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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파이 매거진 Jul 08. 2019

새롭게 떠오르는 하이엔드 스피커 에스텔론

ESTELON EXTREME


하이파이의 변방에서 럭셔리 하이엔드의 아이콘으로





스피커 업체인 에스텔론(Estelon)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북유럽 발트해에 인접한 발트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의 하이엔드 스피커 제조 회사이다. 2010년 하이엔드 스피커 브랜드로 등장한 에스텔론은 첫 작품인 XA를 시작으로 X 시리즈(XA, XB, XC 그리고 X Diamond) 이후 Y 시리즈의 YB를 내놓았고, 2015년에는 플래그십인 Extreme(이하 익스트림) 으로 초고가인 울트라 하이엔드 대열에 진입했다. CES를 비롯하여 세계적인 전시회와 매거진으로부터 각종 어워드를 수상하며 하이엔드 스피커로서의 입지를 다지며 빠르게 하이엔드 오디오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에스텔론 익스트림 리미티드 에디션


이들이 내놓은 익스트림은 플래그십으로서 엄청난 가격도 가격이지만, 특유의 디자인과 컨셉 덕분에 롤스로이스의 브랜드 VIP 이벤트에 초대되며 롤스로이스의 컨셉에 맞는 Extreme Limited Edition 이라는 별도의 에디션을 내놓으며 오디오를 뛰어넘어 럭셔리 굿즈 대열에 합류했다. 디자인, 기술 그리고 사운드 퀄리티로도 인정받은 성공적인 럭셔리 스피커인 에스텔론. 그렇다면 에스텔론은 어떤 업체이고 왜 이런 모델들을 내놓았는지 그들의 스토리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오디오의 변방, 에스토니아 그리고 에스텔론


알프레드 바실코프와 그의 딸 알리사와 크리스티나. 현재는 알리사가 대표이다.

에스토니아는 북유럽 발트해 연안의 국가로, 북쪽에는 핀란드, 서쪽에는 스웨덴, 동쪽에는 러시아 그리고 남쪽에는 또 다른 발트 3국인 라트비아가 있다. 지정학적 상황으로 인해 세계대전 이후 소비에트 연방의 일원으로 오랜 세월 동안 소련이라는 우산 아래에 놓여 있었다. 덕분에 모든 산업은 국가 귀속으로 국영 기업 형태로 운영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RET(Raadio-Elektroonika Tehas)라는 가전 업체였다. 1935년 설립되었다는 이 회사는 2차 세계 대전과 소련의 통치하에서 국영 기업으로 바뀌었고, 1991년 에스토니아의 독립이 있기까지 공산 국가 내에서 다양한 오디오 비디오 제품을 만드는 가전 업체로 유지되었다.


에스텔론을 설립한 창업자이자 회사의 기술 및 제품 개발을 맡고 있는 Alfred Vassilkov(이하 알프레드 바실코프)는 그 RET에서 근무한 엔지니어로, 소년 시절부터 전자 제품(특히 라디오 같은)에 관심이 많은 인물이었다. 이로 인해 청년 시절 레닌그라드에서 대학을 다니며 전자 공학과 음향학을 전공하고, 본국으로 돌아와 RET에서 다양한 오디오 기기들의 개발을 담당했다. 1985년부터 이 회사에서 제품 개발을 맡았던 그는 1991년 에스토니아의 독립 후, 그가 몸담고 있던 회사는 RET에서 ‘Audes(Audio와 Estonia의 합성어, 이하 오데스)’라는 이름의 회사로 탈바꿈하며 스피커 전문 제조 업체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이후 북유럽 및 동유럽을 기반으로 중저가 스피커를 내놓기 시작하면서 유럽에서 저렴한 스피커로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알프레드는 ‘오데스’에서 20년 가까이 스피커 개발에 집중하게 되는데, 그가 에스텔론을 설립하기 전까지 무려 100종이 넘는 스피커들을 그의 손으로 개발하게 되었다.


오데스에서 알프레드가 개발한 스피커는 음악과 음질보다는 저렴한 가격과 손쉬운 제조에 초점을 맞춘 스피커들로, 뛰어난 가성비가 목표였다. 덕분에 극도로 제한된 리소스를 가지고 좋은 소리를 내는 수 많은 원리와 방법을 찾아 시도와 실패를 경험하며 스피커의 설계에서 제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식과 경험으로 마스터하게 되었다. 그가 20년 넘게 몸으로 터득한 스피커 기술의 모든 것은 현존하는 최고의 스피커를 만들겠다는 개인적인 염원을 갖게 했다. 그리고 지난 2010년,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새로운 스피커를 만들기 위해 오데스를 떠나 하이엔드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에스토니아에서 최초로 하이엔드 럭셔리 스피커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에스텔론의 시작이다.





하이파이가 아닌 하이엔드에 도전한 에스텔론


에스텔론을 설립한 계기가 된 것은 오랜 스피커 개발에 대한 그의 지식에서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계기가 된 것은 오데스의 스피커 설계자로 각종 오디오쇼에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2000년 이후, 오데스의 책임자로 세계적인 오디오쇼에 참가하기 시작한 알프레드는 세계적인 스피커 브랜드들과 제품들을 직접 눈과 귀로 체험하며, 자신이 쌓아온 기술로 새로운 개념의 하이엔드 스피커를 머릿속에서 그려내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시작된 그의 새로운 스피커에 대한 아이디어는 기존의 스피커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디자인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그 아이디어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소재까지도 그가 20여년 동안 사용해왔던 모든 소재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했다. 그렇게 시작된 신개념 스피커 디자인은 새로운 소재, 새로운 드라이버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으로 점차 스피커의 모습이 갖춰져 나가기 시작했고, 2010년에 드디어 에스텔론이라는 이름으로 신개념 스피커의 프토로타입이 완성되었다.



에스텔론의 첫 스피커인 XA가 그 주인공으로, 이 스피커는 스피커에 90각도의 모서리가 없는 곡선만으로 이루어진 스피커로 디자인부터 남달랐다. 수십년 동안 네모난 박스에 스피커 유닛을 박아 넣었던 제품을 만들었던 엔지니어의 스피커라기엔 그의 과거 행적이 전혀 믿겨지지 않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없던 디자인의 스피커가 탄생된 것이었다.


탄생과 파격적인 디자인 그리고 수 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스피커로 등장한 에스텔론은 하이엔드 오디오 업계에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고, 오디오 업계의 변방인 에스토니아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단순히 오디오나 스피커를 만드는 업체가 아니라 고가의 하이엔드의 명성을 갖게 된 에스텔론은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제조 업체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함께 내한하여 행사를 갖을 정도로 에스토니아를 의미하는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에스텔론의 새로운 기술들


에스텔론의 LYNX 모델

1) 새로운 디자인과 신소재의 캐비닛


알프레드가 에스텔론을 시작하며 내세운 디자인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스피커였다. 그 디자인은 스피커 캐비닛 소재로는 흔한 MDF 같은 것으로는 만들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마치 코카콜라 병을 연상시키는 곡선형 디자인이었다. 나무 합판을 깎아서는 제작이 쉽지 않았고, 만든다하더라도 MDF 자체가 갖는 강성이 너무 무른 소재인데다가 온도 변화에 따른 변형이 스피커 구조체로서는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결국 디자인과 고강도의 유지를 위해 나무 소재 대신 각종 소재를 합한 폴리머 소재를 사용하여 몰딩 방식으로 틀에 넣어 새로운 캐비닛을 생산해내는 방법을 시도했다. 단단하면서도 가공이 쉬워야 했고, 지나친 딱딱함으로 인해 공진이나 기타 물리적 진동 노이즈가 소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소재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뒤따랐다. 그렇게 해서 직접 개발해낸 소재가 대리석 성분을 배합한 고분자 폴리머 소재였다. 에스텔론이 사용하는 이 신소재는 높은 경도의 단단함을 유지하면서도 적절한 내부 댐핑으로 특정 대역에서 특이 성향을 드러내는 공진이나 진동 문제도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애초부터 추구했던 곡면 디자인의 캐비닛 제작이 수월하다는 장점도 뒤따랐다. 게다가 온도 변화에 따른 뒤틀림이나 변형이 없는, 매우 안정된 스피커의 동작 환경을 제공한다는 안정성까지 완벽히 충족시켜주는 소재를 만들어낸 것이다. 수 차례의 설계와 제작을 통해 결국 에스텔론 스피커 디자인의 기본 플랫폼이 된 XA의 오리지널 디자인은 이 대리석 소재로 캐비닛 제작이 완성될 수 있었다.


2) 스피드와 정확도를 구현한 어큐톤의 드라이버들


흥미로운 또 하나의 사실은 스피커 드라이버들이다. 오디오 애호가라면 눈으로 금방 알 수 있듯이, 에스텔론의 하이엔드 모델들은 모두 어큐톤의 세라믹 그리고 다이아몬드 드라이버만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 부품을 쓰는 스피커 업체들이 적지는 않다. 하지만, 지리적으로 에스텔론은 북유럽 국가로 덴마크나 노르웨이가 가까운데 이곳에는 세계적인 스피커 드라이버 제조업체들이 있다. 게다가 그는 오랜 세월동안 그런 업체들의 드라이버들을 직접 써보고 스피커를 만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선택한 것은 독일의 어큐톤이었다. 알프레드가 북유럽의 유명 드라이버들 대신 고가의 독일제 드라이버를 택한 이유는 스피드와 정확도에 있었다.


어큐톤의 스피커 드라이버들은 굉장히 가벼운 질량임에도 이례적인 고강도를 자랑하는 소재들로 가공이나 성형이 쉽지 않은 것을 스피커 유닛으로 만들어낸 고가의 드라이버들이다. 따라서, 굉장히 빠른 반응으로 높은 다이내믹스를 얻어낼 수 있으며, 드라이버 특유의 대구경 보이스코일과 발열 해소 설계로 대음량 재생에서도 디스토션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빠르고 정확한 반응은 투명하고 치밀한 포커스로 홀로그래픽적인 음상 구현을 가져다준다. 문제는 굉장히 비싼 부품이라서 하이엔드 중에서도 고가의 모델들이 아니면 쉽게 도입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알프레드는 일생 동안 경험한 스피커 드라이버의 가장 이상적인 재생 환경을 신소재의 캐비닛으로 완성을 시킨 만큼, 최적의 환경에서 최고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드라이버로 어큐톤의 드라이버들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에스텔론에서 사용하는 모든 어큐톤의 드라이버들은 에스텔론 스피커 전용으로 제작된 에스텔론만의 유닛들이다.


3) 단순한 크로스오버


에스텔론의 스피커들은 기본적으로 난해하고 복잡한 크로스오버는 쓰지 않는 편이다. 본인 스스로 크로스오버에 대해 깊은 내용은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우퍼를 제외한 중역과 고역의 크로스오버는 아주 단순한 필터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스피커 드라이버들 자체가 자신이 추구한 사양에 맞춰, 최적화되어 제작된 유닛들이라서 별도의 필터 처리로 음을 깎고 이어 붙일 일이 없는, 매우 자연스럽게 대역 연결이 이어지도록 만든 것이다.


다만 미드레인지에 따라, 스피커마다 우퍼의 적용에 있어서는 가능한 한 중고역의 자연스러움을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날렵한 기울기의 우퍼 전용 크로스오버 회로를 별도로 설계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이는 우퍼가 중역까지 영향을 끼치지 보다 서브우퍼에 가까운 형태로 풀레인지에 가까운 중고역의 자연스러움에 매끄러운 저역의 확장을 추구한 결과로 보아야 할 것이다.




Extreme, 에스텔론의 한계에 도전하다


에스텔론의 스피커들 중 플래그십으로 불리우던 XA 및 X Diamond가 서열 2위로 밀려난 것은 지난 2015년의 일이다. 에스텔론은 성공적인 X 시리즈의 발매 이후, 보다 크고 대형 공간에서 초대형 스케일의 사운드 재생이 가능한 초하이엔드 스피커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자 울트라 하이엔드에 도전하는 초하이엔드 플래그십 개발이 뛰어들게 된다. 최초의 럭셔리 모델인 XA 시리즈가 등장할 때와 마찬가지로 알프레드는 2년 가까운 시간동안 또 다른 개념의 새로운 하이엔드 스피커 개발에 도전했다. 이미 새로운 것이 에스텔론의 스피커였지만,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기존 모델들의 틀을 뛰어넘는 제품 개발을 시도한 것이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익스트림’이다.



익스트림의 기술적 특징


1) 높이 가변형 스피커 캐비닛


익스트림이 기존 에스텔론 모델들과 다른 것은 크게 2가지다. 캐비닛 그리고 드라이버이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스피커 익스트림은 대형 공간을 소화해낼 수 있는 대출력이 가능한 초대형 울트라 하이엔드 스피커를 목표로 제작된 모델이다. 별도의 인터뷰 기사에서 제작자 본인이 밝힌 것처럼 이 스피커는 최대 100평 정도의 공간에서도 충분히 소리를 커버할 수 있도록 상한선을 염두에 두고 만든 스피커로, 기존 모델들과 다르게 스피커의 크기가 에스텔론 중에서는 가장 크다. 이를 위해 기존 스피커에서는 전혀 없던 새로운 방식의 캐비닛 디자인을 개발했는데 바로 높이 가변형 투피스 모듈 시스템이 그것이다.




익스트림은 미드베이스, 미드레인지 그리고 트위터까지 하나의 스피커 시스템을 하나의 모듈로 만들고, 저역을 담당하는 우퍼는 별도의 서브우퍼처럼 우퍼 모듈로 만들어 2개의 모듈이 하나의 스피커가 되는 형태를 취했다. 아래에는 우퍼 모듈이 하위 스피커로, 위에는 중고역 모듈이 상위 스피커가 되는 구조를 갖는데, 흥미로운 점은 기존에 흔히 볼 수 있는 서브우퍼 위에 북쉘프 스피커를 얹는 형태가 아니라, 전체가 하나의 풀레인지처럼 동작하는 스피커가 된다는 점이다. 외형적으로 보면 타사의 일반적인 투피스의 모듈형 스피커들과 달리 기존 에스텔론 스피커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상부 모듈과 하부 모듈 사이에는 높이 조정 컨트롤러라는 별도의 장치가 추가된다는 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컨트롤러는 상부 모듈과 하부 모듈이 분리되어 움직이도록 해주는데, 쉽게 말해서 상부 모듈이 최저점부터 최고점까지 상하로 이동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기본 형태에서는 1.77m 지만 컨트롤러를 동작시켜 높이를 늘리면 2.07m까지 스피커가 커지게 된다. 특히, 이 높낮이 조정 기능은 단순하게 수직으로 위/아래 이동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부 모듈이 원뿔 형태의 원호를 그리며 위/아래로 이동하기 때문에 리스너의 위치에서는 스피커 유닛이 일정 각도를 유지하며 듣는 이를 향해 음은 쏴주도록 맞춰진다.


이처럼 상부/하부의 두 모듈이 이동 동작을 통해 움직이도록 만든 이유는 대형 공간에서 천장과 바닥 그리고 스피커와 리스너 사이의 거리에 맞춰 음의 반사와 분산 특성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게다가 트위터에는 스피커 안쪽/바깥쪽으로 각도 조정까지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음의 정확한 포커스를 리스닝 위치에서 점음원 형태로 맞출 수 있다. 한마디로 상/하, 좌/우 조정을 리스닝 룸과 듣는 위치에 따라 자유자재로 맞춰 항상 공간에 최적화된 스피커 셋업을 가능하게 해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cSqLkoUcZlQ

참고로 스피커의 셋업 동영상을 보면 이 스피커가 어떤 형태로 구성되어 동작하는지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2) 어큐톤의 플래그십, 셀 컨셉(CELL concept) 드라이버



에스텔론은 저가 모델인 YB를 제외한 전 제품에 어큐톤의 드라이버들을 사용해왔다. 어큐톤의 드라이버들 자체가 일반 스피커 드라이버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고가 유닛들인데, 익스트림에서는 어큐톤의 드라이버들 중에서도 플래그십 라인인 셀 컨셉 드라이버만을 사용했다. 새로운 드라이버의 채택 이유 중 하나는 우퍼에 있다. 셀 컨셉 드라이버 중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우퍼로, 기존 세라믹 드라이버로는 대출력을 버티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 어큐톤도 이러한 기존 드라이버들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새로운 다이어프램의 설계와 새로운 내부 구조로 완성한 결과물이 셀 컨셉 드라이버의 우퍼다. 허니콤 형태의 폼 위에 알루미늄 샌드위치로 구성한 다이어프램은 가벼우면서도 고강도를 유지하며 대출력에도 디스토션이 생기지 않는, 어큐톤에서 가장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는 드라이버이다. 덕분에 크지 않은 용적의 캐비닛에서도 높은 파워의 저음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고, 굉장히 낮은 대역까지 커버한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우퍼는 상부 모듈 자체에도 10인치의 미드베이스 타입으로 전체 대역을 커버하고, 하부 모듈에는 2개의 10인치 우퍼가 70Hz 이하 대역만을 재생하는, 일종의 서브우퍼 역할로 동작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미드레인지와 트위터도 새로운 설계로 평행면에 배치해도 두 드라이버의 시간축이 정확하게 일치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이전의 어큐톤 드라이버들 보다 훨씬 줄어든 디스토션과 비약적으로 빨라진 음의 시작과 끝을 유지해주는 특성을 자랑한다.


이를 통해 익스트림은 자사의 일반 모델들 보다 훨씬 투명하고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도록 플래그십에 걸맞은 사운드 튜닝을 완성할 수 있었다.



3) 어렵지 않은 재생 요건과 세련된 마감 처리


익스트림의 마지막 특징은 아주 손쉬운 스펙을 지녔다는 점이다. 최대 2m의 대형기지만 모두 자사 스펙에 맞춘 고사양의 전용 드라이버들과 난해하지 않은 크로스오버로 임피던스는 4옴이지만 감도는 91dB/2.83V로 구동이 용이하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최저 추천 앰프의 출력 스펙이 20W에 불과해 높지 않은 저출력 진공관 앰프나 소출력 반도체 앰프로도 구동이 가능하다. 특히 셀 컨셉 드라이버들이 갖는 빠른 반응과 높은 감도 스펙은 출력이 높지 않은 진공관 앰프와도 좋은 매칭을 들려줄 것으로 보인다(리뷰에서는 대출력 반도체 파워 앰프만으로 시청했지만). 드라이버가 초하이엔드 사양인 만큼 내부 배선제도 미국의 하이엔드 케이블 업체인 쿠발라-소스나의 고급 선재를 사용했다.


또 하나 언급할 특징은 이 스피커의 마감이다. 캐비닛은 기본적으로 대리석 성분이 함유된 폴리머 소재로 완성되었지만, 그 위에 총 12 차례의 샌딩과 래커 처리로 12 레이어의 마감 처리가 입혀진다. 단순히 래커 처리를 많이 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눈으로 보는 이 스피커의 마감은 어느 거실, 어느 공간에 놓아도 좋을 만큼, 마치 럭셔리 수퍼카의 마감을 보는 듯한 세련된 겉옷을 입혀 놓았다. 기본 마감은 화이트, 블랙 뿐만 아니라 금, 은, 동 같은 다양한 메탈릭 질감의 컬러 선택이 가능하고, 기본 모델 이외에 특주 고가 모델로 롤스로이스 디자인에 맞춘 마감을 입힌 리미티드 에디션도 제공된다.




사운드 퀄리티


익스트림의 리뷰를 위해 앰프는 버메스터의 808mk5 프리앰프와 909mk5 모노 블록 파워 앰프를 준비했고, 소스 기기 또한 같은 버메스터의 111 뮤직 센터를 사용했다.


익스트림이 들려주는 사운드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도, 이미징 그리고 스피드이다. 마치 최고급 렌즈로 안경을 새로 맞춘 듯한 넓고 시원한 시야로 녹음에 담긴 전체 무대와 그 속의 내용들을 화려하게 눈 앞에 펼쳐 보여준다. 셀 컨셉의 30mm 다이아몬드 트위터와 7인치 세라믹 미드레인지 그리고 8인치 미드베이스가 그려내는 사운드는 대단히 화려하고 투명하여 작은 잡티 같은 것 조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중고역의 디테일과 해상도는 딱히 성능을 언급하지 않아도 될 만큼 극한의 성능을 보여주고, 저음은 에스텔론이 추구하는 하이스피드에 걸맞는, 대단히 기민하고 정확한 음의 시작과 끝은 지닌 예리한 저음을 들려준다.


코플랜드의 <보통 사람을 위한 팡파레>의 팀파니는 매우 깊고 강력한 토크가 실린 파괴력 넘치는 저음으로 순간순간을 두들기지만 일체의 부밍이나 흐트러진 뒷 여운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마치 팀파니 주자가 음의 끝을 잡기 위해 손으로 가죽의 떨림을 잡아내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저음 끝의 미세한 변화까지도 눈에 보일 듯 들려준다. 이렇게 선명하고 완벽한 제어력의 저음은 전체 사운드스테이지를 극도의 투명함으로 전체를 넓게 바라 볼 수 있도록 해준다. 금관악기의 색채와 울림은 매우 화려하고 선명한데, 자칫 높은 해상도로 인해 붉어질 수 있을 고역의 강한 에너지와 지나친 밝기 문제 같은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미세한 음의 입자를 지닌 덕분에 금관의 울림은 투명하고 시원하게 울려나오지만 메탈릭한 링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은 또 다른 대편성 관현악곡인 <라벨: 라 발스>에서도 잘 나타난다. 로열 콘서트헤보의 본거지에서 녹음된 이 음반에는 넓은 무대와 자연스러운 울림의 음향이 담겨있는데, 코플랜드와 마찬가지로 팀파니의 저음이 재생의 관건 중 하나이다. 중고역의 투명함은 무대 위의 각 악기군의 변화를 세밀히 잡아내는데,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액센트가 있는 팀파니의 울림은 매우 깊은 저음이면서 약간은 끝이 풀리는 울림으로 흐트러지기 쉬워서 재생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스피커에 따라서 팀파니 부분에서 음상이 딱딱하고 평면적으로 뭉개지거나 저음으로 스피커가 순간적으로 답답한 소리를 내버리는데, 익스트림은 그런 부분 조차도 유연하게 빠져나온다. 팀파니의 저역 깊이와 에너지를 충분히 실려있으면서도 저음으로 인해 중고역의 일거에 탁하게 변색되는 현상이 전혀 없다. 중고역과 서브우퍼로 저역을 아예 모듈로 분리한 덕분에 둔중하고 둔탁한 저음의 문제 없이 전체 악단의 스테이징 형성이 흐트러짐없이 끝까지 일관성있게 유지된다. 게다가 전혀 밝기의 지나침이나 메탈릭한 자극성없이, 콘서트헤보의 부드럽고 매끄러운 음향 특성을 그대로 전달해주는 뛰어난 공간 재현 능력을 보여준다.




클래식 보다도 더 뛰어난 감동을 주는 것은 ECM의 녹음들이다. 어쩌면 이 스피커는 ECM의 녹음의 장점을 그 어떤 스피커보다도 훨씬 더 정확하게, 아마도 만프레드 아이허의 의도에 맞춰 만든 스피커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투명도와 해상력으로 녹음의 모든 것을 눈으로 들여다 보게 해준다. 뉴욕의 한 교회에서 녹음된 신예원과 애런 파크의 컨셉 녹음인 <Lua Ya, 루아야> 중 어떤 트랙을 들어봐도 공간이 지닌 울림과 보컬의 몽환적 울림의 톤이 매우 잘 맞아떨어져 극도로 투명한, 때로는 성스럽기까지 한 느낌을 전해주는 투명한 울림의 노랫소리를 들려준다. 피아노까지도 보컬의 울림처럼 맑고 투명하여 보컬과 편곡이 추구한 음악성이 리스닝 룸을 가득채워준다. 또 하나의 ECM 녹음인 키스 자렛의 쾰른 콘서트나 파리 콘서트 같은 솔로 피아노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면 마치 시원한 여름밤의 콘서트에서 듣는 듯한 피아노의 선명하면서도 쿨한 울림이 더 이상 좋고 나쁨을 이야기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게 만들고 그저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한편, 베이스 주자인 마커스 밀러의 <Laid Back> 중 ‘Trip Trap'을 들으면 역동적이며 에너지가 실린 마커스의 베이스 연주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리듬으로 재현된다. 4분여를 지나며 점차 혼란스러워지는 관악기과 키보드 그리고 드럼이 모두 녹음 속으로 뛰어들어와도 익스트림은 전혀 혼란스러워지는 법없이 전체 악기들의 제 소리를 놓치지 않고 정확히 들려주며, 그 뒤와 그 앞에는 언제나 마커스 밀러의 베이스가 제 자리를 잃지 않고 활력 넘치는 베이스 연주를 유지한다. 이 스피커가 지닌 투명도, 해상력 그리고 저음의 에너지와 정확한 리듬 구현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정리


에스텔론이 일생 동안 쌓아온 스피커 기술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역작인 익스트림은 하이엔드 영역에서는 아직 젊은 브랜드지만, 이 업체가 지닌 기술적 역량과 디자인적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눈과 귀로 증명해주는 가장 멋진 증거일 것이다.


제작자 본인이 언급했듯이, 스피커는 스피커 1개의 스펙이 아니라, 2개가 하나의 페어를 이루어 그 성능을 측정했을 때의 결과물이 진정한 사운드의 평가가 이루어진다는 것처럼, 익스트림은 하나의 짝을 이뤄 제대로 셋업이 이루어진 공간에서 들었을 때 기존의 스피커들과는 차원이 다른, 익스트림이 지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두 스피커 사이에 펼쳐지는 놀라운드 3차원적 사운드스테이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각종 디테일들, 일체 자극감이 없는 세밀한 해상도 그리고 깊고 에너지가 실린 그러면서도 대단히 빠르고 정확한 저음의 고순도 재생이 어우러져 말 그대로 하이파이라는 말이 몸으로 무엇인지를 체감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가격을 생각하면 이런 장점과 특징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살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닐 뿐 더러 선택받은 소수만이 즐길 수 있는, 차원이 다른 세계의 새로운 그리고 놀라운 경험이니 말이다. 지금까지 에스텔론하면 떠오르는, 특별한 디자인 컨셉의 비싼 스피커라는 이미지를 익스트림은 더 이상 떠올리지 않게 만든다. 하이엔드를 넘어 울트라급의 초하이엔드 스피커로서 그에 걸맞은 새로운 차원의 사운드로 음의 재생을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임에도 충분히 그 만한 가치를 느끼게 하고, 왜 롤스로이스가 VIP 세션 이벤트에 쟁쟁한 브랜드들을 모두 제치고 왜 에스토니아의 이 신생 브랜드를 주인공으로 초대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들의 하이파이, 럭셔리 그리고 하이엔드를 향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제품사양


TYPE : Passive speaker

DRIVERS : Woofer: 2×250 mm Aluminium dome

Mid-Woofer : 250 mm Aluminium dome

Midrange : 173 mm Ceramic inverted dome

Tweeter : 30 mm Diamond inverted dome

FREQUENCY RESPONSE : 20-45 000 Hz

POWER RATING : 500 W

NOMINAL IMPEDANCE : 4 ohms

SENSITIVITY : 91 dB / 2,83 V

MINIMAL AMPLIFIER POWER : 20 W

MATERIAL : Marble based composite

DIMENSIONS : Height: 1770 mm – 2070 mm (adjustable) / Width: 790 mm / Depth: 820 mm

Net weight : 250 kg per piece

RECOMMENDED ROOM SIZE : 50-200 m²

Finish : Copper Liquid Gloss / Gold Liquid Gloss / Dark Silver Liquid Gloss / Black Lava Liquid Gloss

수입원 : ODE www.ode-audio.com, 02-512-4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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