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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Sep 25. 2022

사진01_첫만남, 도담

   


   2015년 10월 4일, 한가로운 일요일의 늦은 오후였다. 침대 위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던 내게 갑자기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평소처럼 먼 곳에서 나는 소리였으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겠지만 가냘픈 목소리임에도 크게 들리는 것을 보니 왠지 가까운 곳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옥탑방에 살고 있었던 나는 금세 슬리퍼를 신고 옥탑으로 나가 집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물 안의 주차된 자동차 주위를 맴돌며 방황하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나는 결국 찬장 속에 있던 참치캔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고 잠시 경계하는 듯했지만 도망가지는 않았다. 참치캔을 따주자 그동안 허기가 졌는지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2015년 10월 4일, 한가로운 일요일의 저녁이었다.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던 내게 다시 한번 낯익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니 더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결국, 아까 놓고 간 참치캔이나 회수할 요량으로 다시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고 이번에는 경계하지 않았다. 오히려 곧바로 나에게 달려오더니 내 주위를 맴돌며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덩치에 비해 허리는 앙상했지만, 털은 부드러웠다. 비어있는 참치캔을 챙겨 들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다시 한번 낯익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같은 방안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었다.




상자 속 도담 (201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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