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렸다.
'지지...... 징'
"이리 좀 와 봐요~"
"네... 갈게요~"
아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남편과 함께 아랫집으로 향했다. 목소리가 어제와 다르게 부드러우셔서 마음을 놓고 조금은 편하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사실 나는 허탈한 헛웃음만이 나왔다.
"하하... 내가 죽은 닭을 아랫집 마당에 묻었다고? 정말 재밌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그저 어이없는 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잠시 후, 어머니 댁에 도착했다. 소파에 앉아 계시는 어머니 곁에 나란히 앉았다.
한결 부드러운 표정으로 아랫집 어머니는 말씀을 시작하셨다.
"생각해 봐. 내가 얼마나 놀랐겠어. 난 닭이 죽은 줄도 몰랐는데 어저께사 들었지 뭐여."
"네..."
"내가 놀래서 그랬어. 혹시라도 마음에 앙금이라도 남을까 봐 얘기하려고 불렀어. 내가 집 이를 얼마나 좋아하고 고마워했는지 몰러. 나도 갑자기 죽은 닭이 마당에 있으니 얼마나 놀랬겠어. 그래서 화가 나서 내가 욕을 했지 뭐여."
"네... 저는 어머니께서 저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셨다는 게 믿어지지도 않고, 너무 속상하고 억울했어요."
다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이고, 울지 말고. 그래서 내가 부른 거야. 내가 얘기를 들어보니 다 알겠더라고. 마음 상하지 마요."
"네.."
그렇게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소파 옆에 준비해 두신 사과를 깎아서 먹으라며 손에 쥐어주셨다. 그리고는 한라봉 껍질을 벗겨서 손에 쥐어주시며 꼭 먹으라고 하셨다.
"어서 먹고 마음 풀어요. 이렇게 서로 고맙게 잘 지내다가 응어리를 안고 가면 어떻게 혀. 어서 좀 먹어요."
처음 이사 오던 날, 주렁주렁 열린 가지를 따서 반찬 하라고 주셨던 내가 처음 뵈었던 이웃 어르신이다.
줄곧 이것저것 챙겨주시며 왕래하고 따스한 마음으로 잘 지내었는데, 너무 충격이 커서 아직 내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고, 가슴에 남은 좋았던 추억을 잃고 싶지 않았다. 사과도 먹고, 한라봉도 받아먹으면서 오해를 풀고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나왔다.
뒤따라 나오시던 어머니께서 죽은 닭의 사체가 묻어 있던 곳을 가리키며 알려주셨다.
어제는 두 마리가 묻혀 있다고 해서 분명히 사람의 짓이라고 들었는데, 알고 보니 두 마리가 아닌 한 마리의 사체가 묻혀있었다고 한다.
"그럼, 나머지 한 마리는 어디에 있을까?"
수수께끼, 미스터리를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고양이가 땅을 파고 닭의 사체를 묻을 수 있을까?"
"개가 닭을 죽이고 땅을 파서 깨끗하게 묻을 수 있을까?"
"아니면, 정말 사람이 누군가가 어르신 댁 마당에 묻었을까?"
"나머지 한 마리는 어떻게 됐을까? 예상대로 고양이가 물고 갔을까?"
궁금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쁜 꽃순이 아무튼 이번 장날에는 청계 닭 두 마리를 더 사러 가야 할 거 같다. 윗집 어르신께서 우리가 닭을 두 마리만 사다 줬다고 마음에 불만을 품고 계신다 하니, 어쩔 도리가 없다.
장군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여전히 두 마리 닭을 더 바라시고 마음이 불편하시다면 어쩌겠는가? 마음을 편하게 해 드려야겠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장군이가 풀려서 닭이 다 죽었다고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답답해서 오늘 장군이에게 물었다.
"장군아, 너 청계 닭 죽였어? 죽은 거야? 안 죽인 거야? 대답 좀 해 봐!"
"....."
답이 없다.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고 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가 얘기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웃고 있는 장군이 이렇게 인생을 배워 간다.
젊은 딸 같은 아낙에게 집으로 불러서 사과까지 해주신 아랫집 어머니께 감사하다.
나로 인해 상처받는 이들이 없기를 바란다.
빛 된 자녀로 살고 싶었고, 빛으로 살아가려고 했다. 나의 연약하고 부족한 모습이 누군가에게 아픔을 주지 않기를 바라며,
내가 선 이곳이 거룩한 땅이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