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사고와 행동을 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내면을

우타노 쇼고 <해피엔드에 안녕을>

by 안녕반짝


책이든 드라마든 해피엔드를 무척 좋아하는 내게 이 책 제목은 조금 위험스럽게 다가왔다. 해피엔드에 안녕을 고하라니. 어느 정도 자극적인 제목이겠거니 하고 접한 단편들은 나의 예상을 철저하게 깨트렸다. 그야말로 해피엔드에 안녕을 고할 수밖에 없는 반전들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이건 뭐지?' 하는 사이에 이미 저자는 독자의 뒤통수를 치고 다음 단편으로 진출해 있었고, 미처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손길은 책장을 넘겨대고 있었다. 이렇게 방어할 틈도 없이 비집고 들어오는 단편들에 쉼 없이 끌려갈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저자가 어떠한 해피엔드에 안녕을 만들어 내는지 추측하며 읽으면 그것이 어느 정도 나를 방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추측을 하며 읽으려고 해도, 이미 나의 수를 다 읽힌 듯 저자의 의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재밌게 읽자고 생각하고 나를 풀어 놓은 채 읽었더니 정말 다양한 반전들이 쏟아져 나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들을 생각해 내고 이런 결말들을 끌어내는 것인지,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지인이 이 책을 읽고 저자가 천재인 것 같다며 놀라움과 즐거움이 교차되는 감탄사를 터트리는 것을 보고 역시 독특한 단편들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첫 단편은 『언니』로, 조카가 자신만을 미워하는 것에 앙심을 품다 부모와 언니를 죽이고 왔다는 고백을 듣는다. 하지만 조카가 오해하고 있는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어떠한 결말을 만들어 낼지 궁금한 가운데, 케이크를 먹는 것으로 단편이 일단락되는 것을 보고 멍해졌다. 이모인 '나'는 그 비밀을 조카에게 밝히지 않겠다고,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더라도 이런 결말을 생각해 보지 않아 무언가를 놓친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이 단편은 시작에 불과했다. 명문대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보상된다는 일념 하에 오래도록 공부하는 남자의 놀라운 비밀, 형을 죽이고 탄 보험금을 고마워하는 동생의 뻔뻔한 편지, 어릴 적이면 놀러갔던 저택에 금지된 장소의 문을 열게 된 주인공의 최후, 어린 나이부터 입시 시험에 시달려야 했던 아이의 충격적인 선택은 독자의 방심을 즐기듯 여기저기서 밀쳐댔다. 행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비틀리고 잘못된 일상들이 이렇게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이 안타깝고 우울하기까지 했다.


안타깝다는 것은 그들이 생각을 조금만 고쳐먹었다면, 이런 결말이 나지 않았을 거란 데서 오는 마음이었다. 우울하다는 것은 이런 내용의 소설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지언정 전혀 불가능 하지 않다는 데서 오는 씁쓸함이었다. 그래서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소설이면서도, 농락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능숙하고 철저하게 해피엔드와는 먼 곳으로 끌고 가는 저자의 한계를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저자의 한계를 맛보기도 전에 내가 먼저 포기하고 말았다. 도저히 저자의 독특한 세계를 따라갈 수 없었고, 뒤로 갈수록 과감해지는 스토리와 결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존엄과 죽음』은 서술트릭의 절정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노숙자의 삶을 잔잔하면서도 섬세하게 보여주다 마지막 한 문장에 생각지 못한 반전을 툭 던져주는 속임수. 속았다는 분함보다 철저하게 속을 정도로 능수능란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장르소설을 많이 접하지 못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내게도 독특하게 다가온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접하게 된 『해피엔드에 안녕을』은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어떠한 작품을 써 낼지 궁금한 가운데 주목하는 작가가 되었고, 삶의 어두운 부문을 불행하게 그려냈지만 그것대로 새로운 매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람들이 정말 있을까란 깊은 감정이입 아래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로 어떠한 형태로 변형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그런 불안감을 맛보았다면 그것을 줄여나갈 수 있는 요소도 내포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이 엉뚱한 사고와 행동을 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그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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