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길은커녕 부모의 빈자리를 가득 느낀 나에게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딸이 있다.
내가 못 받았던 사랑을 언제 필요했는지를 기억하기에 그 사랑을 가득 주고 있다. 나에게 온 선물처럼 딸은 정말 환장하리만치 예쁘고 사랑스럽다.
유치원에서는 곧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행사를 한다. 부모님이 몰래 산타인척 카드를 보내주면 아이에게 행사날 작은 선물과 함께 산타할아버지가 찾아와 전하겠다고 했다.
작년에도 그리했으니 이번에도 서류봉투에 넣어서 보냈다.
하지만 당일에 병원에 들르는 데다 유치원에 행사가 있어서 선생님이 꺼내지 못했나 보다.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 카드였지만 '다음날 보시겠지...' 하고 그대로 넣어두었다.
가방 한가득 유치원에서 만들고 그리던 것들을 쌓아두기만 하고 꺼내보지 않는 딸이기에 그대로 넣어두어도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딸이 가방을 뒤적거린 하루 중 한 날이 되었다.
뉴스를 보던 내 눈앞에 너무 신기한듯한 얼굴로 딸이 말했다.
"엄마... 이것 봐! 이게 왜 내 가방 안에 있지?"
나는 속으로 '아...! 망했다...' 생각했다.
형제, 자매가 있는 여섯 살 아이들은 제법 산타는 없다는 것을 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딸은 외동이었고 아직 산타가 존재할 거라고 믿는 순수한 아이였다. 우리 딸은 정말 신기한 눈으로 글씨를 읽어달라고 했다. 그 카드도 내 글씨를 아는 딸이어서 지인한테 부탁한 건데 이제 몇 년 지나면 그 산타는 엄마, 아빠라는 것을 알 테지...
카드를 보고는 두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모아 자신이 받고 싶었던 선물을 빈다.
미안해ㅋㅋㅋㅋㅋ
올 해에 닌텐도는 아직 안될 것 같아.
- 네가 믿었던 산타의 실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