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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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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Jan 20. 2023

별 헤는 밤

우리 집 3남매는 소위 결혼 적령기에 결혼을 하고 1년 이내에 모두 아이를 가졌다.


덕분에 우리 부모님은 환갑도 되기 전 손주를 다섯이나 본, 진정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셨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는 평소 귀촌을 꿈꾸셨다. 막연하던 꿈의 심지에 불을 지핀 것은 손주들의 얼굴이었다. 도시에 사는 손주들에게 시골의 추억을 선물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꼬박 1년에  걸쳐 산기슭에 집을 지으셨다.


그 덕분에 내 아들과 딸, 세명의 조카들은 다양한 모양의 추억을 쌓고 있다.


봄에는 뒷산의 봄꽃 향기를 맡으며 이름도 어려운 꽃과 나무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본다.


초여름 밤에는 반딧불이를 찾아 밤 산책을 하고 한 여름에는 할아버지표 수영장에 몸을 텀벙 담그고 땀을 숨긴다.


가을에는 마당에 정직하게 내리쬐는 볕을 누리며 마치 벼인양 건강하게 그은다.


겨울에는 청명한 하늘에 뜬 별자리와 행성들을 보며 잡히지 않는 시간을 쥐어 본다.


개인적으로 너무도 다사다난했던 2022년을 정산하고 시골집에 방문했다.


여름 이후 오랜만에 방문한 시골집에서 아이는 다락과 마당, 뒷산과 앞 마을을 뛰놀며 비로소 어린이가 할 바를 다한다.


여름에는 분명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본인이 끌려가던 아이였는데, 그 사이에 조금 컸는지 이제는 강아지와 보조를 맞추며 뛴다.


그 동일하게 신난 뒷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오늘 밤에는 마당에서 오래도록 별을 보았다.


나는 광활한 공간을 향하는 아이 눈망울을 바라보다가 별똥별의 찰나를 함께 하지는 못하였지만, 상기된 표정으로 ‘별똥별!‘을 외치는 아이의 눈망울이 내게는 별인지라 문제 될 것이 없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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