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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Feb 23. 2024

피터 틸 <제로 투 원> - 창업가를 위한 교과서

Written by 클래미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로 유명하죠.


'제로 투 원'은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며,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 그리고 팔란티어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저술한 책입니다. 예상외로 책의 두께는 꽤 얇은데, 실제로 읽어보니  창업가들을 위한 교과서인지 이해할 수 있었어요. 사업 전략이나 프로덕트 성장뿐만 아니라 기업가 정신, 채용, 팀 빌딩, 마케팅, 투자, 브랜드 전략, 세일즈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릅니다. 이론에 치우치지도 않고, 강하게 때려 박지 않아서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강하게 드는 생각이 세상은 순리대로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좋건 싫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자본주의 체제이며, 이 체제 아래 사람들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따라서, 아무리 의미 있는 일이라도 본인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익'은 단순히 금전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 만족감, 즐거움, 관계, 명예 등을 모두 포함합니다. 인류애나 애국심도 내가 그 종의 일원이고, 그 나라의 시민이라는 이유로 나에게 돌아올 것을 기대하기에 행동합니다. 하지만 경쟁적인 상황이 주어지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각자의 이익률을 계산하게 됩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은 가족이나 신앙과 같은 매우 특별한 경우에만 해당되며, 그 외에는 예외가 단연코 없습니다. (정치인의 사탕발린 말은 그들의 직업임을 고려해야 합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일 뿐, 우리는 그 이상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그들과 비슷한 환경에 살고 있다면, 그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낙수효과 정도 기대할 수 있겠죠.)


이러한 사고방식은 비록 차갑게 느껴질 수 있지만, 더 합리적이고 투명하다고 봅니다. 상대방이나 대의를 위해 행동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이유로 경계가 필요합니다. 첫째, 분명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고, 둘째, 그러한 행동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 결국 방향을 바꾸거나 자멸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사상가들이 이러한 경향을 보입니다. 참고로, 피터 틸은 이 책에서 경쟁을 일종의 강박관념, 즉 이데올로기로 묘사합니다. 경쟁이란 아무도 실질적인 이윤을 얻지 못하고 차별화된 의미 있는 성과도 없이 단지 생존을 위해 싸우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경쟁이 건강하다고 비합리적으로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경쟁이 치열할수록 우리가 얻는 것은 오히려 줄어듭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본문을 읽어주세요.)


이 책에서도 이와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피터 틸은 자신이 미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합니다. (피터 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독일계 미국인이며, 독일/미국/뉴질랜드의 3중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자연경관이나 대중문화, 경제력, 군사력을 넘어 자본주의를 기반한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 시스템 아래에서, 모든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이를 솔직히 표현합니다. 그 결과, (이러한 가치를 존중하는 사람에 한해) 혼란은 감소하고 방향성은 훨씬 명확해집니다. 정부와 시민이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며 애국심과 성조기를 지키려는 의지가 바로 자본주의와 이를 보호하는 자유주의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성장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이는 분명히 아름다운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스타트업과 기업가 정신은 자본주의에서 거의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것은 스스로 독점의 기회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독점을 통해 경쟁 없이 가격을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원하는 만큼의 이윤을 얻을 수 있으며, 그래서 이는 자본주의에서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입니다. 스타트업의 성지가 된 미국은 어쩌면 순리에 가장 부합하는, 어느 나라보다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나라임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모든 이가 창업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성공 확률을 실질적으로 고려했을 때, 창업가로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전 세계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모이는 미국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합니다. 자신이 탁월한 인재라고 할지라도, 큰 시장에서 작은 몫을 차지하는 것만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지만, 작지만 보호받는 시장(국적, 면허증, 특허 등으로)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성공 확률과 결과 모두에서 더 높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다시 피터 틸이 언급한 창조적 독점 기업의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세상의 순리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합시다. 순리에 반하는 행위는 결국 지속 가능하지 않거나 자기 파괴로 이어집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러한 질서에 반하는 주장을 하거나, 우리 자신이 그러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몸과 마음과 정신의 건강을 위해 그만두는 것이 좋을 겁니다. 반면, 누군가가 명확한 자본주의 체계를 통해 우리를 설득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그 사람은 매우 솔직하고 투명한 사람일 것이며, 우리 모두 그러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소개해 봅니다. 0에서 1(0-1)과 1에서 100(1-100)은 분명히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주로 0에서 1은 스타트업을, 1에서 100은 회사나 기업을 뜻합니다. 이는 규모의 차이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생태계나 업계를 창조하는 차원에서도 말합니다. 이에 따라 필요한 핵심 역량 역시 다릅니다.


개인적으로, 0에서 1로 가는 과정이 1에서 100으로 확장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단순히 업무의 난이도를 뜻하는 게 아닌, 초기 단계에서는 외부적, 내부적 불신으로부터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고, 보통 연봉도 낮기 때문입니다. 즉, 스타트업에 합류한다고 해서 인정을 더 받거나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창업가의 경우 자신의 사업을 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면 스톡옵션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일반 직원으로서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YC에서 첫 미팅 때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하버드의 입학률을 뛰어넘는 경쟁률을 뚫고 왔지만, 여기에 오는 90%는 실패할 거라고요. 그럼에도 창업가에게는 창업 자체가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반 직원은 어떨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크고 유명한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현실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을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창업가는 단순히 기존의 것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나의 세계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리더를 만날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영향은 더 젊을수록 더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내 실력과 경험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낮은 인지도나 자원 때문에 선택받았다면, 더 큰 행운입니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창업가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런 리더를 만나지 못한다면, 이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배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언젠가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미리 프레임워크를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스타트업 경험 후 대기업으로의 이동을 고려한다면, 대리나 과장은 몰라도 분명 CEO는 이 책을 읽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저 역시 최근에 이 책을 꼼꼼히 읽었는데, 새로 출시된 노란색 리커버 에디션으로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머리말_0이 1이 되려면

-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모형을 모방하는 게 더 쉽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다시 해봤자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창조라는 행위는 단 한 번뿐이며, 창조의 순간도 단 한 번뿐이다. 그 한 번의 창조로 세상에는 낯설고 신선한 무언가가 처음으로 생겨난다.

- 인간이 다른 종들과 구별되는 것은 기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 기적을 우리는 '기술(technology)'이라고 부른다.

- 기술이 기적인 이유는 '더 적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댐을 쌓고 벌집을 만들지만, 인간만틈은 유일하게도 새로운 것을 발명할 수 있고 기존의 것을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 이 책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에 관해 다룬다.


(1) 미래를 향해 도전하라


0에서 1로: 진보된 미래

- 미래를 생각할 때 우리는 진보된 미래를 꿈꾼다. 이때의 진보란 둘 중 하나다.
> 먼저 '수평적 진보' 내지는 '확장적 진보'가 있다. 이는 효과가 입증된 것을 카피하는 것, 즉 1에서 n으로 진보하는 것을 뜻한다. 수평적 진보는 우리가 이미 그 모습을 알고 있으므로 쉽게 상상이 된다.

> 두 번째는 '수직적 진보' 내지는 '집중적 진보'다. 이는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즉 0에서 1로 진보하는 것을 뜻한다. 수직적 진보는 아무도 한 적이 없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 한 개의 타자기를 보고 100개의 타자기를 만들었다면 수평적 진보를 이룬 것이다. 한 개의 타자기를 본 다음 워드프로세서를 만들었다면 수직적 진보다.


- 거시적 측면에서 수평적 진보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글로벌화(globalization)'가 된다. 글로벌화는 한 곳에서 성공한 것을 모든 곳에서 성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글로벌화의 패러다임을 잘 보여주는 바로 중국이다. 중국은 그동안 선진국에서 성공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노골적으로 카피해 왔다. 그래도 카피는 여전히 카피일 뿐이다.

- 한편 수직적 진보를 한 단어로 나타내면 '기술(technology)'이 된다. 최근 몇십 년간 빠르게 진보한 IT 기술 덕분에 실리콘밸리는 '기술'의 메카가 되었다. 하지만 기술이 반드시 컴퓨터 기술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말뜻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새롭고 더 나은 방식으로 무언가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모두가 '기술'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로벌화가 전 세계의 미래를 결정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진실을 말하자면 기술이 더 중요하다. 자원이 회소한 세상에서 새로운 기술 없이 글로벌화를 계속해나갈 방법은 없다.


신생기업과 새로운 생각

-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킨 주체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소규모 집단들이었다. 그 이유를 가장 쉽게 설명하자면, 역으로 소규모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큰 조직에서는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가 어렵고, 혼자서 새로운 것을 개발하기는 더더욱 어렵다.

- 신생기업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사람들과 함께 일해야 한다. 다만 그 규모는 실제로 뭔가를 할 수 있을 만큼 작게 유지되어야 한다.


- 신생기업이란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한 당신의 계획을 납득시킬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람들이다. 신생기업이 가진 강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생각'이다 새로운 생각은 '민첩함'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규모가 작아야 생각할 공간이 생긴다.


- 이 책은 생각하는 연습을 해보는 자습서다. 왜냐하면 '생각'이야말로 신생기업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당연시되는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고, 백지상태에서부터 다시 사업을 생각하다.


(2) 과거에서 배워라

- 뭔가 하나가 붕괴되면 그제야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믿었던 것에 '버블(bubble)'이라는 이름이 붙인다. 그 왜곡을 뛰어넘어 올바른 시각을 갖고 싶다면, 우선 과거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부터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눈에 살펴보는 1990년대

- 반짝 불고 사라졌던 닷컴 열풍이 1998년 9월부터 시작된 데는 다른 모든 것들이 가망 없어 보인다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작용했다. 구경제(Old Economy)로는 글로벌화라는 난관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미래가 오려면 뭔가 하나쯤은, 그것도 제대로 먹히는 게 있어야 했다. 다른 대안이 없었던 당시로서는 인터넷 경제라는 신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닷컴 열풍

- 이 열풍은 결코 지속될 수가 없는 종류라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았어야 했다. 소위 '성공적'이라는 회사들은 대부분 기업이 성장할수록 돈을 '잃는' 일종의 반(反) 사업적 사업 모형을 채용한 것 같았다.


페이팔 열풍

- 페이팔을 운영하고 있던 1999년 말, 나는 겁에 질려 있었다. 우리 회사에 대한 신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실로콘밸리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죄다 그냥 아무것이나 믿으려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이런 환경에서는 분별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 오히려 괴짜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 우리는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새로운 인터넷 화폐를 만들고 싶었다. 페이팔이 처음으로 출시한 것은 팜파일럿(PalmPiot, 초창기 PDA 제품)끼리 서로 돈을 송금할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이었다.

- 당시로서는 팜파일럿이 아직 너무 낯선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메일은 이미 상용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메일을 통해 대금을 결제하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 우리는 신규 가입자에게는 무조건 10달러를 지급하고, 친구를 한 명 소개할 때마다 10달러를 추가로 지급했다. 이 정책 덕분에 우리는 수십만 명의 신규 고객을 얻으며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대규모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나면, 고객들의 거래에 약간의 수수료를 부과하면서 페이팔은 곧 수익을 내게 될 것이 분명했다.

- 당시 우리는 이 목표를 이루려면 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두가 인터넷 열풍이 사그라질 것이라도 사실도 알고 있었다.

- 우리가 계약을 끝내자마자 버블이 붕괴됐다.


닷컴 붕괴가 남긴 교훈

- 이제는 모든 사람이 미래는 근본적으로 불명확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분기별 계획을 넘어 몇 년 단위의 큰 계획을 그리는 사람은 누구든 과격분자로 치부해 버렸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희망은 기술이 아니라 글로벌화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 1999년대에 있었던 '벽돌(bricks)에서 클릭(clicks)으로'의 이행이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자, 투자자들은 다시 벽돌(주택 공급)과 브릭스(BRICs, 글로벌화)로 되돌아갔다. 그 결과 또 다른 버블이 양산되었고, 그게 바로 '부동산'이었다.


- 앞의 원칙들보다는 정반대의 원칙이 오히려 옳을 것이다.

> (1)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 (2) 나쁜 계획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 (3) 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

> (4) 판매 역시 제품만큼이나 중요하다.

- 우리에게는 아직도 신기술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남들과 다른 사람은 다수에게 반대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3) 행복한 회사는 모두 다르다

- 항공사들은 서로 경쟁하지만 구글은 경쟁자가 없다. 이런 차이를 경제학자들은 간단한 모형 두 가지로 설명하는데, 바로 '완전경쟁(perfect competition)'과 '독점(monopoly)'이다.

> 장기적으로 봤을 때, 완전 경쟁 하에서는 '그 어느 회사도 경제적 이윤을 창출할 수 없다.'

> 완전경쟁의 반대는 독점이다. 경쟁하고 있는 회사는 시장 가격에 물건을 팔 수밖에 없지만, 독점기업은 시장을 손에 쥐고 있으므로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독점기업은 경쟁자가 없으므로 자신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수량과 가격으로 물건을 생산한다.

- 미국인들은 경쟁을 신성시하며 경쟁 덕분에 우리가 사회주의자들처럼 가난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만 실제로 자본주의와 경쟁은 서로 상극이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축적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완전경쟁 하에서는 경쟁을 통해 모든 이윤이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기업가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은 분명하다.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또 보유하고 싶다면, 차별화되지 않는 제품으로 회사를 차리지 마라.'


우리가 하는 거짓말

-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양분되어 있다. 완전경쟁과 독점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하며, 대부분의 사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양극단에 가깝다.


독점기업이 거짓말하는 이유

- 독점기업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 그들은 거대한 독점 사실을 자랑했다가는 감사를 당하고, 조사를 받고, 공격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독점기업들은 계속해서 독점 이윤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독점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방법이 (존재하지도 않는) 경쟁자의 힘을 과장하는 것이다.

- 구글은 스스로를 기술 기업의 하나라고 정의함으로써 원치 않는 모든 관심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경쟁 기업이 거짓말하는 이유

- 독점기업이 아닌 회사들은 정반대의 거짓말을 한다. "우리는 이쪽을 꽉 잡고 있어요." 신생기업들은 자신이 속한 시장을 극도로 좁게 묘사함으로써 자동적으로 시장 지배자가 되고 싶은 치명적인 유혹을 느낀다.

- 경쟁이 치열했던 팰로앨토 동네 식당들에 비해 페이팔은 당시 전 세계에서 유일한 이메일 기반의 결제 회사였다. 우리 회사의 직원 수는 그 식당들의 종업원 수보다도 더 적었지만, 우리 회사의 가치는 그곳 식당들의 가치를 모두 합한 것보다도 훨씬 컸다.

- 독점기업이 아닌 회사들은 자신의 시장을 여러 작은 시장의 교집함으로 정의함으로써 더 특별한 시장이라고 과장한다.

- 반면에 독점기업들은 자신의 시장이 여러 대형 시장의 합집합이라고 말함으로써 독점 사실을 숨기려고 한다. "구글은 큰 연못에 있는 작은 물고기 한 마리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언제든지 잡아먹힐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부가 찾고 있는 독점기업이 아닙니다."


무자비한 사람들

- 독점기업은 경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직원들이나 제품에 더욱 정성을 쏟을 수 있다. 또 더 큰 세상에 미치는 사람들의 영향력에 관해서도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 구글의 모토인 '사악해지지 말자'는 브랜드 전략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도 윤리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공한 기업들이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 독점기업들은 돈 외에 다른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독점이 아닌 기업들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 기업이 매일매일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이다. '독점 이윤' 말이다.


독점 자본주의

- 따라서 모든 내부인들에게는 독점은 좋은 것이다.

- 새로운 것, 더 나은 것을 발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창조적 독점기업들은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풍요로움을 소개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 창조적 독점기업들은 단순히 나머지 사회에도 좋은 기업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이다.

- 정부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한쪽에서는 독점을 색출해 내려고 기를 쓰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발명품에 특허를 부여함으로써) 독점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것이다.

- 애플이 아이폰을 디자인, 제조, 마케팅해 얻는 독점 이윤은 인위적으로 물량을 줄였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을 훨씬 더 풍요롭게 만든 것에 대한 보상이다. 마침내 고객들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준 것에 대한 보상 말이다.

- 진보의 역사는 곧 더 나은 독점기업이 전임자의 자리를 대신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다. 수년간 혹은 수십 년간 독점 이윤을 누릴 수 있다는 희망은 혁신을 위한 강력한 동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독점기업은 혁신을 계속 지속할 수 있게 되는데, 왜냐하면 독점 이윤 덕분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경쟁 기업들은 꿈도 꾸지 못할 야심 찬 연구 프로젝트에도 돈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경제학자들은 왜 그토록 경쟁에 집착하며, 경쟁을 이상적인 상태라고 말하는 것일까? 이것은 전적으로 역사의 유물이다. 경제학자들은 19세기 물리학자들의 업적에서 수학을 베껴왔다. 경제학자들은 개인과 기업을 고유한 창조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교환 가능한 원자로 여긴다. 경제 이론들이 완전경쟁의 균형 상태를 자꾸 설명하는 이유는, 완전경쟁이 최선의 사업 형태라서가 아니라 모형화하기 쉬운 형태이기 때문이다.

- 경제 이론을 벗어나 실제 세계에 나가보면, 모든 기업은 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해내는 만큼, 딱 그만큼만 성공할 수 있다. 따라서 독점은 병적 현상이나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독점은 모든 성공적 기업의 현상태이다.'

- 행복한 기업들은 다들 서로 다르다. 다들 독특한 문제를 해결해 독점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실패한 기업들은 한결같다.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4) 경쟁 이데올로기

- 창조적 독점이란,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서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은 지속 가능한 이윤을 얻는 것이다.

- 경쟁이란, 아무도 이윤을 얻지 못하고 의미 있게 차별화되는 부분도 없이 생존을 위해 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경쟁이 건강하다고 믿는 걸까?

- 그것은 경쟁이 하나의 강박관념, 즉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침투해 있는 이 이데올로기가 우리의 사고를 왜곡하고 있다. 그 결과로 경쟁 속에 갇힌다. 경쟁을 더 많이 할수록 우리가 얻는 것은 오히려 줄어든다.

- 이렇게 간단명료한 진실을 우리는 모두 무시하도록 훈련받았다. 교육 시스템은 경쟁에 대한 우리의 집착을 반영하는 동시에 부추기고 있다.


전쟁과 평화
- 사람들은 경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용맹한 일인 양 취급하지만, 실제로 경쟁은 파괴적인 것이다.

-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낫겠지만, 싸울 만한 가치가 없는 전쟁이라면 모두가 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 이상하게도 오라클은 의도적으로 자꾸만 적을 만들었다. 엘리슨의 논리는 이랬다. "위협적으로 '보일 만큼' 큰 적이 있다는 것은 (그래서 직원들에게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적이 너무 커서 실제로 위협이 되어서는 안 된다."

- 가끔은 정말로 싸워야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싸워서 이겨야 한다. 중간은 없다. 아예 공격에 나서지 말든, 아니면 한 방에 끝내야 한다. 이런 조언을 따르기가 쉽지 않은 것은 자존심이나 명예 같은 것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 인간 본성의 일부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비즈니스에서 이런 논리는 곧 재앙이다.


(5) 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

- 경쟁에서 벗어난다면 독점기업이 될 수 있겠지만, 독점기업도 미래까지 살아남았을 때만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다.

- 그 답은 현금 흐름에 있다. 위대한 기업을 결정하는 것은 '미래에'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투자자들은 향후 10년간 트위터가 독점 이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 반편, 신문사들의 독점 시대는 이미 지났다.

- 간단히 말해서 오늘의 기업 가치는 그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모든 곤의 총합이다.

 - 기술 기업의 가치는 대부분 적어도 10년에서 15년 후에 발생할 것이다.

- 미래의 이익이 이토록 중요하다는 사실은 실리콘밸리에서조차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되는 사항은 아니다.

- 가까운 시링 내에 성장하는 데 목숨을 건다며,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이 쇠하가 존속할 것인가?' 숫자만으로는 결코 그 답을 알 수 없다. 답을 알고 싶다면 내가 하는 사업의 질적 특성을 비판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독점기업의 특징

- 모든 독점기업은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지만, 보통은 다음과 같은 특징 중 몇 가지를 가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 그 특징이란 각각 1) 독점 기술, 2) 네트워크 효과, 3) 규모의 경제, 4) 브랜드 전략이다.


1. 독자 기술

- 독자 기술이 있으면 해당 제품을 복제하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따라서 독자 기술이야말로 기업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이점이다.

- 독자 기술은 가장 가까운 대체 기술보다 중요한 부분에서 '10배'는 더 뛰어나야 진정한 독점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 10배의 개선을 이루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고안해 내는 것이다.

-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해법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법도 있다. 10배가 더 뛰어나면 경쟁에서 탈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페이팔은 이베이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방법을 10배는 편하게 만들었다. 우편으로 수표를 보내면 도착하는 데 7일에서 10일이 걸렸지만, 페이팔은 경매가 끝나자마자 구매자가 대금을 지불할 수 있게 해 주었다. 판매자들은 대금을 즉시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표와는 달리 상대편 자금에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 10개의 개선을 이루는 방법 중에는 우월한 통합 디자인을 하는 방법도 있다. 2010년 이전에는 태블릿 컴퓨팅이 얼마나 형편없었는지, 실질적 시장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는다고 봐야 할 정도였다. 아이패드가 이전의 제품들보다 적어도 10배 이상의 개선을 이룬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2. 네트워크 효과

- 네트워크 효과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수록 해당 제품을 더 유용하게 만들어준다. 친구들이 모두 페이스북을 사용한다면 당신도 페이스북에 가입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 네트워크 효과는 강력한 것이지만, 그 효과를 누리려면 초창기의 사용자들에게 해당 제품이 가치가 있어야 한다. 어떤 네트워크든 처음에는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역설적이지만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한 사업들은 특히나 더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처음에는 겨우 하버드 대학생들 사이에서만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 점은 MBA 출신들이 왜 좀처럼 성공적인 네트워크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지도 설명해 준다. 초기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사업 기회로조차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3. 규모의 경제

- 독점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더 강해진다. 판매량이 클수록 제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고정비( 설계, 관리, 사무 공간 등)가 분산되기 때무이다. 특히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라면 제품 하나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다 극적으로 누릴 수 있다.

- 훌륭한 신생기업이라면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대규모로 성장할 잠재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4. 브랜드 전략

- 어느 회사든 자기 브랜드에 대해서는 당연히 독점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튼튼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독점기업이 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현재 가장 강력한 기술 브랜드는 '애플'이다.

- 아직도 남아 있는 스티브 잡스라는 카리스마 있는 개인의 후광 효과 등이 모두 합쳐져 애플 제품은 그 자체를 하나의 카테고리로 봐야 할 만큼 훌륭하다는 인식이 생겼다.

-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보유하고 있는 독자 기술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완전체를 이루고 있다. 또한 애플은 자신들이 구입하는 자재에 대해 가격 결정력을 행사할 수 있을 만큼 대량으로 제품을 제조한다.

- 그리고 자체 콘텐츠로 형성된 생태계를 통해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린다. 수천 명의 개발자들이 애플 제품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이유는 수억 명의 사용자가 있기 때문이고, 그 사용자들이 다른 플랫폼으로 갈아타지 않는 이유는 애플리케이션들 때문이다.

- '실질'이 아닌 브랜드에서부터 시작하려는 것은 위험한 전략이다. 그 어느 기술 기업도 브랜드 전략 하나만으로 이어설 수는 없다.


독점기업 세우기

- 이런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신중하게 시장을 선택하고, ㅢ도적으로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하라

- 모든 신생기업이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다. 모든 독점기업은 시장을 크게 지배한다. 따라서 모든 신생기업은 아주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너무 작다 싶을 만큼 작게 시작하라. 이유는 간단하다. 큰 시장보다는 작은 시장을 지배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초기 시장이 너무 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분명히 너무 큰 것이다.

- 곳곳에 흩여져 있는 수백만 명의 주의를 끌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정말로 우리 제품이 필요한 기천명에게 접근하는 편이 훨씬 쉬었다.

- 치열한 경쟁은 곧 이윤이 0이 된다.


몸집 키우기

- 틈새시장을 만들어내 지배하게 되었다면, 관련 있는 좀 더 넓은 시장으로 서서히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그 방법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아마존'이다.

- 아마존 앞에서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책 읽는 사람의 수를 늘리든지, 아니면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했다, 후자를 선택한 아마존은 가장 비슷한 시장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 CD, 비디오, 소프트웨어 같은 것들 말이다. 이후 아마존은 계속해서 하나둘씩 제품 카테고리를 늘려갔고, 결국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상품을 취급하는 만물상이 되었다.

- 몸집을 키우려고 하면 종종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이 있을 때도 있다. 이베이는 경매라는 사업 모형은 동전이나 우표처럼 개별적인 가치가 있는 제품에 가장 적합한 사업 모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반 상품의 경우 경매는 그 정도의 매력이 없었다. 사라들은 연필이나 크리넥스를 가지고 경매에 참가할 마음은 없었고, 이런 물건들은 그냥 아마존에서 구입하는 편이 더 편했다. 이베이는 여전히 가치 있는 독점기업이다. 다만 2004년에 사람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큰 기업이 되지는 못했다.

- 가장 성공한 회사들은 핵심적인 이행 계획을 설립 단계에서부터 미리 세운다: 처음에는 특정 틈새시장을 지배하고 그다음에는 인접 시장으로 확장.


파괴하지 마라

- 실리콘밸리는 '파괴(disruption)'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파괴적 혁신은 자시들의 제품이 최신 유행의 새로운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제조사들이 직접 사용하는 일종의 유행어가 되었다.

- 정말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면, 신생기업이 만들어낸 것을 좋아하지 않을게 뻔한 구식 업계보다는 '창조'라는 활동 자체가 훨씬 더 중요하다. 실제로 신생기업의 정체성이 단순히 기존 회사에 반대되는 것들을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면, 결코 완전히 새로운 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아마도 독점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 우리는 결제 시장 전체를 확장시킴으로써 우리가 비자에서 가져온 것보다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비자에게 돌려주었다. 전체를 놓고 보면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았다는 얘기다. 반면에 냅스터는 미국 음반업계와 제 살 깎기 식의 싸움을 벌였다.

- 인접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면 시장을 파괴하지 마라. 할 수 있다면 경쟁은 피할수록 좋다.


라스트 무버가 1등이 된다

- 정발로 중요한 것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 따라서 누군가 따라와서 1위 자리를 빼앗는다면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라스트 무버(last mover)'가 되는 편이 낫다.


(6)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 신생기업을 성공시키려면 그 무엇보다 큰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 노력은 완벽하게 우리 손안에 쥐어져 있다.

- 기업을 세우는 길은 당신 자신의 삷 뿐만 아니라 작지만 중요한, 세상의 일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드는 일이다.

- 그러려면 먼저 우연이라는 불공평한 폭군부터 거부해야 한다. 우리는 복권이 아니지 않은가.


(7) 돈의 흐름을 좇아라

- 돈이 돈을 낳는다. 기하급수적 성장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마라. 우리는 거듭제곱법칙이 적용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벤처캐피털의 거듭제곱법칙

- 벤처 펀드는 보통 10년 정도의 기간 동안 운용된다. 성공적인 기업이 '발을 뺄 단계'까지 성장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 벤처캐피털계의 가장 큰 비밀은, 성공한 펀드는 가장 잘한 투자가 나머지 모두를 합친 것과 같거나 그보다도 더 큰 수익을 낸다는 점이다.

- '기업의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각화된 위험분산 전략에 적합한 회사인가'라는 금융 질문으로 넘어가는 순간, 벤처 투자는 복권을 사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가 되고 만다. 스스로 복권에 응모했다가 생각하는 사람은 이미 실패한 것에 대비해 심리적 준비를 하고 있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거듭제곱법칙을 보지 못할까

- 문제는 거듭제곱법칙에서 최종 결과가 아무리 극명하게 나뉜다고 하더라고 그것이 매일매일의 경험을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투자자들은 새로운 투자를 결정하고 초기 단계의 회사들을 돌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가 그냥 보통의 회사처럼 보인다.


거듭제곱법칙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우리는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다만 그전에 반드시 그 일이 미래에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인지를 먼저 치열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 정말로 자기 회사를 차린다면, 그때는 회사의 운영 과정에서 거듭제곱법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오직 하나씩 뿐이다. 5장에서 봤던 것처럼 '하나의 시장이 다른 모든 시장보다 더 나을 것이다.' 보통 하나의 유통 전략은 다른 모든 유통 전략을 압도한다. 시간도, 의사결정도 모두 거듭제곱법칙을 따른다. 따라서 어느 한순간은 다른 모든 수간보다 중요하다.

- 정확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거듭제곱법칙을 부정하는 세상은 신뢰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들은 눈에 띄는 경우가 거의 없고, 심지어 숨어 있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거듭제곱법칙을 따르는 세상이라면, 당신이 내린 결정이 앞으로 그래프 상의 어느 점을 이루게 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8) 발견하지 못한 비밀

- 1999년 말부터 HP는 '발명'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놔두고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전개했다. 더 이상 발명은 없었다.

- 세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겨진 비밀을 발견할 때 위대한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에어비엔비가 생기기 전에는 여행자들이 비싼 값을 치르고 호텔방을 잡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거의 없었고, 집주인들은 쓰지 않는 공간을 미고서 쉽게 빌려줄 방법이 없었다. 에어비엔비는 방치되어 있던 이런 공급과 수요를 알아봤다.

- 숨겨진 비밀을 믿고 그것을 찾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보편화된 관습을 넘어 뻔히 보이는 곳에 숨어 있는 기회들을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을 포함한 수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자주 과소평가되는 것도 똑같은 이유(너무 간단하다는 것) 때문이며, 이것 자체가 하나의 숨겨진 비밀이다.

- 너무나 간단해 보이는 것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통찰력만으로도 중요하고 가치 있는 기업을 세울 수 있다면 세상에는 아직도 세울 수 있는 훌륭한 회사들이 많이 남아 있다.


- 최고의 기업가들은 이 점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모든 위대한 기업들은 남들에게는 감추고 있는 숨겨진 비밀을 토대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 인생은 긴 여정이다. 먼저 지나간 이들의 발자국이 찍힌 그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의 뒤로 가면 또 이런 어구가 나온다. 길이 끝없이 이어질 필요는 없다. 숨겨진 길을 따라가라.


(9) 기초를 튼튼히 하라

- 기업은 국가와 비슷하다. 일찌감치 내려진 나쁜 결정들(예컨대 파트너를 잘못 골랐다거나 사람을 잘못 채용했다거나 하는 것들)은 이후에는 바로잡기가 아주 어렵다.


결혼과 비슷한 공동 창업자 찾기

- 지금 나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고려할 때 창업자들은 면밀히 조사한다. 기술적 능력이나 서로 보완적인 능력을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동 창업자들이 서로 얼마나 잘 알고 얼마나 잘 협업하는가 하는 부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 창업자들은 함께 회사를 세우기 전부터 서로 역사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 않으면 창업은 주사위 던지기나 마찬가지다.


소유권, 점유권, 통제권

- 사람들이 천사였다면 정부는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임스 매디슨(미국의 4대 대통령, 미국 헌법 초안을 기초했다)이 말했듯이 '인간은 천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경영하는 최고 경영자들과 통제하는 이사들은 각자 역할이 서로 다른 것이고, 회사에 대한 창업자의 권리와 투자자의 권리를 공식적으로 정해두는 것이다. 서로 잘 어울릴 좋은 사람들도 필요하지만, 장기간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루려면 장치가 필요하다.

- 아사회는 작을수록 좋다. 이사회가 작을수록 이사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효과적으로 감독하기가 쉬워진다. 이상적인 형태는 이사회를 3명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공개 기업이 아닌 이상 5명이 넘어서는 안된다(공개 기업의 경우는 정부 규제 때문에 이사회를 더 크게 구성해야 하고 평균이 9명이다).


탈 것이냐, 내릴 것이냐

- 일반적으로 말하면 회사에 참여할 사람은 풀타임으로, 다시 말해 전업으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이 원칙을 깨야 할 때가 생긴다. 예컨대 변호사나 회계사는 보통 외부에서 고용하는 것이 좋다.

- 그러나 누가 되었든 스톡옵션을 갖고 있지 않거나 고정된 월급을 받아가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미래에 더 많은 가치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가까운 시일 내에 돈이 되는 쪽으로 기울게 되어 있다. 컨설턴트를 고용해 봐야 별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 시간제 직원은 소용이 없다. 심지어 출근하지 않고 원격지에서 일하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종일 함께 있지 않으면 생각의 차이가 조금씩 벌어질 수 있다. 버스에 타든지, 내리든지 양단가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현금이 다가 아니다

- 사람들이 무언가에 온전히 헌신하려면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 CEO에게 주는 돈이 적을수록 회사는 더 좋은 성과를 낸다. 이것은 내가 수백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알게 된 가장 뚜렷한 패턴 중 하나다.

- '밴처캐피털의 자금 지원을 받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면 그 어떤 경우에도 CEO가 15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아서는 안된다. CEO가 3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면, 그는 창업자보다는 정치가가 될 위험이 크다. 고액의 연봉을 받는 사람은 자신의 월급과 함께 현 상태를 방어하려는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 힘을 합쳐 문제점을 부각시키거나 공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지 않을 것이다.

- 반면에 현금이 부족한 경영자는 전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게 된다. 또한 CEO의 연봉이 낮으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본보기가 된다.

- 고액의 현금 보상은 직원들에게 시간을 투자해 미래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게 만들기보다는 회사가 이미 갖고 있는 가치를 뽑아 쓰게 만든다. 현금 보너스 역시 현금 월급과 별 차이가 없다. 현금이라면 종류를 막론하고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한 것이다.


주식이라는 보상

- 신생기업들이 높은 연봉을 줄 필요가 없는 것은 더 높은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자체의 부분적 소유권 말이다. 주식이라는 형태의 보상은 사람들이 미래의 가치를 창조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데 효과가 있다.

-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지분을 주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실수다. 사람마다 재능과 책임이 다르고 기회비용도 다른데, 똑같은 지분을 준다는 것은 처음부터 임의적이고, 불공정한 처사다.

- 주식은 현금처럼 유동적이지 않고, 특정 기업에 매어 있다. 그 회사가 성공하지 못하면 주식은 휴지조각이 된다.

- 하지만 주식이 강력한 도구가 되는 것도 바로 그런 제하 때문이다. 현금으로 받는 것보다 회사 일부를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장기적인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고, 회사의 미래 가치를 증가시키는 데 전념할 사람이다. 주식이 완벽한 인센티브가 될 수는 없지만, 회사의 창업자가 사내의 모든 이들을 크게 보고 한 방향으로 이끌고 가기에는 최선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10) 마피아를 만들어라

- '기업 문화'란 기업 자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문화를 '가진' 회사는 없다. 오히려 모든 '회사 자체가' 하나의 기업 문화다. 신생기업이란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친 것이다. 훌륭한 기업 문화란 그것이 회사 내에서 드러난 모습일 뿐이다.

- 우리는 이력서를 꼼꼼히 검토하거나 단순히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을 고용해 마피아를 만든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나는 페이팔이 거래 관계가 아니라 단단히 엮인 관계가 되길 바랐다. 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튼튼해지면, 단순히 사무실에서만 더 행복하고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페이팔을 넘어 우리의 커리어에서도 더욱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는 실제로 즐겁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했다.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특히 '우리'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신나게 생각해야 했다. '페이팔 마피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실리콘밸리의 후드티

- 기술직이라고 해서 옷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고정관념이다. 그 티셔츠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자기 회사 로고가 쓰여 있다. 기술직들은 이런 것에 아주 많이 신경 쓴다.

-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모두가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으며 그렇게 하기가 더 쉬울 것이다.

- 회사가 성공하려면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어느 나라에서 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새로 고용하는 사람들 역시 모두 이 일에 똑같이 사로잡혀 있어야 했다.


한 명당 한 가지 책임

- 경영자로서 페이팔에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회사의 모든 사람이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책임을 지게 한 것이었다. 모든 직원의 그 한 가지는 고유한 업무였고, 그래서 모든 직원은 내가 그 한 가지만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경쟁을 제거하면 모든 사람이 단순한 직업 관계를 넘어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쉬워진다. 게다가 신생기업은 내부 관계가 평화롭지 않으면 아예 살아남을 수가 없다.


광신 집단이 돼라

- 기업가라면 극도의 헌신적 문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 최고의 스타트업은 조금 덜한 정도의 광신 집단처럼 보일 수도 있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이 놓친 무언가에 관해 광적으로 '옳다.'

- 이런 종류의 숨겨진 비밀은 컨설턴트를 통해서는 배울 수 없다. 따라서 기존의 전문가들이 당신 회사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광신 집단 심지어 마피아라고 불리는 편이 차라리 낫다.


(11) 회사를 세운다고 고객이 올까

- 광고는 나중에 판매를 일으킬 수 있는 미묘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존재한다. 광고가 자신에게 이런 효과를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면 두 번 속은 것이다.

- 유통은 오히려 제품의 디자인에 반드시 필요한 일부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했지만, 효과적으로 팔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하지 못했다면 사업성은 형평 없는 것이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


제품을 어떻게 팔 것인가

- 뛰어난 세일즈와 유튱은 그 자체로 독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심지어 제품 차별성이 전혀 없더라도 말이다. 제품이 아무리 강력해도 강력한 유통 계획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바이럴 마케팅

- 시장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가장 먼저 점령하는 사람이 전체 시장의 라스트 무버가 된다.

- 우리는 가장 가치 있는 이용자들을 먼저 확보하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바로 이베이의 '파워셀러'들이었다. 이들 직업적 판매상들은 이베이의 경매 시장을 통해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았는데, 그런 사람들이 2만 명이나 됐다. 그들 대부분이 매일 여러 건의 경배를 진행했고, 파는 것만큼 구매도 했으므로 결재가 계속 이어졌다.

- 이베이의 자체 결제 시스템은 끔찍한 수준이었기 때문이 이들은 매우 열광적인 얼리어답터가 되어주었다. 페이팔이 분야를 지배하고 이베이의 유일한 결제 플랫폼이 되고 나자 뒤쫓아오는 기업은 ㅇ벗었다. 이메이에서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말이다.


- 직원이든, 창업자든, 투자자든 누구나 무언가는 팔아야 한다. 회사가 당신과 당신 컴퓨터 한 대로 구성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세일즈 담당자가 안 보인다면 당신이 세일즈 담당자가 되어야 한다.


(12) 사람과 기계, 무엇이 중요한가

- 컴퓨터는 인간의 보완물이지, 대체물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을 세울 기업가들은 인간을 한물 간 폐물로 만들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키워줄 방법을 찾는 사람일 것이다.

- 미국인들이 가까운 미래의 기술을 두려워하는 것은 가까운 과거에 벌어졌던 글로벌화가 재현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매우 다르다. 사람들은 일자리와 자원을 놓고 경쟁하지만, 컴퓨터는 그 어느 것도 우리와 경쟁하지 않는다.

- 인간과 컴퓨터는 단순히 누가 더 강하고 약한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서로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컴퓨터는 도구일 뿐 경쟁자가 아니다.

- 이런 식의 인간-기계 공생 관계 덕분에 페이팔은 사업을 계속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수십만 곳의 소규모 업체들도 우리의 경제 시스템을 이용해 인터넷상에서 번창할 수 있었다.

- 페이팔 보안 시스템의 인간-컴퓨터 복합 접근법을 이용하면 테러리스트들의 연락망과 금융사기도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이미 FBI가 관심을 보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 미국의 가장 큰 두 곳의 첩보기관은 서로 정반대의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CIA는 인간에게 특권을 주는 스파이들이 운영한다. NSA는 컴퓨터를 우선시하는 장군들이 운영한다. CIA의 애널리스트들은 수많은 노이즈가 섞인 정보를 처리해야 하므로 가장 심각한 위협들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NSA의 컴퓨터들은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지만, 기계 혼자서는 누가 테러리스트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지 권위 있게 판단하지 못한다.

- 팰런티어는 이런 상반되는 편향을 초월하는 것이 목표다. 팰런티어의 소프트웨어가 정부가 주는 데이터를 부석해 수상쩍은 행위들을 골라내면 훈련된 애널리스트들이 다시 검토하는 것이다.

- 발전된 소프트웨어가 이런 일을 가능하게 했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애널리스트와 검사, 과학자, 금융전문가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면 소프트웨어는 아무 쓸모가 없었을 것이다.


- 인간보다 더 똑똑한 컴퓨터를 만든다면, 실제로 우연에게 다시 복수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수도 있다. 강한 인공지능이란 우주의 복권 같은 것이다. 우리가 당첨된다면 유토피아가 오는 것이고, 우리가 당첨되지 못하면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것처럼 우리는 사라지고 스카이넷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이다.

- 하지만 먼 미래에 대한 불명확한 두려움 때문에 지금 명확한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는 안 된다. 기술 반대주의자들은 컴퓨터가 언젠가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컴퓨터를 만들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열광적인 미래 전문가들은 우리가 컴퓨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두 입장의 중간쯤에는 분별력을 가진 이간이 수십 년 후에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가능성을 아직 남아 있다. 컴퓨터를 활용할 새로운 방법들을 찾아낸다면, 컴퓨터는 단순히 인간이 이미 하고 있는 일만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13) 테슬라의 성공

- 대부분의 청정기술 기업이 도산한 이유는, 모든 기업이 반드시 답해야 봐야 할 일곱 가지 질문 중 하 가지 이상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 1. 기술: 점진적 개선이 아닌 획기적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 2. 시기: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 지금이 적기인가?

> 3. 독점: 작은 시강에서 큰 점유율을 가지고 시작하는가?

> 4. 사람: 제대로 된 팀을 갖고 있는가?

> 5. 유통: 제품을 단지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할 방법을 갖고 있는가?

> 6. 존속성: 시장에서의 현재 위치를 향후 10년, 20년간 방어할 수 있는가?

> 7. 숨겨진 비밀: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독특한 기회를 포착했는가?


기술

- 위대한 기술 기업은 가장 가까운 대체 기술보다 10배는 뛰어난 독자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청정기술 기업들은 10배는 고사하고 2배의 개선을 이룬 경우도 거의 없다. 때로는 대체하려는 제품보다 실제로 '못한' 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었다.

- 막상 새 제품을 팔려고 하면 과장된 주장에 워낙 익숙한 사람들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새 제품이 10배가 훌륭할 때만 고객에게도 제품이 명백히 우월하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시기

- 청정기술 회사를 세운 기업가들은 약속된 시기가 왔다고 스스로를 열심히 설득해야 했다.

- 2000년대 중반에 도약이 임박했다는 것을 알릴 만한 공학적 발전은 거의 없었다.

- 천천히 움직이는 시장에 진입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장을 차지할 명확하고 현실적인 계획이 있을 때만 가능한 얘기다. 실패한 청정기술 기업들은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았다.


독점

- 청정기술 사업가들의 시장에 대한 생각은 불쌍한 만큼 오락가락했다. 그들은 차별화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들의 시장 크기를 과장되게 줄였다가도, 수익성이 큰 거대 시장이라는 점을 평가해 달라고 했다.

- 하지만 하위 시장이 허구의 시장이라면 그 시장을 지배할 수는 없다. 그리고 거대 시장은 쉽게 차지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사람

- 실패한 청정기술 기업들을 운영한 사람들은 충격적 이게도 기술과는 무관한 팀들이었다. 이런 세일즈맨 타입의 경영자들은 자금을 모집하고 정부 보조금을 확보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고객들이 사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 데는 그렇게 뛰어나지 못하다.

- 최고의 세일즈는 숨어 있다. 제품을 팔 수 있는 CEO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세일즈맨처럼 '보인다면' 세일즈를 잘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고 기술은 더 모를 것이다.


유통

- 이스라엘 전기 자동차 신생기업인 베터플레이스의 차들은 하나같이 고객이 구매하기 아주 힘든 차였다.

- 먼저 고객들은 자신 이 무엇을 사는지 알기가 매우 힘들었다. 배터리플레이스는 르노자동차에서 세단을 구매해 전기 배터리와 모터를 장착했다. 그러면 르노의 전기차를 사는 걸까, 베터플레이스의 차를 사는 걸까?

- 베터플레이스는 자신들의 기술이 저절로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굳이 제대로 된 마케팅을 펼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존속성

- 모든 기업가는 특정 시장에서 라스트 무버가 되겠다고 계획해야 한다. 청정기술 기업 중 이 질문에 대한 훌륭한 답을 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었다. 그 결과 망하는 모습도 비슷비슷했다.

- 청정기술 기업들은 똑같은 친환경 제품을 제조하면서 경쟁을 예상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시장 전체에 대해서도 잘못된 가정을 하고 있었다. 청정기술 업계는 화석연로가 줄어들 것을 전제로 생겨난 산업이었지만, 갑자기 셰일가스라는 복병을 만났다.

- 재생에너지만이 앞으로 유일한 해결책이고, 화석연료는 '절대로' 더 저렴해지거나 깨끗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 셰일가스 역시 존속 가능한 에너지 해결책은 아닐지 모르지만, 앞을 내다보니 못한 청정기술 기업들을 몰락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숨겨진 비밀

- 모두가 동의하는 널리 관습화된 생각만으로 자신들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대한 기업들은 숨겨진 비밀을 갖고 있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구체적 이유가 있다.


사회적 기업의 함정

- 청정기술 사업가들은 대부분의 기업이 정의하는 성공 이상의 것을 목표로 했다. 청정기술 버블은 '사회적 기업' 역사상 가장 큰 현상이자 가장 큰 몰락이었다.

- 사회적 기업가들은 양쪽 세계에서 좋은 것들만 결합해 '좋은 일을 해서 성공하자'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보통은 결국 둘 중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다.

- '사회적'이라는 단어의 모호함이야말로 더욱 큰 문제였다. '사회적으로 좋은 것'은 사회를 '위해서' 좋은 것인가, 아니면 그저 사회가 '보기에' 좋은 것인가?

- 진보의 발목을 잡는 것은 기업의 탐욕과 비영리 단체의 선한 의도가 아니라 두 가지가 똑같다는 사실이다. 기업들이 서로를 베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영리 단체들도 다들 똑같은 사항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여준 것이 청정기술 산업이었다. 차별화되지 않은 수백 가지의 제품이 지나치게 넓은, 똑같은 하나의 목표를 표방했다.

- 사회를 위해서 정말로 좋은 일은 뭔가 남들과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테슬라: 7점 만점에 7점

- 테슬라는 청정기술 기업들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2000년대에 출발해 지금까지도 번창하고 있는 회사다. 테슬라 역시 청정기술이라는 사회적 유행에 편승했지만 테슬라는 일곱 가지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의 성공은 많은 교훈을 준다.

> 기술: 테슬라는 다른 회사들이 의지할 만큼 훌륭한 기술을 갖고 있었다. 테슬라의 기술적 성취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부분은 어느 한 부분이나 부품이 아니었다. 오히려 많은 부품들을 결합해 하나의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었다.

> 시기: 2009년에는 정부가 청정기술 기업들을 계속해서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웠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기회가 한 번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200년대 중반에 5억 달러에 가까운 보조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액수였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가능했던 순간은 역사상 단 한 번뿐이었는데, 테슬라가 그 기회를 완벽하게 포착한 것이다.

> 독점: 테슬라는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하위 시장에서부터 시작했다. 바로 고가의 전기차 스포츠카 시장이었다. 2008년 첫 로드스터가 생산 라인에 오른 이후, 테슬라는 로드스터를 겨우 3,000대 정도밖에 팔지 못했다. 하지만 한 대에 10만 9,000달러짜리 차량이었으니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작게 시작했기 때문에 테슬라는 약간 덜 비싼 모델 S의 연구개발에 착수할 수 있었고, 이제는 고급 전기차 세단 시장까지 ㅏ지하게 되었다. 테슬라는 2013년에 2만 대 이상의 세단을 팔았고, 지금은 더 큰 시장으로 확장하기에 좋은 위치에 와 있다.

> 사람: 테슬라의 CEO는 완벽한 공학자인 '동시에' 세일즈맨이었다. 그러니 그는 자신의 팀도 두 가지를 모두 잘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 유통: 대부분의 회사들은 유통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만, 테슬라는 유통을 너무나 진지하게 생각한 나머지 유통체인 전체를 직접 소유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독립 대리점들의 신세를 져야 한다. 포드와 현대는 자동차를 만들지만 파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해주어야 한다. 테슬라는 직영점에서 자동차를 직접 팔고 서비스까지 한다. 이런 방식을 취하면 전통적인 대리점에 비해 처음에는 돈이 더 많이 들지만, 고객 경험을 통제할 수 있고 테슬라의 브랜드를 강화해 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비용이 절약된다.

> 존속성: 테슬라는 선발주자이면서 누구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이 말은 곧 향후 몇 년간 뒤에 오는 기업들과의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뜻이다.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테슬라는 아직도 창업자가 사업을 책임지고 있으므로 당분간은 느슨해질 걱정이 없다.

> 숨겨진 비밀: 부유한 사람들은 특히나 상자처럼 생긴 프리우스나 못생긴 혼다 인사이트를 모는 한이 있더라도 '친환경'적으로 보이고 싶어 했다. 이런 차의 운전자들을 근사하게 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유명 영화배우들도 같은 차를 소유하고 있다느 사실뿐이다. 일반 청정기술 기업들은 스스로를 차별화하느라 고전했지만, 테슬라는 청정기술이 환경적 의무보다 오히려 사회적 현상이라는 숨겨진 비밀을 바탕으로 고유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에너지 2.0

- 1990년대의 대표 아이디어는 '인터넷이 크게 성장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정확히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고, 다른 아이디어는 없었다. 기업가는 거시적 차원의 통찰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는 없다. 청정기술 기업들도 똑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 세상이 아무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고 하더라도 특정 에너지 문제에 대한 뛰어난 해법을 제공하는 회사만이 돈을 벌 수 있었다. 아무리 어느 분야가 중요해도 그저 참여하는 것만으로 저절로 위대한 기업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 역설적인 얘기지만, 에너지 2.0을 창조할 기업가가 도전해야 할 장애물은 '작게 생각'하는 것이다.


(14) 창업자의 역설

- 극단적인 창업자들의 모습은 인간사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고전신화에는 그런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오이디푸스는 인사이더이자 아웃사이더인 사람의 전형이다. 그는 아기 때 버려졌고, 해외에서 종말을 맞았다. 그러나 근사한 왕이었고,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 만큼 똑똑했다.

- 처형을 당하기 전 희생양은 신과 같은 숭배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황들은 살아 있는 신이었고, 모든 신은 살해당한 왕이었다. 어쩌면 현대의 모든 황은 자신의 처형을 계속 미루고 잇는 희생양인지도 모른다.

- 기업이 알아야 할 교훈은 우리에게는 창접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창업자들을 더 인내해야 한다. 우리는 단순한 점진적 발전을 넘어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특이한 개인들이 필요하다.

- 창업가자 알아야 할 교훈은 개인에 대한 명성과 칭찬은 언제든지 오명과 축출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창업자들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 무엇보다 개인으로서 자신의 힘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창업자들이 중요한 것은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위대한 창업자들은 자기 회사의 모든 이들에게서 최선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맺는말_시간이 흐른다고 미래가 되지는 않는다

-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창조해 훨씬 더 나은 미래를 만들 가능성 말이다. 이런 결과가 가장 극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부른다. 특이점이란, 새로운 기술이 너무나 강력해서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한도를 뛰어넘는 상황을 상상해 일단 붙여놓은 이름이다.

- 커즈와일(<특이점이 온다>의 저자)에 따르면 '특이점이 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므로,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게 스스로를 준비시켜는 방법밖에 없다.

- 우리의 미래는 아무것도 없거나, 무언가가 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리고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미래는 지금보다는 낫겠지'라고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싶다면 지금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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