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벅찰 정도로 긴 인터뷰도 아니고, 글보다 사진이 더 많은 이 책을 가볍게 읽어낼 줄 알았다. 책을 펼치자마자 흡인력이 생각보다 깊어 두 호흡에 읽어버렸지만 지레짐작했던 것보다 굉장히 넓은 세계였다. 사진에 대해서는 지식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지라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인터뷰에서 느꼈던 그들 각자만의 세계가 사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신기했다. 상관관계를 설명하라면 말문이 막히지만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름대로 구축한 각 아티스트들의 색깔이 사진으로 명확히 표출되는 게 느껴졌다. 그게 라이카 때문인지, 표출되는 내면이 명확해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만나는 그들만의 세계는 매력적이었다.
그냥 정직하게 그 순간을 포착하는 거죠. _박찬욱
사진을 설명하는 건 나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정직하게 그 순간을 포착’한 것들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았다. ‘한계가 많은 카메라’ 임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겸손하게 구도를 맞추고 포착하면 정직하게 대상이 드러났다. 물론 기교에 따라 사진이 확연히 달라서 이게 무슨 사진인지 모르는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사진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이해해야 한다는 개념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 사진을 바라보면 내 눈에도 정직한 순간들이 그냥 보였다.
이미지와 글을 굳이 대립시킬 필요는 없다. _김동영
아마도 각 아티스트들이 한 장의 사진을 찍었을 그 순간은 배제한 채 인터뷰와 사진을 무조건 연결시키려 했었던 것 같다. 분명 단시간에 찍은 사진들이 아니고 일상의 순간에 찍은 사진들임에도 인터뷰 안에 그 사진들을 가두려 했었다. 그래서 사진에 대해서 설명할 길이 없는 나는 미흡하게나마 그들이 쏟아내는 자기만의 세계와 카메라, 그리고 사진의 연결성만 겨우 발견했던 것이다. 분명 그들이 본 것들이고 라이카라는 카메라를 통해 타인에게 보이는 과정인데도 이상하게 다른 세계가 보였다. 저자의 말마따나 ‘일정 경지에 오른 각 분야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짧은 시간에 듣는 재미가 쏠쏠하며(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과 유영규 산업디자이너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카메라라는 도구로 보고자 하는 것들이 생경하면서도 흥미로웠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멀리 떠나야만, 특정한 장소에 가야만 볼 수 있는 모습들이 사진에 가득하다. 그럼에도 사진에 드러나는 모든 것들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다른 모습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카메라라는 도구로, 찍는 이의 모든 스키마가 축적되어 새롭게 탄생된 결과물 같았다. 몽롱하고, 의미를 알 수 없고, 익숙해서 더 뭉클한 사진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