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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우 Mar 16. 2020

IT창업칼럼-4. 5억지분을 발로찬 스타트업 CTO

IT창업 쉽게보면 큰코 다친다

능력을 배양할 것능력을 배양할 것능력을 배양할 것

개발자를 찾고 있던 스타트업 Brich


1인 창업을 접은 후, 임직원 100명 이상의 회사 두 곳에서 IT 개발팀에서 다시금 4년 가량 근무를 했다.

개발자로서 성장과 보람이 있었지만 스트레스와 박탈감 도 얻는 일도 있었다.

6개월 정도를 본의 아니게 쉬게 되었고 한 업체의 일을 맡게 되어 재택 프리랜서로 잠시 일을 했다.


그러던 중 2015년 6월, 브리치 라는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당시 그 곳은 창업 1년이 채 안된 시점의 스타트업 이었다.

지마켓, 위메프, LG U+ 출신의 대표 및 코파운더 들을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면접차 뵙게 되었고

외부의 기술자문 인력에게 기술 면접을 거쳤다.

회사의 투자금 여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어서 연봉을 절반 가량으로 낮추고 대신 

일부 지분 계약을 조건으로 같이 일하게 되었다.



구성원들이 세운 비즈니스 모델의 가설을 검증하는 단계 였고 

곧 구조화를 통해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해야 할 때 였다.

임직원이 많고 이미 서비스가 안정화 되어 있는 곳 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지만

열정이 가득한 능력 있는 직원들과 소수정예로 일하게 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투자사인 메쉬업엔젤스의 대표님이 가끔씩 회사를 방문해 고충을 듣고 의견을 주시는 등의

피드백이 교류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본격적인 업무 파악과 작업 착수


이 곳에서 처음으로 워드프레스를 접하게 되었는데 본래 워드프레스는 세계적으로 널리 쓰는

무료 홈페이지 제작 툴이다.

여기에 쇼핑몰 기능을 플러그인 형식으로 설치해서 쓰는 우커머스를 사용해

상품을 등록, 결제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상품수와 주문이 아직 적을 때였기에 문제점은 없어 보였지만

프로그램 구조상 갈수록 점점 더 느려질 수 밖에 없는 형태 였고

새로운 기능 추가와 수정을 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어려웠다.

그래서 국내의 입점 기능이 있는 쇼핑몰 솔루션을 여럿 검토하여 채택한 솔루션 프로그램으로

기존 사이트의 데이터 이전과 PC 버젼, 모바일웹 버젼을 3개월 만에 런칭했다.

안드로이드 앱은 외주사를 통해 진행하여 구글 스토어에 개시됐다.

그 과정에는 물리적인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야근의 반복이 불가피 했다.



예상치 못한 불협화음



이 곳 에서는 1인 창업 때 리스크로 생각했던 세 가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첫째, 필요한 각각의 구성원들이 존재했고 경험과 실력은 출중했다.

둘째, 비록 MVP 버젼이 아닌 완전한 형태의 사이트 였지만 빡세게 개발해서 3개월만에 서비스를 출시 했다.

셋째, 언제든 회의 테이블에서 모두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대화가 가능했다. 

아울러 구성원이 많지 않으니 의사결정 단계가 짧았다.


하지만 오픈 첫날부터 매출이 터지는 일은 흔하지 않다.

우리도 그러하였으며 1달간 후속 개발작업이 진행되면서도 매출의 호조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인건비와 회사 운영비는 후속 투자를 조속히 유치 하지 않으면 몇 달후를 내다보기에도 힘들어 보였다.


디자인 이사님은 야근과 주말작업 등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회사업무와 관계 없는 외주 작업을 주기적으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 역시 월급을 절반으로 줄이고 개인 여가를 포기하고 짧은 일정 완수를 위해 달려왔음에

코파운더 수준으로 열정을 다하는 모습을 충분히 보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가끔씩은 어떤 개발 작업을 할 때, 명확하게 일정을 책정하고 싶어도 

상황상 몇월몇일에 어떤 기능을 완전히 끝낼 수 있을 지 없을 지 잘 알수 없을 때가 있다.

지금껏 목표달성을 위해 열심히 해왔고 결과도 좋았었기 때문에

늦지 않게 완수를 할 거라는 내 얘기를 믿었으면 했다.


하지만 외주 작업들에 따른 피로도와 스트레스가 이사님에게는 상당해서 그랬을까?

초반과 달리 대략의 일정보다는 명확한 일정을 요구하는 것이 잦아지면서 의견 충돌이 여러차례 발생했다.

그리고 어느샌가 서로가 마음의 응어리가 생긴 듯 소통의 불편함이 생겼음을 느꼈다.



불확실성의 확대와 밀려드는 박탈감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 라는 옛말이 있다.

그 당시에 난 점점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입사 초기에 프린터를 네트워크로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불편하게 프린트 하는 것을

각자 자리에서 원격으로 프린트 할 수 있게만 해 드렸을 때도 박수를 받았었다.


" 와~ 우리도 개발자가 생겼어 "


아울러 그들이 진정 만들고 싶어하는 IT 프로젝트를 전담 하기 위한 

구하기 힘든 경력 개발자를 구했다는 사실에 기뻐했던 모습과 

어서 빨리 성공해서 부를 나누자는 희망의 외침들이 기억에 선했다.


그런데, 내가 지금 이런 기분(명확한 일정수립압박 등..) 느끼려고 월급 반토막에 밤낮없이 일했던가?

내가 겨우 이정도 밖에 신뢰를 못 주고 있던 것인가?

박탈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계속해서 고생만 하고 보상보다는 불신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지금 생각해보면 얘기를 통해 잘 풀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그때의 나는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


이런 걱정들을 일부 해소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월급인상을 조심스레 요구했다.

대표님은 나의 고생과 업적은 알겠지만 코파운더들과의 약속도 있고 지금 시점에는 힘들다는 말씀을 주셨다.


스타트업에는 J 곡선 이라는 것이 있다.

J 의 움푹 낮게 파인 부분이 일명 죽음의 구간이다. 

서비스가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보통 겪게 되는 힘든 기간을 뜻한다.

스타트업 경험이 처음인 나로서는 J 곡선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설령 이해 했다고 해도 현재 내 눈으로 보고 있는 회사의 상황들이 앞으로 더 기나긴 시간이 될 것 같았다.

더 늦기 전에 안정된 직장으로 옮겨야 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게 들었고

결국 퇴사하게 되었다.


1년 뒤, 사무실을 놀러가서야 알게 되었지만 퇴사 후 4개월 뒤 시리즈A 투자를 받았었다.

그리고 아래 사항은 기사를 통해 접했다.

그 다음해에 25억, 그 다음해에 37억 후속 투자를 유치했으며

천만명이 다운받은 앱으로 성장했다.

지분 계약을 하고 죽음의 구간을 잘 견뎠더라면? 보상으로서 억 단위의 지분을 ??


하지만 후회는 없다. 여전히 여러가지 면에서 부족하고 무지했다.

스타트업이 처음이었고 그당시에 나의 문제해결 능력과

소통능력, J곡선개념의 무지 등 부족함이 많았기에 어쩔수 없었다 ^^;



스타트업에서 다시 일하게 된다면


열정 가득한 실력파 구성원들과 스타트업 형태로 근무를 해 본 결과,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상기 해야함을 깨달았다.


첫째, 열정페이와 막연한 지분으로 일하지 말 것.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고 혹여 불확실성이 온다고 해도 견뎌낼 수 있다면 이 부분은 개인의 판단에 맡긴다.

하지만, 불안정한 자본상태는 꼭 금전적인 면이 아니더라도

그 불안의 씨앗이 다른 곳에 퍼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음은 명심하자.

성공에 대한 확신이 보인다 해도 회사사정을 봐주는 것은 1~2달이어먄 하고

그 이후에는 100% 월급을 보장하는 조건을 추천한다.


둘째, 개인 여가와 회사업무를 맞바꾸지 말 것.


피치못한 상황이나 오픈 임박 시점에 약간의 야근은 할 수 있겠으나

단순히 일정을 하루라도 앞당긴다는 목적으로 하는 야근은 심신의 피로를 야기 하기 때문에

판단력도 흐려지고 시간이 흘러 박탈감 및 번아웃 현상의 위험이 있다.

가족이나 친구와 외식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하는 일상 생활이 공존되어야

건전한 정신과 신체 컨디션으로 회사업무를 진행 할 수가 있다.


셋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배양할 것


스타트업은 이미 조직화 된 회사에 비해 여러모로 미비한 것들이 많다.

특히 조직문화, 업무프로세스, 역할분담 에서 갈등이 잦을 수 있다.

개발자라면 초기에 어떤 부분을 주 담당으로 할지 정하는 게 첫번째 일텐데

나머지 자신없는 부분까지 언제까지 다 되게끔 해보겠다는 희망고문을 줘서는 안된다.

해보겠다고 하면 다 되는 것으로 오해하여 받아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인과 기업에게 다 치명상이 올 수도 있으니 확정적이지 않는 것에서는 일정상 여지를 두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그리고 내 사정을 잘 알고 나를 대신해서 얘기해 주고 거들어 줄 사람이 많지 않다.

본인 스스로 감정도 잘 다스리고 전달 능력과 듣는 능력을 더욱 배양시켜야

스타트업 조직에서 더 잘 적응하고 발전해 나갈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글 > 5. 개발자는 많다. 스타트업 지원은 왜 적을까?

https://brunch.co.kr/@hidejjj/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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