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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큰빛 Jun 01. 2023

습관

평소와는 다른


평소와 크게 다를것 없는 출근길이 오늘은 조금 남달랐다.

평소에 없던 일(Task)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6월을 맞이하여 문화센터 새벽 운동을 등록했다.

그 첫 수업이 오늘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인사하고 운동하는 것이 그동안 나의 하루 습관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낯설기도 하고 색다른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운동을 마치고 개운한 느낌으로 근처 지하철역에서 출근을 시작했다.

평소와는 다른 공간. 그리고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따듯한 공기는 내 오감을 자극했다.


그때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내 시야가 넓어졌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한 온몸의 감각신경들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 카드를 꺼내고 찍는 것에만 습관적으로 집중했을 터인데,

오늘은 여느 때와 다르게 내 주위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사물들이 어떤 연유로 그 순간 그곳에 있게 된건지 궁금해졌다.


하루의 시작을 조금만 다르게 했더니 평소와 다른 생각들이 차올랐다.

바라보는 시각 또한 넓어졌다.


습관처럼 순간순간을 무색하게 보냈던 나의 하루가 이렇게 흥미로운 하루가 될 줄은 몰랐다.


머리가 복잡하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출근길 지하철에서 명상을 하곤 했었는데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그동안 명상을 하면 복잡한 마음이 사라지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습관처럼 시간을 흘려보냈었더라면 오늘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에 최대한 집중했다. 숨을 들이마실 때면 '내가 숨을 들이마신다.'라고 생각하고 숨을 내쉴 때면 '내가 숨을 내쉰다.'라고 생각했다. 손가락을 움직이면 '내가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다.'라고 생각했다.

명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반복되어 나의 모든 행동에 기민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내가 걸음을 걸을 때 느껴지는 왼발과 오른발의 압박감과 계단을 오를 때 느껴지는 허벅지 근육의 당김 그리고 내 옆을 지나치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향기가 느껴졌다.


회사 도착 후 습관처럼 커피머신의 커피를 내리며 기다리는 시간 동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습관처럼 흘러가는 시간은 나중에 내가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상황이 닥쳤을 때 얼마나 아쉬움이 남는 시간으로 되새겨질까?


나는 습관처럼 보내는 시간이 나를 건강하고 더욱 성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습관처럼 보내는 시간들이 어쩌면 나의 새로운 시각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뺏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시작한 하루가 오늘 내게 당연했던 많은 일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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