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살의 나에게 안녕을 묻습니다, 지금을 잊지 않길 바라며
2022년 10월 16일,
이렇게나 공개적인 곳에 용길 내어 저를 오픈합니다.
그래 봤자 몇 문단의 글이 되겠지만요.
저는 제가 쓴 글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는 걸 좋아합니다.
불안하고 치기 어린 이 시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기록합니다.
질문도 답변도 제가 할 거예요.
참, 누군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지금의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스스로에게 뜻하지 않은 공감과 위로를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Q. 안녕. 잘 몰라서 그러는데 너에 대해 힌트를 줘.
A. '생각 공장’. 생각이 많은 편이지. 그래서 좋은 점은 사고력이 높다는 것, 좋지 않은 점이라면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것. 여러 사회 현상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는 습관이 있고 생각을 글이나 콘텐츠 형식으로 표현하는 걸 좋아해. 반면 신중한 탓에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재고 따지고 많은 생각을 거듭한다는 점에서 행동이나 결정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도 있지. 앞으로 꾸준히 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야.
Q. 생각이 많은 편이구나. 너 자신을 단 하나의 색깔로 표현한다면 뭘까?
A. 갈색. 실제로 갈색을 좋아하기도 하고! 갈색은 대체로 무난하게 잘 어우러지며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잖아.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발랄하고 통통 튀지는 않더라도 무게가 있고 안정감을 주는 사람. 누구에게나 무난하게 좋은 사람. (갈색이랑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어)
Q.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 좋다. 그럼 인생에서 꼭 지켜야 하는 너만의 소신이 있다면 뭐야?
A. 오만과 편견. 오만하지 말고 편견을 버리자. 이게 나의 소신이야.
항상 겸손한 자세로 살아가려 해. 사람은 항상 잘날 수 없고 항상 행복할 수도 없다 생각하거든. 그렇다 보니 정작 나 자신을 뽐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내 겸손한 태도가 좋아. 그리고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이야. 세상에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음을 이해하고 각자만의 이유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고 반대로 누군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면 좋겠고.
Q. 그렇다면 사람 간의 관계에서 너의 특성을 말해줄 수 있어? 좋은 점도 좋지 않은 점도 다 괜찮아.
A. 사람 간 관계에서의 특성이라.. 우선 좋은 점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책임감이 강해. 웬만하면 내가 말한 것들은 모두 지키고 싶고 책임을 다하고 싶어. 사람 간의 신뢰를 깨고 싶지 않아. 좋지 않은 점은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쓴다는 점.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치열한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다. 웬만하면 모든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고 싶어. 이런 점 때문에 가끔은 솔직한 사람이 되기 어렵다고 생각해. 고쳐 나가고 싶은 부분이야. 살면서 마땅히 필요한 전투력을 상승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ㅎㅎ)
Q. 다시 돌아와서 너에게는 취미를 넘어서 평생 해 나가고 싶은 게 있어?
A.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 지금은 글을 쓰는 것.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들고 가장 마음이 많이 가는 행위인 것 같아. 나는 시각적인 콘텐츠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글자로 이루어진 콘텐츠가 가지고 있는 힘은 따로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어. 나이가 들어서도 글 쓰면서 살고 싶다. 미친듯한 전개와 미친듯한 감동을 동시에 주는 소설을 집필해 보고 싶은 막연한 꿈도 있어.
Q. 좋아하는 것들과 싫어하는 것들을 다 말해줘! 뭐든 좋아.
A1. 일단 좋아하는 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겨울. 추운 날씨에 옷을 껴입고 어깨들이 더 가까이 붙고 따뜻한 불을 피우는 것과 같은 적당한 따뜻함을 추구하는 계절. 연말이 될수록 겨울의 분위기가 짙어지는데, 한 해도 어떻게든 잘 살아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도감을 느끼게 돼. 내가 겨울처럼 정적인 사람이라 나와 닮은 계절이란 생각도 들어. 이렇게 보니 나는 따뜻함과 안정감을 추구하는 사람인 것 같네.
그리고 건강한 위트. 마냥 자극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건 싫어. 옳은 것, 정의로운 것, 생산적인 것, 긍정적인 것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여기서 비롯되는 재미를 ‘위트’라고 표현하고 싶어. 사람도 이야기도 콘텐츠도 건강한 위트가 담긴 것이 좋아.
음주. 술을 좋아해. 왜인지 생각해 보니 술을 적당히 마셨을 때 내가 더 솔직해지는 것 같아. 평소에는 마냥 솔직하진 못하니까. 시끌벅적한 술자리보다는 집에서 먹고 싶은 것들로 채워진 식탁 위에서 갖는 술자리나 소중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술자리가 좋아. 그리고 요즘은 위스키랑 와인이 너무 좋아! 마실 때의 기분도 좋고, 다음날 일어나서도 힘들지 않아. 언젠가 나만의 바를 가져보는 게 소원이야.
A2. 이기심이 싫어. 다른 이의 감정과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나 자신에게만 사로잡혀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 공동체는 배려로 움직이는 매커니즘이야. 사람들이 이기심만 가지고 있다면 사회는 건강하게 돌아갈 수 없어. 사실 누구나 이기심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느 정도 억제하는 건데, 왜 누구는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왜 누구는 남을 배려해야 하는 걸까. 불공평하지 않아? 적당한 이기심의 경계선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
벌레가 너무 싫어. 사람과 너무나도 다르게 생긴 생명체를 보면 두려움이 가장 먼저 들곤 해. 낯선 생김새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돌발성이 벌레를 싫어하는 이유야. 한때는 벌레 없는 집에 사는 게 간절한 소원이었어. 돈 많이 벌어서 원할 때 언제든 세스코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지.
마지막으로 강약약강.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겐 강한 사람이 싫어. 우리는 언제든 누구나 강한 사람이 될 수도, 약한 사람이 될 수도 있는데 말이지. 엄밀히 말하면 사람을 약한 사람, 강한 사람으로 나누는 것도 옳지 않지만 말이야. 그래서 더더욱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약한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Q. 그럼 가장 행복할 때와 가장 불행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야?
A1.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은 무언가에 쫓기지 않을 때. 돈에 쫓기지 않을 때, 시간에 쫓기지 않을 때, 엄격한 나의 기준에 쫓기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 쫓기지 않을 때. 온전히 내가 나일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아. 사실 아직 이 순간이 찾아오진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언젠가는 무결한 행복이 나에게 올 거라 믿으려 해.
A2. 불행한 순간은 나도 나를 믿지 못하고 남도 나를 믿지 못할 때. 예전에 이런 순간이 있었는데 불행하다 느껴지고 무기력했어. 남이 나를 믿지 못할 때는 앞으로도 종종 있을 수 있다 생각해, 그럴 때일수록 나라도 나를 꼭 믿어야겠다 생각했어. 어떤 상황이든 스스로에게는 떳떳하고 당당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되기.
Q. 나를 믿는 것, 말처럼 쉽진 않지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너는 그럼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뭐야?
A. 나.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 거잖아. 그러니 당연히 내가 제일 소중하지 않을까.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까?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가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Q. 가장 소중한 존재인 너 자신이지, 동의해. 그럼 너 자신에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A.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것을 못하는지, 힘들 땐 무엇을 해줘야 하는지, 지금 원하는 게 무엇인지. 오랜 시간 고민하지 않아도 나 자신에 대한 해답을 잘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아직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긴 한데, 나중에는 누구보다도 가장 나를 잘 설명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Q. 이제 너를 한 단어로 표현해 줘.
A. 눈 (雪). 가끔은 무겁게 내리는 함박눈처럼 진중한 사람이고, 가끔은 가볍게 흩날리는 싸락눈처럼 흔들리는 사람이고, 가끔은 밟히지 않고 예쁘게 쌓인 눈처럼 순수하기도 하고, 가끔은 발자국이 찍히고 꼬질꼬질해진 눈처럼 찌질하기도 하고. 다양한 모습이 있는 사람이야. 내리기도 하고 쌓이기도 하면서 내가 있어야 할 위치는 어디일까 매일 탐구하고 있어.
하지만 결국 눈은 내려 땅에서 녹고 증기의 형태로 다시 하늘로 갔다가 얼어서 눈으로 다시 땅으로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잖아. 이처럼 섭리에 맞게 살아가면서 방황도 하고 정착도 하겠지만, 모든 걸 떠나 누군가에게 찰나라도 기쁨을 줄 수 있는 쓸모 있는 존재로 살고 싶어.
Q. 마지막으로 너의 정체성은?
A.
사유하고 탐구하며,
옳은 것을 바라보고 오만과 편견을 경계하는,
방황하고 정착하고를 반복하지만 나만의 속도로 삶을 향유하는 사람.
I. 쉽지 않았을 텐데 답변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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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혹여나 자문자답을 해보고 싶은데 어려우신 분이 있다면 말씀주세요.
부족하지만 인터뷰어의 입장으로 질문들을 보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