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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미 May 26. 2024

민희진 사태,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좋을까?

Written by 클래미

민희진의 기사회견이 벌써 4주가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명확한 끝맺음이 없어 답답함이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기사회견 당시 엔터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업계에서 "당신이라면 민희진 같은 사람을 뽑을 건지 아닌지"가 큰 화두였다는 것이다. 민희진 같은 사람이라면 기획력은 뛰어나지만 팀워크가 떨어지는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닌가 싶다. 더 재미있는 것은 거의 50대 50대로 편이 갈라져, 이를 두고 SNS에서 서로 썰전을 나누는 현상을 자주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거의 BTS가 빌보드 1위를 찍은 것보다 더 대국민적인 관심을 끈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 부모님도 뉴스를 보고 물어봤을 정도니)


개인적으로 누가 맞고 틀리냐를 객관적으로 중재하는 일은 정말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각자의 입장에서 본인의 이해관계와 맞는 입장을 옹호하고, 그렇지 않은 입장을 반대하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태를 맞이한 각자의 입장을 살펴보자:




1.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대중" (하이브 팬 제외)


사실 이들의 생각과 발언은 가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물론 엔터 업계의 경우 평판으로 먹고 사는 것이기 때문에 대중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지만, 대중의 입장에서는 굳이 에너지를 들여서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의견을 표출할 필요가 전혀 없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들의 발언에는 무게감, 신뢰성, 책임감이 없어, 솔직히 말하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어차피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억에서 모두 잊혀질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들은 어느 편에 서서 어떤 의견을 펼치든 표현의 자유일 뿐이며, 오히려 그들이 더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누구도 규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2. 명확한 비즈니스 관계인 "팬"


어쩌면 단기적으로 이 그룹의 입장을 가장 잘 신경 써줘야 하지 않나 싶다. 회사와 명확한 비즈니스적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콘서트에 참여하고 앨범을 많이 사는 코어 팬과 음원 스트리밍 정도 소비하는 라이트 팬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걸 굳이 여기서 구분하지는 않겠다.


하이브와 민희진 모두 대중은 다 돌아서더라도 비즈니스 모델인 팬을 무조건적으로 끌어안는 전략을 취했을 것이다. 물론 팬의 반응을 모두 살펴본 것은 아니지만, 보통 기획사와 아티스트 간의 애증관계가 존재하는데 (이걸 가끔 회사에서 전략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회사라는 공공의 적을 만들고 아티스트와 팬이 더 단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어도어의 경우 민희진-뉴진스-버니스(팬덤)이 단합한 모습이 보여진 듯하다. 의도였든 아니든 민희진이 하이브-뉴진스를 애증관계로 만들어서, 본인과 뉴진스 그리고 버니스를 하나의 집단으로 명명했다.


사실 되게 특이한 구조이며, 어쩌면 민희진이 경영진(회사)이기 전에 스스로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선구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엄밀하게 따지면 그룹을 만들고 해체도 시킬 수 있는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이지만, 아티스트적인 이미지를 강화해 자사의 아이돌 그룹을 물심양면으로 이해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박진영도 비슷한 사례이지 않나 싶다. 그가 현역으로서 얼마나 경쟁력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회사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 있어 의미 있는 전략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이 전략에는 아주 큰 리스크가 있다. 왜냐하면 앞서 말했다시피 회사에서 의도적으로 회사-아티스트-팬이라는 3자 구도를 만들기 때문이다. 어차피 아티스트 활동을 하면서 문제가 터지기 마련이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럴 때 최악의 상황은 아티스트가 책임을 지고, 모든 팬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설사 아티스트가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이를 회사가 대신 책임을 지고 욕을 먹음으로서 팬덤의 이탈을 막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비즈니스의 룰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대신 얻어 맞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회사의 존재감도 만들면서, 동시에 아티스트와 명확한 구분을 짓는 이유이다.


정리하자면, 민희진이 이번 사태를 통해 아티스트와 버니스를 모두 끌어안고 한배를 타는 전략을 취했다. 성공하면 콜럼버스의 신대륙을 발견하는 엄청난 업적을 만들 수 있을 테고, 실패한다면 타이타닉호가 될 수 있는 모 아니면 도의 전략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어떻게 될지 전혀 가늠할 수 없지만, 이분의 리더십 스타일인지, 실제로 막다른 길에 봉착해서 발현되는 기지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3. 모종의 파트너십 관계인 "직원"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하이브의 블라인드(익명 게시판)를 보면 99%가 하이브(방시혁, 박지원) 편이다. 어떻게 대중과 직원의 입장 차이가 이렇게 큰지 정말 신기하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굉장히 명확하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하이브 직원들의 일이 많아졌고, 회사 명성도 실추했으며, 주가도 많이 떨어졌다. 인과관계를 따지기 전에 결과적으로 그들이 피해를 가장 많이 입었다. (문제는 하이브와 어도어의 경영진이 일으켰는데 말이다.)


그리고 직원의 수도 어도어보다 하이브가 훨씬 많을 것이다. 하이브는 모회사이고, 그 안에 어도어 같은 레이블도 있지만, 이들을 서포트하는 부서가 굉장히 많을 테다. 회사 내부 상황임에도 모두가 이 사태와 연관된 것은 아닐 테니, 사건의 진실을 떠나 표면적으로 보면 민희진이 회사(하이브)를 상대로 소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뉴진스의 음악을 좋아하더라도 회사(하이브)의 소속이며 월급을 받는 직원 입장에서는 하이브의 편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이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텐데, 99%가 하이브 편인 것은 좀 특이하긴 하다. 익명 게시글을 보면 하이브 직원들이 민희진뿐만 아니라 어도어 직원들에게도 많은 갑질과 불합리함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즉, 한 명이 아닌 집단 전체가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 좀 신기하다.


물론 어디서든 갑을 관계가 형성되면 을이 좀 힘들 수밖에 없고,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지만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은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경영진 사이뿐만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하이브와 어도어 사이에 미묘한 관계가 있었던 것 같다. 때문에 직원들의 여론이 대부분 부정적이었던 것 같다.


4. 어느 정도 얽혀있는 업계 전문가 (평론가 등)


팬처럼 명확하게 회사와 금전적 이해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팬만큼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그룹이다. 또한, 이들은 하이브뿐만 아니라 국내외 엔터 시장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며 보기 때문에 가장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이들도 아티스트처럼 평판으로 돈을 버는 직군이며, 그 평판은 팬보다 회사 관계자를 향하기 때문에 (엔터 기업 컨설팅, 업계 커뮤니티 운영 등) 눈치를 본다면 팬보다 회사의 눈치를 더 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런 사태에서는 어느 편을 명확하게 지지하는 것보다 한발 물러서서 간접적으로 의견을 내놓는 듯했다. (특히 상대가 하이브와 민희진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울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기업/팬덤/업계/해외 등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현상을 풀이할 뿐, 대중/팬/직원처럼 어느 편을 명확하게 지지하는 경우는 많이 보지 못한 것 같다.


여기서 가장 나를 화나게(?) 했던 부류는 대중인데, 전문가인 척하는 사람들이다. 꼭 음악 평론가만이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며, 대중들보다 좀 더 많은 책임감과 정보를 가지고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충분히 존중하지만, 유튜브 렉카 채널처럼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이 억지로 논리를 만들면서 이슈 몰이를 하려는 모습을 보곤 한숨이 절로 나오곤 했다.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전문가 타이틀을 갖고 있는 사람은 발언에 좀 더 많은 무게감과 영향력이 있음을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던진 돌멩이에 누군가 다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만약 본인이 그 정도의 책임감을 가지고 발언한 게 아니라면, 더더욱 문제다. 전문가 타이틀을 가질 자질이 없기 때문이다.




글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지만,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보니 민희진 사태가 여러모로 꽤 재미있고 흥미로운 사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건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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