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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지승 Jan 19. 2021

꽃은 차례대로 핀다.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는 진짜 마음을 위하여!

청춘이 절정을 향해 달려가던 시절 

불행히도 지독한 통증을 달고 살아야만 했었던 시절

풍요로움은 저 멀리 사라지고 

정말 거짓말처럼 지나가는 바람만 매일같이 내 곁을 스치던 시절

그때 월간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에서 도종환 작가가 쓴 글에서 읽은 한 구절 

"꽃은 차례대로 핀다!" 




그때 무엇이 더 힘들었고..

무엇이 더 못 견딜 만큼 괴로웠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이 뒤죽박죽 엉망이었던 것처럼 느껴지던 그때조차도 

젊음의 열정과 패기로 그 모든 것이 덮어지던 시절

나만 빼고 모두가 행복하다고 느껴지던 그 시절에 읽은 저 한 구절 덕분에 

진심 억울하지 않게 청춘을 보낼 수 있었다.





가난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해도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을 혼자서 인내하듯 겪어야 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마음이 튼튼해야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절대 구겨진 마음으로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게 얼마나 우스워보이는지 알았던 시절





  꽃들도 저 연약한 꽃들도 자기들끼리 순서를 정하지 않고 묵묵히 다른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아도 꽃이 핀다고 시샘하지 않고 꽃이 진다고 안타까워하지 않듯이 우리가 인간이라면 꽃보다 나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작가의 글을 읽자마자 나는 그 어떤 책을 읽은 것보다 더 많이 울었다.

  그때의 내 처지가 정말 곤궁해서이기도 했겠지만 그냥 나만 당하는 억울한 일처럼 그저 그 상황이 너무 힘들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만 하는 나를 타인이 얼마나 어떻게 보느냐에만 관점을 두던 시절이어서 그때 저 글을 읽은 뒤엔 정말 하늘에 맹세할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주변의 모든 축하할 일, 행복한 일에 진심을 담아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마음이 생겼고 무엇보다 거짓만 마음으로 하는 거짓 축하도 얼마나 모양새 사나운지 알았기 때문이다. 

  비극이나 슬픔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기쁨보단 더 깊게 진하게 위로받을 수 있어도 기쁜 일을 함께 나눌 가까운 자신의 사람이 있다는 게 더 큰 마음의 보루가 된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혼자가 지녀야 할 각자 몫의 삶의 무게를 두고 평등을 운운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지 청춘의 정점에서 알았기 때문이다. 

  오기나 독기 같은 나쁜 마음이 선이 아닌 악의 마음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엔 별로 없다는걸 그때도 알았기 때문에 과거의 어느날이 나만 초라한거 같아 견딜 수 조차 없었던 없을만큼 힘들었던 그 날 그 마음이 저 글귀 하나를 읽음으로서 마음의 큰 동요가 일어나 내게 어떤 큰 깨달음을 주었겠지.. 그러고 보니 저 암흑같은 터널의 시간들이 다 지나가 버린 후, 전과는 180도 다른 삶이 다가오고 있을 때, 그저 기쁘고 좋을 거라는 삶의 답안지도 결코 정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풍요로움 주는 평온함이 그저 기쁘고 좋은 게 아니고 결핍이라는 에너지가 주는 절박함이 천박하지 않음도 알게 되었다. 정답이 없는 삶에서 내가 갖는 수 천, 수 만의 감정에도  나는 내가 고른 감정들과 함께 삶을 공유해가며 살아간다. 어제 죽은이 그토록 살고 싶었던 오늘 하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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