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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dy May 04. 2024

팩트 한줄 고군분투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693222?sid=10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692947?sid=10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689452?sid=10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689096?sid=10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689783?sid=102


팔불출 같지만 일단 자랑부터 좀 해야겠다. 위 5개의 기사는 최근 우리 사건팀 기자들이 취재해 보도한 단독 기사들이다. 나는 그들의 맨 첫번째 독자다. 취재한 일진기자들이 올린 기사를 내가 제일 먼저 보고, 고치기 때문이다. 


우리팀 기자들이 쓴 기사가 보도된 이후 조선 중앙 동아일보, 경향 한겨레신문 뿐 아니라 SBS나 KBS, MBC 등 유수 언론사가 우리 기사를 받았다. 다음날 지면에 우리 기사를 실은 언론사도 있었다. 기사를 보고 해당 경찰서에 팩트체크를 한 뒤 비슷한 기사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만큼 얘기가 되고, 여론 파급력이 있는 기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겠다.


일진 기자들이 내게 이러이러한 기사를 쓰겠다고 보고하는 순간부터 나는 그들이 행했을 수고가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요새는 뭐만하면 피의사실공표 운운하면서 언론을 적대시한다. 경찰이나 검찰이나 사건의 세부내용이나 수사 상황을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 수사기관은 자신들이 멋지게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를 포장해서 추후에 자화자찬식 보도자료를 뿌리거나 브리핑을 한다. 그 전까지는 함구하려 한다. 


사건팀, 경찰팀 기자들은 그 전에 사건 발생이나 수사 진행 상황을 캐치해서 기사를 써야 한다. 그게 사건팀 기자의 일이다. 다 끝난 수사, 다 마무리된 사건을 그것도 경검이 자신들 홍보하려 뿌리는 자료만 보고 쓰는 것은 책임방기다. 


대놓고 난색을 표하고 침묵하는 수사기관을 달래고 설득하고, 수많은 다른 언론사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비로소 단독 기사 하나를 찾을 수 있다. 사건 당사자를 만나서 팩트를 들은 뒤 경찰에 추가 확인하거나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건 내용을 들어야 단독이 나온다. 


남의 기사 베끼기가 미덕처럼 된 최근에는 누가 단독을 썼는지도 별로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소한 사안이라도 단독을 한번이라도 해본 기자와 그렇지 못한 기자는 천지차이다. 나만의 기사를 발굴하고, 그 기사가 국내 주요 매체에 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해본 기자는 어떻게 해야 단독을 찾을 수 있는지 감을 잡게 된다. 반면 베끼기만하는 기자는 평생 남의 기사만 받아쓰고 만다. 


나는 일진 기자들이 위의 단독을 어떻게 취재했는지 소상히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노고와 헌신이 퍽 고마웠다. 그들도 이미 알고 있을 터다. 내가 누누이 브런치에 썼듯이 사건팀의 시대는 지났다. 과거처럼 사건팀이 언론사 핵심이 아니다. 정치부나 국제부, 산업부와 경제부 등 다른 부서 기사가 훨씬 더 독자의 관심을 끈다. 


서울에서는 강력 사건이 별로 없기도 하고 사람들이 대형 사고가 아닌 이상 일단 사건사고에 크게 관심이없다. 최근에는 사건팀이 그저 수습이나 저연차 기자를 제대로 교육해서 다른 인기 부서로 보내도록 실력을 쌓게 도와주는 부서라는 생각도 많이 하던 터였다. 어찌보면 나는 그런 기자를 잘 교육해서 마케팅하는 총 책임자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러나 소소하지만 그래도 남들이 쓰지 않는 기사를 발굴하고, 이 기사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우리팀 기자들을 보면서 나도 많이 배우고 느끼는 바가 있다.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하고 전통적인 기자의 모습이 사라진다해도 발로 뛰면 기사가 나온다는 점이다. 경찰관들 많이 만나고, 여기저기 현장도 가보고. 경찰에게 잘 보여서 사건을 들으려고 하지말고, 기자가 먼저 무전이나 이런걸 듣고 현장을 가서 직접 보고 확인하면 경찰도 술술 얘기를 해 준다. 


그렇게 하루를 통으로 뛰면서 보내야 팩트 한줄을 들을 수 있다. 별거 아닌 명사 하나, 사건 관계자 이름 하나, 그들의 주소나 전화번호 하나를 얻어내기가 쉽지가 않다. 노력해서 얻어낸 소중한 정보는 또다른 취재의 물꼬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이런 수고를 해본 기자들은 팩트 한줄의 가치를 인정 할 수 밖에 없다. 기사도 조심히 쓰게 된다. 기사 한줄의 무서움, 그 행간에 담긴 책임과 부담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3만개에 가까운 언론사가 난립하고 온갖 연예 기사, 뇌피셜 정치 기사, 광고 주제에 광고가 아닌거처럼 써제끼는 기사같지도 않은 기사들이 횡행하는 지금에도 우리 사건팀 기자들의 존재가 참 고맙고 소중하다. 요새 사건팀 기사 별로라고 비아냥대는 회사 선배들이 있었다. 나는 바로 "선배네나 잘하세요"라고 쏘아붙인다. 그만큼 우리 팀원들이 열심히 발로 뛰며 팩트 하나 듣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다. 매일 어르고 채근하고 혼내고 하지만 그래도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하다. 


이런 노력과 수고가 모이고 쌓여 결국 언젠가는 우리 사회를 좀더 밝은 쪽으로 이끌어줄 그런 기사 하나를 만들어 냈으면 좋겠다. 못 만들어도 괜찮다. 우리 팀원들이 팩트 한줄의 소중함을 가슴에 담고 다른 부서나 또 혹은 다른 더 좋은 언론사에 가서 좋은 기사로 우리 사회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 그게 어찌보면 기자 사관학교인 사건팀에서 일종의 교관을 맡은 나의 역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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