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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ISU May 06. 2021

인터뷰를 마치며

개인의 생각이 트렌드가 되는 시대

요즘 트렌드는 무엇일까?

내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은 무엇인가?

늘 이런 고민을 하며 살았었다. 나보다는 우리가 중요했고, 개인보다는 모두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디자이너로 살면서도, 마케터로 살면서도 내 제품이나 내 디자인 속에 나의 모습은 담지 못했다.

트렌드를 반영하고, 소비자들의 생각을 담아 대중들이 좋아해 줄 것이라고 믿는, 내가 만든 제품이나 디자인이 있었을 뿐이다.

만든 사람은 난데, 그 속에 나는 없는 디자인, 내 생각보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담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몇 년간 북유럽에 살면서 그런 나의 생각이 좀 이상하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의 제품이나 디자인은 대중적이기보다 개인적이고 독창적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디자인을 하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사랑받고 있는 일등을 따라 하는 미투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 많이 팔기위한 제품이 아니라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제품과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제품이 세계 최고의 브랜드가 되곤 한다.

나는 브랜드를 만들면서 한 번도 어떻게 하면 세계 최고의 브랜드를 만들수 있을지 생각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왜 그랬을까?

북유럽사람들의 그런 생각 때문인지 그들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얼마 전 'The K Beauty Science'라는 R&D잡지와 인터뷰를 했다.

올해 초에 출간한 내 책을 서점에서 보셨다며 편집장님께서 연락을 주셨다.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들을 이야기했고, 그 내용들은 감사하게도 무려 16페이지나 되는 많은 공간에 실렸다.

디자이너와 마케터로 일했던 나의 독특한 이력, 화장품 브랜드를 디자인했던 나의 경험, 그리고 북유럽에서 내가 경험했던 북유럽 디자인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한 내용들이 그 인터뷰 속에 담겼다.

이처럼 이제는 설문조사나 통계자료로 만들어지는 대중적인 의견만큼이나, 개인 한 명 한 명의 생각도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었다. 유튜브나 SNS와 같은 개인 미디어의 영향도 물론 크다.

점점 소소한 개인의 의견까지 존중해야 하는 마케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대중들의 생각을 두루 반영한 제품은 세계 최고는 되지 못한다. 백 년 브랜드로 남지도 못한다. 단기의 이익을 을 것인가, 최고의 브랜드를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브랜드도 사람도 이제는 우리가 아니라 나 개인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부터는 나의 생각이 담긴 제품, 나를 보여주는 디자인으로 대중이나 트렌드를 따라가지 말고, 나만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내가 정말 필요로하는 제품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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