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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Jul 26. 2019

진짜 좋은 글은 삶이 담긴 글


글쓰기 강의 혹은 글 잘 쓰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책만큼 사기도 없을 거 같다. 장사치들은 일반론만 되뇌인다. 개요를 미리 짜서 짧고 간결하게, 쉽게, 주제를 명확히 하되 풍부한 표현을 위해 필사도 해보고, 퇴고를 거치고, 여러 번 써보라는 탁상공론을 갖가지 사례 뒤에 숨긴 채 허울 좋은 문장으로 비벼 글쓰기 교본을 떡 하니 내놓는다. 


심각한 사기다. 펄떡이는 경험과 삶의 순간에서 건져 올린 새로운 시각이나 이야기라면 기술 따위가 대수랴. 작가랍시고 우쭐대며 내놓은 허황된 단어의 파편에서 나는 종종 추상화를 넘겨다 볼 때의 연출된 무지를 느꼈다. ‘누가 캔버스 위에 물감으로 장난질을 쳐놨어! 아니, 알고 보니 잭슨 폴록의 작품이네, 아아 멋진 예술성이야!' 하는 것이다.     


퇴근 후 오랜만에 서점에 들러 기웃대다 책 하나를 샀다. ‘보고시픈 당신에게’ 라고, 전국 한글학교서 늦깎이로 한글을 배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편지와 글을 엮어 낸 책이다. 


‘내가 글을 몰라 답답할텐데 / 한번도 불평하지 않는 당신 / 아이들이 숙제 물어면 / 이리오너라, 내가 봐 줄게 / 아무 말 없이 봐 주던 당신 / 계모임에서도 나를 세워준 당신 / 큰 수술할때도 나를 기다려준 당신 / 글을 배우고 편지를 씁니다 / 당신 참 고맙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담담히 써내려간 할머니들의 삶을 읽고 나니 눈물이 핑 돌았다. 잔상이 오래 남았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집에 올 때마다 한 장씩 꺼내봐야겠다. 따뜻한 진심이 담긴 참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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