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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hee Park Oct 25. 2023

Figma Design Leaders Meetup 후기

변화하는 디자인 속 디자이너의 역할은?

지난 16일 피그마에서 Design Leaders Meetup을 열었다. 공식 행사로는 서울에서 최초로 열리는 행사라기에 기대감을 갖고 다녀왔다. 피그마의 CPO인 Yuhki Yamashita와 Designer Advocate인 Jessica Emily, 그리고 WantedLab의 Product Designer 이상효 님이 연사로 참여했다. 피그마와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나누는 자리였다. 행사에서 얻은 영감을 되새기고자 그 내용을 정리했다.


먼저 피그마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보면, 디자이너를 위한 툴로 탄생한 피그마는 협업을 핵심 가치로 삼고 시작했다. 피그마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며,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한 화면을 보고 편집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러한 협업 기능은 후발주자였던 피그마가 스케치를 제치고 어도비를 뛰어넘어, UI 디자인 분야에서 최강자의 자리에 서게 한 일등 공신이다. 어쩌면 UI 툴에 대한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디자인이 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좋은 디자인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빠르게 듣고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얻어진다는 뜻으로 말이다.



행사는 4명의 연사의 스피치와 AMA 패널 토크 세션, 네트워킹의 순서로 진행됐다. 스피치에서는 디자인의 변화, 현시점에서 보는 디자인의 정의, 디자이너의 역할 등을 다뤘다. 대부분은 피그마와 연관한 내용들이었는데 툴로서 피그마가 가진 지향점과 디자인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엮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Chris Keightley Head of Growth, APAC Figma

Yuhki Yamashita Chief Product Officer, Figma

Jessica Emily Designer Advocate, Figma

이상효 님 Product Designer, WantedLab





디자인이 변화하는 3가지 방식

유키 야마시타(Yuhki Yamashita)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유튜브, 우버를 거쳐 현재는 피그마 CPO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두 번째 연사로 ‘디자인이 변화하는 3가지 방식’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왔다. 디자인이 과거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고, 변화 속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인지 이야기를 펼쳤다. 특히 ‘이러한 변화 속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며 질문을 던진 순간은 가장 크게 영감을 준 순간 중 하나이자 이번 행사의 핵심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첫 번째 변화

픽셀 다듬기에서 문제 해결로


오늘날의 디자이너는 더 이상 픽셀 하나하나를 다듬지 않는다. 그보다는 문제 해결이라는 더 큰 미션을 해내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디자인 시스템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원인 1
디자인 시스템


서양 속담에 “Don’t reinvent the wheel”이라는 말이 있다. 이미 오래전에 발명되어 잘 굴러가는 바퀴를 처음부터 다시 발명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뜻으로, 굳이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 말은 디자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이미 세상에는 잘 갖춰진 디자인 시스템이 있고 우리는 0부터 디자인할 필요가 없다. 디자인 시스템이란 시각적 일관성과 재사용성을 위해 정의해 놓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자 규칙을 말한다. 주로 컴포넌트와 패턴들의 요소로 구성된다. 하나의 화면을 디자인한다고 할 때, 화면 안에는 인풋 필드, 아이콘, 버튼 등의 수많은 요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부분은 여러 화면에서 이 요소들을 공유한다. 그렇다면 화면마다 새롭게 디자인할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요소에 대한 특징을 정의해 두고 재사용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효율적이다. 이것이 바로 디자인 시스템이다.




변화의 원인 2, 3

AI와 자동화, 오픈소스

유키는 과거에 Hack the north라는 해커톤에 참여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1,500명의 학생들이 36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 비결은 바로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에 있었다. 오픈소스 라이브러리란 개발 업계에서 주로 사용되며, 누군가가 만들어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코드 저장소를 말한다. 유키는 이 방식을 디자인 업무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피그마에서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디자인계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인 셈이다. 피그마로 만든 템플릿이나 플러그인, UI 키트를 자유롭게 올릴 수 있고 유료 혹은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다. 이렇게 미리 만들어진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시각적인 결과물을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더 이상 요소 하나하나 새로 만드는 데에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피그마 커뮤니티 내의 유키의 계정 (https://www.figma.com/@yuhki)


내 생각을 조금 더 보태면, 디자인 시스템과 오픈소스를 통해 더 빠르게 디자인할 수 있도록 변화하는 이유는 디자인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기 때문이다. 제품의 목표는 사용자가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제품의 화면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기보다 일단 디자인 시스템으로 구축해 놓은 컴포넌트를 활용하여 유저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다.


문제 해결에 있어 시각적인 역할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잘 만들어진 시스템을 활용하여 효율성을 높여 시간을 아끼자는 뜻이지 디자인에 시간을 들이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주의하자. 디자인 시스템도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사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개선되어야 한다.





두 번째 변화
진짜최종.psd 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최종 버전이 늘 존재했던 과거의 디자인과 달리 현재의 디자인은 늘 현재 진행형이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 프로세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흔히 말하는 디자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리서치를 하고, 문제를 정의한 후에 솔루션을 도출한다. 그리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테스트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과연 실무에서도 이러한 디자인 프로세스가 똑같이 적용될까? 예상했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유저의 문제를 분명히 한 후에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순서이지만 실제 일을 하다 보면 솔루션에서 출발하여 유저의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 더불어 실제 업무에서 디자인 프로세스는 직선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솔루션에 대한 실험과 검증을 반복하며 디자인과 테스트, 다시 디자인 사이를 반복하며 유연하게 진행한다.

이러한 비선형적 구조는 문서 편집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글 드라이브를 통한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문서를 손쉽게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편집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문서의 앞에 Work In Process를 뜻하는 WIP가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키는 WIP라는 건 실제로 좋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더 많은 공유가 일어나고 있고, 이는 더 많은 협업이 일어나고 있는 뜻이니 말이다.




세 번째 변화
디자이너만을 위한 것에서 모두를 위한 것으로

마지막으로 디자인이 과거에는 디자이너만의 것이었다면 지금은 모두의 것으로 변화한다는 점을 짚는다. 특히 그중에서도 디자이너와 PM의 관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디자이너의 디자인과 PM의 디자인이 다른 것이 문제가 되었다. PM은 파워포인트나 워드, 포토샵 등을 이용해 기획을 설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가 화면을 디자인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의 간극이 생긴다. 애초에 디자인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로서의) 피그마에서는 누가 디자인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디자인이 누구로부터 나왔는지는 상관이 없다. 디자인은 수단이고, 그저 이를 잘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뱅크샐러드에서도 PM이나 엔지니어 등 디자이너가 아닌 직군도 피그마를 편집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Ideation을 하기 위해 쓰기도 하지만 인풋 필드나 버튼 등의 디자인 시스템 안에 템플릿을 잘 활용한 경우, 디자인한 화면을 그대로 개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 시대

그렇다면, 이러한 디자인의 변화 속에서 디자이너는 무엇을 해야 할까. 유키는 AI나 툴을 사용해 모두가 디자인한다면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일지 질문을 던진다.

디자인에 천장 Ceiling과 바닥 Floor이 있다고 예를 들어 보자. 천장은 디자인할 수 있는 최대치이고 바닥은 디자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스킬이다. 주로 천장에는 디자인 리더들과 디자이너들이 있고, 바닥 아래에는 능력이 없어서 디자인 영역까지 진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늘날에는 디자인 시스템과 AI로 인해 천장이 높아졌다. 그 뜻인즉슨, 디자이너가 도달할 수 있는 디자인 경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말이다. 또한,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을 이용할 수 있으니, 바닥은 더욱더 낮아졌다. 디자인의 천장은 높아지고, 바닥은 낮아짐으로 인해 디자인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유키는 이 현상이 결코 디자이너의 일이 없어지거나 하찮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모든 사람이 글을 쓸 수 있다고 해서 다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것이고 디자이너의 역할은 아직도 중요하다. 디자이너는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디자인을 통해 어떻게 하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기여하는 것이 오늘날 디자이너의 역할이다.





어떻게 더 나은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혼자가 아닌 팀으로

앞서 유키가 말한 것처럼 우리는 확장 가능하고 반복가능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바꿀 필요가 있다. 디자인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팀으로 함께 하는 것이다. 더 빨리 알리고 더 빨리 참여할수록 더 나아갈 수 있다. 디자인 프로세스 초기부터 다른 팀과 의사소통한다면 협업이 강화된다. 더 빨리 협업하고 더 많은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은 곧 훌륭한 디자인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한 고품질의 디자인은 비즈니스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맥킨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디자인의 비즈니스 가치에 대한 연구를 통해 McKinsey 디자인 지수(MDI)로 회사의 재무 성과와의 관련성을 측정했다. 조사 결과, 고품질의 디자인과 비즈니스 성과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따라서 고품질의 디자인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비즈니스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협업을 위한 피그마, 모두가 사용하려면?

마지막 세션에서는 원티드랩의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이상효 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어쩌면 실제로 우리와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상효 님의 이야기가 가장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전사적으로 피그마를 사용하도록 노력한 에피소드가 가장 와닿았다. 다른 디자인 툴을 사용하는 조직에서는 개인의 의견으로 툴을 전환하기 어렵다. 피그마는 협업에 좋다는 장점이 크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디자인 레거시를 모두 피그마로 전환하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큰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쉬운 것부터 시작해
새로운 툴에 대한 심리적 허들을 낮추기

상효 님이 사용한 방식은 재밌는 실습으로 심리적인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원티드랩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슬랙을 사용하는데, 슬랙에서 사용하는 이모지를 피그마를 사용하여 직접 만들어 보는 세션을 열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피그마를 실제로 사용해 보면서 실시간 협업 등의 피그마 효용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Q&A

마지막에는 모든 연사가 나와 slido로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답변 1

-  피그마의 사용 시간을 파악하는 것은 좋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팀 내에서 디자인 시스템을 사용하는 비율을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컴포넌트 분리(detach)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측정해 볼 수도 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의 목적은 컴포넌트를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잘 구축된 디자인 시스템에서는 컴포넌트 분리가 많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은행이나 금융 기관에서도 피그마를 많이 사용하는데요. 디자인 시스템을 활용한 화면에서 금융 상품에 얼마나 접근이 많았는지를 측정하기도 합니다.



답변 2

- 피그마에서는 copy & paste가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에 없애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일단은 Create public link 기한을 두거나 권한을 설정하여 해결하는 방법으로 해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esign is much more than a department.
It’s a way of thinking about the world

- Brian Chesky, CEO & co-founder, Airbnb



"디자인은 단순히 하나의 분야를 넘어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지난 Config 2023에서 에어비앤비의 CEO 브라이언 체스키가 한 말이다. 브라이언은 CEO이면서 명문 예술대학 RISD 출신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최근 에어비앤비에서는 PM의 직무를 없애고 디자이너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말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이번 세미나를 듣고 나니 피그마의 성장을 단순히 툴에 대한 점유율의 변화로 볼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이너에 대한 세상의 기대가 변화하고 있다. 이제 디자이너는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에게 긍정적인 경험과 감정을 제공하기 위한 제품 설계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더 나아가 제품 팀의 구성원들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잘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끼치는 것 역시도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 중 하나이다.



이번 행사에서 받은 굿즈



Figma Design Leaders Meetup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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