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말보다 좋은.
이름.
내 이름을 듣고, 말하는 일이 드물어지는 것 같다. 생기는 직함, 소속 등으로 대신해서 일까.
굳이 이름을 알 필요도 없는 경우도 있고 간혹 연락처에 이름만 저장해놓곤 누군지 얼굴이 매칭이 안 되는 일이 더러 있는 요즘이다.
사실 이 세상에 나와 처음 듣는 말이 어쩌면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시작된 첫 번째 인생을, 사람들은 이름을 부르면서 축복해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이름 없는 사람처럼 되는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건물 틈 사이사이 펼쳐진 하늘이 보인다. 푸릇푸릇했던 하늘이 어느새 분홍빛으로 물들여지고 제법 선선한 미풍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게 하늘과 바람은 여름의 끝자락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분홍빛 하늘을 바라보니, 내 이름을 불러주던 한 사람.
내가 한 사람의 이름을 진심을 다해 불러주었던 그 가을날이 문득 떠올랐다.
그런 가을이었다.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희미하던 난 다시 반짝반짝 빛이 나기 시작했고
내 안에서 알 수 없는 파동이 일렁거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날 바라본 그의 두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고
두 뺨 그리고 입술이 붉게 물들어져 있었다.
너무도 좋아서, 너무도 소중해서 모든 게 떨렸다.
결국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 그를 불렀고,
그는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 두 팔로 폭 감싸 안곤 따스히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이젠 서로를 부르는 일은 사라졌지만
매 순간 내 이름을 소중히 불러준 따뜻함과 감사함은 마음속에 남아 있다.
덕분에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온기를 나눠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
이름. 단지 두세 글자뿐이지만, 어떤 감정에 따라 의미도, 마음의 크기도 달리 느껴지는 참 신기한 단어다.
나는 다른 어떤 말보다도 다정히 이름을 말하고 듣는 게 더 좋다.
어쩌면 내 이름을 불러주고,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도,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가을이 시작되었지만 쏟아지는 호우에 모든 게 무색하게만 느껴지는 요즘.
지금 곁에 있는 소중한 그 사람에게 나긋이 이름을 불러주는 건 어떠세요?
이번 여름도 수고했다, 조금만 더 힘내자고 토닥이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