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뿌듯함
올해 2학기 임원수련회는 학교에서 실시했다.(사실 요즘 예산이 너무도 부족해서 외부로 1박 2일을 나갈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오후 3시 반부터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모험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 ‘학교에서 가장 자랑스럽거나 기억에 남는 것 이야기하기’ 활동이 있었다.
학생 중 대여섯 명이 강사분에게 ‘기철쌤이요’라고 답했다.
이런 활동을 하면 꼭 예능감이 있는 몇몇 녀석들이 담당자를 띄워주는 멘트를 한다. 머쓱함에 그저 뒷짐을 지고 미소를 지으며 활동을 바라보고 있었다.
강사분이 이유를 물어보자 학생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기철쌤이 계시면 학교가 안전하게 느껴져요.’
‘저희를 진짜 잘 이해해 주시는 게 느껴져요.’
‘문제가 생겼을 때 기철쌤을 찾아가면 해결이 될 것 같아요.‘
‘학생들이 삐뚤어지지 않게 잘 잡아주세요.’
’잘못을 했더라도 기분 나쁘게 혼내지 않으시고, 스스로 잘못한 것을 깨닫고 반성하게 지도해 주세요.‘
생활안전부장을 하면서 마음속의 지향점으로 삼던 바들이 있다.
‘학교를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
‘학생들이 상호 갈등 상황에서 선택을 할 때 최소한 오답은 피할 수 있도록 대인관계 지능을 길러주자.’
‘다그치고 화내는 것을 학생 지도로 착각하지 말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잘못 살지는 않았구나’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불쑥불쑥 찾아오는 매너리즘에 압도될 때에는 ‘언제든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 생각하다가도 이 만큼 보람찬 일을 찾기가 또 쉬울까 싶다.
14년 전 교직 생활을 시작할 때는 참 화도 많고 다혈질이었던 것 같다. ’지도‘라는 미명 아래 정제되지 않은 감정들을 날붙이처럼 휘둘러 크고 작은 상처를 준 일들도 많았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햇병아리 교사 시절 기억에는 부끄러움이 덧칠해진다.
너무 어리지도, 아주 성숙하지도 않은 나이가 되어보니 선배 교사들의 중후함에 존경심을 느끼고, 후배 교사들의 신선한 시각들에 찬사를 보내게 된다.
3040 남교사가 보직교사의 타이틀을 떼기가 쉽지 않은 서울교육청의 인적구조상 앞으로도 나는 계속 부단히 잘 해내야만 할 것이다.
25년 정도가 남은 교직 생활에서 앞으로도 안정감을 주는 교사로 남으려면 많은 묵상과 공부가 필요하겠다.
하지만 오늘 밤만은 학생들에게 따뜻한 교사로 느껴졌음을 자축하며 편안하게 잠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