 의도치 않은 속도로 스며드는 것을 표현하는 두 배우의 눈빛과 몸짓은 이 역할을 아주 충실하게 수행한다. 실제로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미덕 중 대부분은 샐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로부터 기인한다. 매 작품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몫 그 이상을 해낸 그들이지만, 이 작품 속에서는 실로 대단하다. 연기의 기술적 측면을 떠나서, 매 장면마다 관객이 그 인물을 진심으로사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모드와 에버렛을 온 마음 다해 사랑했고, 그렇기에 함께 울고 웃었다.



-이 글은 아트나이너 6기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상영작 리뷰입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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