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곽작가 역사트레킹 Mar 19. 2019

길을 걸으려면 그 길의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공부하라!

곽 작가 인터뷰!  




<강습중인 곽동운 작가님>







역사트레킹 마스터?!


참 심오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탐이 나는 직업이다. 로드프레스에 실린 다양한 기고자들의 원고 중, 참으로 특이한 포지션을 취하는 원고인 ‘서울학개론’. 지붕없는 박물관이라는 서울을 회원들과 함께 걸으며 방대한 역사적 진실을 재미있게 설명해 풀어가는 곽동운 작가님을 만나보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아직 시차 적응으로 피곤하다는 작가님을 억지로 깨워 그가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이야기 해 보았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길에 대한 문제점도 짚어보고 아직 성숙치 못한 길 관리 의식에 대해서도 꼬집어보았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인터뷰, 그래도 언제나 기다려 왔던 인터뷰를 시작한다.


*이하편의상 로드프레스 장재원은 ‘ROAD’, 곽동운 작가님은 으로 표기한다.





#.1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ROAD : 근황부터 이야기하자.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셨다. 두 번째로 가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전에 다녀오신 길을 30일 이상의 시간과 돈을 들여 다시금 다녀오신 이유가 궁금하다.


 : 정확히 두 번을 갔다기보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총 800km 가량(프랑스 생장 루트) 되지 않나? 5년전에 갔을 때에는 그 중 250~260km 정도를 걸었다. 당시 못 걸었던 부분을 제대로 한 번 걸어보고자 했었고 또 사진을 많이 찍어보고자 했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자체도 좋지만 그 다양한 건축물들에 방점을 찍고 렌즈를 가져다 댔다.


ROAD : 아무래도 ‘역사 트레킹 마스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계시지 않나? 건축물을 많이 찍었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건축물 이외에도 그런 직업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길’에 대한 느낌이 있었을 것 같다.


 : 일단은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산티아고 순례길에 관련해서만 이야기 한다면 ‘아, 정말 스페인 관광청이 일을 정말 잘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ROAD : 어떤 부분에서 느꼈는가?


곽 : 솔직히 이 길 자체는 순례길에서 보는 자연적인 풍경만으로도 관광, 여행에 대한 메리트가 있다. 여기에 지속적인 관리와 홍보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5년 전에 왔을 때보다 표지판, 표식 같은 부분들이 많이 바뀌었다. 아주 깔끔하게 다시 생겼다고 해야 하나? 예전엔 약간 지저분하다는 느낌도 있었는데 놀랍게 바뀌었다. 도보여행가 김남희씨도 “산티아고 순례길 관련해서 스페인 중앙정부가 정말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스페인의 서북부가 척박하다고 말하기엔 좀 그렇고...인구 밀도가 희박한 곳이다. 대부분 농촌이고 빈 집도 많다. 일본이나 우리나라하고 같다. 그렇게 낙후되고 소외된, 일부러 여행으로 갈 일이 없는 곳이 순례길을 통해 생명력을 받고 활기가 넘치는 것을 본다. 어떤식으로든 순례자들은 그 길을 걸으며 돈을 쓰게 되어 있고 그렇게 경제적인 효과도 누리며 지역이 발전한다.


단순히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네스코에서 지정된 세계유산에 속한 길로서 끝나는게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런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공주, 부여, 익산 등이 유네스코로부터 ‘백제역사문화지구’로 지정, 등록되었는데 역사, 혹은 문화가 관광이나 여행과 엮여서 지역 사회의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다. 전에는 그런 부분이 보이지 않았는데…




<산티아고순례길>





ROAD : 우리나라도 참으로 다양한 길들이 생겼고, 그 중 하나이자 시발점이 된 것이 제주올레길 아닌가. 그 제주 올레길도 서명숙 이사장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영감을 얻어 우리나라에 들어와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만 보더라도 참 잘 조성된 길 하나가 지역을 넘어 세계의 다른 곳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보면 각 지자체들마다, 행정부처마다 ‘한국의 산티아고 순례길이다!’하면서 저마다의 길들에 무턱대고 그 길 이름을 붙이는 촌극도 볼 수 있다. 산티아고에는 산티아고만의 특징이 있는데 말이다.


1월호 원고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역사적 가치과 의의를 설명해 주셨다. 많은 이들이...


 : 별로 안 좋아하셨을 거다. 하하하하. 특히 여행업계에 있는 사람들은 꽤나 안 좋아했을 것이다.


ROAD : 그러나 나는 좋았다. 길이라는 것에 경제적 부가가치 등의 겉으로 드러난 효과를 떠나서, 우리가 가장 멋지게 걸을 수 있는 길이 되기 위해서는 ‘그 길은 도대체 어떤 길인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더더욱 그런 길이라고 본다.


 : 사실 그 때 드린 원고는 내가 5년 전에 쓴 글을 개작한 것이다. 예전에 다음의 스토리펀딩을 하며 그 글을 썼었는데 그때 담당자가 이 글을 곧이곧대로 못 받아들이더라. 순례길에 대한 어떤 환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나름대로 그 길에 대해 역사적 입증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글 제목은 <산티아고에는 산티아고가 없다!>라는 단정적인 제목이었다. 담당자의 의견을 좀 수용해서 <산티아고에 산티아고가 없다면?>하고 의문형으로 바꾸니 통과가 되더라. 사실 뜻만 통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기사가 나온 후 댓글이 여럿 달렸는데 그 댓글중에, 내 기억으로는 순례길을 다 완주하신 여성분으로 기억한다. 내 글을 부정을 하시더라. “나는 비종교적인 목적으로 순례길을 다녀왔는데, 만약 이 글을 가기전의 사람들이 읽는다면 걷는 데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하시더라.


내가 글을 작성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갈려면 그 길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가야지. 대부분 비행기표까지 하여 몇 백 만원 들여서 몇 십일을 걷는다. 그런데 함께 만나 걸은 한국인 중에는 준비가 부족해 중간에 부상을 당해서 귀국한 예도 있었다. 그런 예는 부지기수로 많다. 그 먼 길을 가면서 구간별 특징도 제대로 알고 또 자신의 능력도 파악하고 가야지 않을까?


완전히 디테일하게 알지는 않더라도 기본적인 정보는 가지고 가야 하지 않나? 그것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차라리 내가 이런 글을 쓰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다.


ROAD :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모든이가 길을 걷는 목표도 다르고 시선도 다르고 방법도 다르지만 적어도 그 길이 가지고 있는 역사, 문화적인 가치에 대해서는 담고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사람은 그 길에 대해 너무 종교적인 접근만 포커스를 두고 읽은 후 ‘자신의 환상을 깼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내가 이번에 더더욱 느낀 것이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부르고스’라는 곳에 있었다. 고딕 양식으로 성당이 참 예쁜 곳인데 얼떨결에 가서 성탄 미사를 드리게 되었다.

아무래도 순례길의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 곳이다 보니 ‘야고보’에 대해서도 나오지 않았겠는가? 미사 집전을 하는 곳을 가만히 바라보니 ‘백마를 탄 야고보’ 성인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밑에 아랍인들이 깔려 있더라.


그것을 보고, 어떻게 보면 야고보 성인이 아랍인들을 탄압하는 것이 아닌가? 산티에고에는 산티아고가 없는데, ‘아, 이제는 야고보 성인을 놓아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야고보 성인이 이슬람인들을 찍어 누르는 격으로 표현되다 보니 순례길을 걷는 아랍인은 찾아볼 수 없다.


가장 많은 이는 유럽쪽, 다음엔 미국도 많고. 동양에서는 한국인들. 이슬람계에서는 사실 올 이유가 없다. 자신들을 내려찍는 이를 섬기고 그 사람에 대한 길을 무엇하러 가겠는가?





<바람의 언덕에 서다>





ROAD : 결국 완주를 하고 난 후 작가님이 이 길에 대해서 내린 결론이나 생각, 혹은 느낌이 있을까?


 : 여행은 항상 회귀, 돌아온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에 맞춰 떠나다보니 여행에 대한 환상은 없다. 순례길, 또 이베리아 반도를 여행하면서 우리나라와 많은 부분을 비교해 보았다. 어디에 돌산이 유명하다고 하면 가서 보면서 설악산과 비교해보고, 해안이 예쁘다 하면 우리나라의 울릉도하고 비교해보고.


물론 스페인은 스페인 나름대로의 멋, 포르투갈은 포르투갈 나름대로의 멋이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가만히 보면 하나로 합쳐진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 울릉도에서 느꼈던 감흥과 포르투갈의 호카곶이라고, 유라시아대륙의 서단 끝에서 받은 느낌이 풍광은 다르지만 꽤 비슷했다. 시원하고, 갖고 싶고...간 이상 무엇인가 놓고 오게 되고.


ROAD : 국내의 많은 길들과 비교하게 될 것 같다.


 : 그것 때문에 가게 된 것이기도 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이 구간은 우리나라의 어디와 비슷하다...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부러운 장면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평선을 보기가 힘들지 않나? 오죽하면 내 경우에는 만주 벌판에 대한 로망이 있기도 하다.


여기는 지평선이 계속 보이니 그 부분이 정말 부럽더라.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 등은 국내에서도 비교할 곳이 없다보니… 김제에서도 지평선이 보인다고 하는데 글쎄? 난 김제에 가서도 그다지 볼 수 없어서.





#.2 길 여행그리고 역사트레킹의 시작


ROAD :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맨 처음에 작가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또 이력을 들었을 때 가장 놀라웠던 이력 중 하나가 자전거로 국토순례를 여러 번 하셨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참 궁금하다. 그 이유랄까, 단순히 역사가 좋아서 갔다는 것이 아닌, 무엇이 그렇게 작가님을 이끌었는지?


 :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있었고… 그냥 도망간 것이다. 하하하하. 자전거를 타는 것은 좋아했었는데 그러다보니 한 번 ‘국토종단을 해보자!’는 생각에.


ROAD : 몇 년도인가? 지금처럼 4대강 자전거길 같은 것이 잘 정비되었던 시기였는가?


 :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았다. 10년 전인가? 지금의 길이야 이명박 정권이 만든 4대강 국토 자전거길이 있지만 당시에도 그것과는 별개로 서울에서 해남까지, 해남에서 고성까지, 부산에서 해파랑길따라 고성까지의 종주길은 있었다.




<2009년 1차 자전거 국토종주>





ROAD : 얼마의 여정이었는가?


 : 자전거로 가니 하루에 약 50km 가까이 가니… 해남까지 500 혹은 600km아닌가? 계산적으로 따져도 2주가 걸리지 않는다. 그때는 해남까지 간 이후 배를 타고 제주도까지 들어가서 제주도도 돌았다. 3주가 채 안될 정도로 걸렸던 듯하다.


ROAD : 사진을 봤을 때에 어마어마한 짐들이 꽤 인상적이었다.


 : 그게...내 버릇인 것 같다. 쓸데없이 짐을 많이 챙기는 스타일이다. 지금까지도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쓰지도 않는 것들을 챙기는 스타일. 하하하. 이번에 산티아고 다녀올 때에도 17kg가 나와서 스스로도 놀랐다. 물론 겨울이라 그렇게 나온 것도 있지만 가볍게 다니는 사람은 7kg로 줄이는 사람도 봤다.


ROAD : 그렇게 국토종주를 다녀오고 나서 길에 대한 관심, 사랑이 더 커지고 ‘나는 역사 트레킹 마스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힌 것인가?


 : 그것은 아니다. 역사는 예전부터 취미 정도로 즐기고 있었다. 명확한 밑그림도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취미가 계속되고 그것이 계속 쌓이게 되다보니 자연스레 되어졌다고 해야 하나?

자전거 여행과 도보여행이 명확히 나뉜 것도 아니었다. 당시에도 자전거 종주를 하다가도 주변의 역사유적이나 둘러봐야 할 지역 등이 있으면 자전거를 세워두고 도보여행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올레길도 그랬다. 추자도에 가서도 ‘추자도에도 올레길이 있네?’하고 자전거를 놔두고 걸었다. 장군바위도 기억에 남지만 추자도가 천주교를 믿다가 탄압받은 사람들이 묻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도 걸어서 둘러봤다.

그렇게 자전거 여행과 도보여행을 즐기다 2014년부터인가는 도보여행으로 완전히 빠져들고.





<2011년 두 번째 자전거 국토종단 중 해미읍성에서>





ROAD : 역사는 그저 취미로 즐기신다고 하셨는데 도저히 취미 수준이 아니다.


 : 하하하. 우리나라가 책이 참 안 팔린다고 하지 않나? 그래도 인문분야에서 역사만큼은 많이 팔린다고 한다. 그리고 역사라는 부분이... 역사학과 교수진들이 들으면 기분이 나쁘겠지만 ‘한국민족문화대백과’라는 것이 있다. 당시 1990년대 중반에 완간이 되었는데 그 때 나왔던 말이 ‘우리 역사는 모두 오픈 되었다.’고 했다. 거의 24~5년 전에 이미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거기에 지금은 스마트폰도 활성화 되어있으니 더욱 오픈되었다. 누구나 필요로 하는 정보를 다 찾을 수 있다.


내가 로마에 대한 역사를 쓰거나 페르시아에 대한 역사를 쓰거나 손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역사라는 것이 대중적으로 많이 오픈되어 있다. 수요도 장 기자님도 관심이 있고, 나도 관심이 있고 당연히 내 수강생들도 관심이 있는 만큼 적지 않다. 

물론 우리가 아는 것은 ‘대중역사’고 그런 부분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ROAD : 처음 원고를 받아 실으면서 좌청룡 우백호니, 풍수학적으로 어디가 어떻다, 화기를 누르기 위해 어디에 무슨 산이 있다, 등 많은 이들이 봤을 때에 꽤나 생소할 수 있는 내용의 원고라 놀랍기도 하고 흥미가 있기도 했다. 그런 부분을 참 맛깔나게 풀어가는 것이 대단했다.


 : 지금 말한 부분은 약간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그것은 민속학적인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한국사 1급 시험 같은 것을 보면 역사는 거의 정치사, 사회사, 경제사 쪽이다. 민속학은 정말 작은 부분이다. 전공자도 별로 없고.

사실 정치사가 재미는 더 있다. 누가 누굴 쳤다, 이런 게 재미있지. 하하하


ROAD : 나는 민속학이 더욱 재미있더라.


 : 당연히 민속학도 매력이 있다. 그런데 전공자도 적을 뿐더러 제대로 배우기가 쉽지 않다.


ROAD : 아직도 기억나는 원고 중 하나가 기도터로 유명했던 바위…


 : 아 선바위. 그런 것들은 기존의 통사 위주의 역사에서 보면 미신취급을 받는 것이다. 선바위는 그래도 살아남았지만 다른 기도터는 많이 사라지는 편이다. 이태원에도 기도터가 있다. 부군당이라는 곳이다. 당집이다. 이 곳도 무당들이 기도드리는 터로 지금도 남아있다. 그만큼 서울 내에도 그런 곳들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사라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사라지지 않아야 나도 먹고 사는데.






#.3 역사트레킹의 매력그리고 다크투어리즘




<공주 우금티의 쓰러진 조형물>



매년 11월에 공주 우금티에서 행사를 한다. 나도 매년 참가했는데 그 쪽에 대해서 원고를 쓴다면 우금티와 관련된, ‘공주역사트레킹’이 되겠다. 우금티나 공주의 역사 쪽으로도 참 괜찮을 것 같다.


ROAD : 나도 예전에 고창을 여행한 적이 있다. 당시 동학의 발상지이자 촉매제인 고부관아터도 있고 전봉준의 생가와 허묘 등을 둘러보며 기념관도 들렀던 기억이 있다. 일종의 다크투어리즘 이기도 하기에 길 관련해서 좋은 콘텐츠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 충분히! 충분히 나온다. 의미가 대단히 있다. 우리가 길을 갈 때 - 결국 산티아고 순례길도 마찬가지지만 - 동학과 관련된 길이 10km라 치자. 우리가 그 10km를 모두 동학과 관련된 유적이나 문화재로 이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한 군데나 두 군데만 있으면 된다. 그것을 설명해주고 함께 걸으며 끝날 때까지 그 의미를 곱씹어보며 걸으면 좋다.


ROAD : 그렇다. 억지로 그런 것들을 이어 놓으려 하면 그 길이 억지가 되고 매우 피로해진다. 동선도 이상하고. 결국은 그 길 자체가 동학인 셈인데.


 : 맞다. 우리나라도 매우 많은 역사적, 문화적인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못 살리는 부분이 있다. 기획자들이 끄집어내지 못 하는 부분도 많고. 내가 나서서 하고 싶지만 아직 나도 역량이 부족한 부분이 많다.


ROAD : 제주 4.3길, 기존의 올레길에서도 다크투어리즘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은 구간이 있었지만 이제는 4.3재단에서 별개의 4.3길을 운영한다. 서울에서도 예전 남산의 안기부 건물 주변을 이어 인권의 길, 민주의 길을 만든다던가 하는 식으로 다크투어리즘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예전에는 아픔을 가리기만 했었다. 예를 들어 위안부 문제나 강제동원 같은 경우도 90년대 이전에는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문제다. 이게 덮어진다고 덮어지는 부분도 아닌데. 오히려 오픈하고 알리고, 그것을 통해 교훈을 얻자는 것이 다크투어리즘이다. 이런 추세는 전 세계적이다.

스페인의 경우도 그렇다. 스페인은 내전을 겪은 나라다. 스페인 내전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나?


ROAD : 결과적으로는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독재를 시작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


 : 그렇다. 스페인을 여행하다보니 스페인 곳곳에 내전과 관련된 여러 추모비가 많이 세워져 있다. 어떤 이는 꽃도 바치기도 하고. 사실 내전이 일어나고 학살이 일어났다는 것이 외국의 관광객들에게 좋은 모습은 아니지 않나? 그래도 그렇게 해 놓고 알리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워낙 다이나믹한 부침을 겪었기에 충분히 이런 부분은 참조할 만 하지 않을까 한다. 깔아뭉개고 덮는다고 되는 것이 아닌 이상, 너무 상업적이거나 보여주기식 행정으로의 접근이 아니라면 충분히 다크투어리즘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ROAD : 작가님은 아무래도 서울이라는 지역 내에서 다양한 역사적 이야기를 풀어가신다. 그렇다면 서울 내에서 가장 추천해 줄 만한 다크투어리즘 장소라면?


 : 너무나 유명한 서대문 안산, 서대문 형무소이다. 서울에서 도보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또 서대문 안산, 안산 자락길 아닌가? 무장애길이기도 하고. 서대문 안산이 접근성도 편하고 편의시설도 좋다. 정상부에 올라가면 서대문 형무소 전체가 보인다. 서대문 형무소 앞쪽으로는 독립문도 있으니 가보기에도 좋다. 예전엔 의주길이었고 지금은 통일로이다. 서대문 안산만 가도 다크투어리즘에 대한 개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플러스로 봄이면 벚꽃이 너무나 아름답게 피는 곳이 안산이다. 따로 여의도를 갈 필요가 없다. 형무소쪽 라인도 괜찮지만 뒷편으로 가면 메타세쿼이아 숲도 있어 참 볼 것이 많다. 다만 데크가 좀 과하게 깔린게 흠이랄까.


또 한가지 더. 한국전쟁 때의 안산은 서울에서도 아주 유명한 격전지였다. 그 독립문 옆에 영은문이라고 돌기둥이 세워져 있지 않나? 잘 보면 총탄 자국이 무수하다. 당시 연희동이 인천상륙작전 후 들어온 UN군과 서울을 사수하려는 북한군이 치열하게 전투를 치른 장소이다. 만약 로드프레스 독자분들 중에서 서울에 사는데 아직 서대문 안산을 안 가보셨다면 꼭 방문해 보시기를 바란다.





<서대문 형무소의 모습. 안산 트레킹과함께 하기 좋다.>






ROAD : 서대문 형무소는 아직 그 때의 사형터가 남아있지 않나? 올가미도 하나 내려와 있고. 그 때 거길 방문하면서 웬지 모르게 모골이 송연하고 오한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 지금은 형무소 자체는 영화 촬영소로도 많이 쓰인다. 예전의 아픔이 있지만 이제는 다른 쓰임새로 남아있는 것을 보며 우리는 당시의 아픔을 곱씹어보는 것이다.


ROAD : 남한산성 같은 경우도 괜찮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다크투어리즘을 본다면 현대사에서의 이념에 따른 상처를 제외하면 대부분 일본이라는 국가와 관련이 있다. 의외로 청나라에 관련된 그런 민족의 상처를 되짚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강화도도 근대의 일본, 미국, 프랑스와의 사건들을 넘어 고려 시대, 몽골에 대한 그런 역사적 부침을 빼 놓을 수 없기에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 이 다크투어리즘이 사실 요즘에 와서는 근대의 대량학살, 즉 제노사이드(Genocide)에 관련된 것이 주축을 이루다보니 근대 이전의 사건과는 거리가 있지 않을까 한다.


ROAD : 그렇다면 다크투어리즘보다는 확실히 역사트레킹이 맞겠다.


 : 지금 말씀하신 것 중에서 서울을 중심으로 강화, 남한산성 또는 수원, 위로는 파주 등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반경 50km를 보아도 역사를 테마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 너무나 무궁무진하지 않은가? 우리나라 자체도 보면 이야기할만한 것이 너무나 많다.


이런 부분만 살려도 역사나 우리나라 국토, 민족에 대한 인식 등에 있어서 매우 큰 공부가 될텐데…

이 이야기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예전에 국토종단 했을때, 그리고 지금도 이렇게 다니고 보니 우리나라 국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지도만 보는 것, 그리고 TV 등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직접 가서 보니 눈이 트이더라. 


예를 들어 경남에 가면 함양군이 있고 또 함안군이 있다. 산을 좋아하시는 분은 지리산 때문이라도 함양군은 안다. 그런데 함안군은 낯설어 하신다. 이 둘을 안다고 해도 이 둘이 같은 경남에 속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직접 가 보니 아 이 두 곳은 이렇고 이렇게 다르구나..하는 구분이 간다. 해안과 내륙 지역도 마찬가지다.


ROAD : 나도 작가님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전국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각 지역의 방언의 차이, 식생활의 차이 등에서 오는 구분을 느낀다. 음식 하나에도 식자재의 쓰임이나 조리의 차이를 느끼면서 참으로 다양한 지역문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 전라남도도 그렇지만 경상남도도 그렇다. 거제나 남해, 하동 등 바닷가에 접한 지역에서 먹는 것과 내륙지역인 거창이나 산청 등에서 먹는 것이 확연히 다르다. 그런 것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지역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생활방식도 다른 법이고. 이런 것 하나하나가 국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






#.4 울릉도그리고 영월을 추천하다.


ROAD : 그렇게 국토를 다니면서 가장 선입견이 깨졌다거나 혹은 특색이 있었던 지역은 어디가 있었는가? 역사적인 부분도 좋고 문화적인 부분도 좋다.


 : 하하하, 어디라고 해야 하나… 일단은 한국사람이라면 반드시 가 봐야 할 곳, 울릉도이다. 말이 필요 없이 무조건 가 보셨으면 좋겠다.





<울릉도 북면의 현포항 전망대>




ROAD : 나는 울릉도에 처음 입도 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당시 포항에서 멀미약을 먹었음에도 죽다 살아난 상태로 도동항에 도착, 문을 열고 내리는데 그 섬의 풍경을 보며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야?’하고 감탄했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섬의 풍경이 아닌, 정말 기암괴석과 바위봉 만으로 이루어진 절해의 고도 풍경에 할 말을 잃었다.


 : 걸어서 한 바퀴 도는 것도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읍내 방면만 지나면 북면, 서면 방면은 차도 그다지 많이 다니지 않는다. 도로를 따라 걸어도 조금만 주의하면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 나도 그렇게 걸었고.

한국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 보시라. 해안가라 당연히 아름답겠지만 동해, 서해, 남해의 풍경이 다 다른 법 아닌가? 동해의 섬이 보여주는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꼭 느껴보시라.


ROAD : 울릉도를 제외하고 내륙쪽으로 추천할 만한 곳은?


 : 영월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영월을 가 본 분들도 많겠지만 한반도 지형도 좋고 청령포라 하여 단종의 역사가 스며있는 곳도 많다. 선돌도 볼 만 하고 동강도 좋고. 영월이 참 관광 스팟이 조밀조밀하게 되어있다. 단종유배길도 있고. 그런데 그 길은 약간 어이가 없더라.


ROAD : 영월에 여행, 촬영으로 여러 번 가봤지만 단종유배길은 걸어보지 못 했다. 무슨 문제가 있었는가?


 : 길 자체의 풍경은 좋지만 너무 위험하게 되어있다. 바로 옆이 낭떠러지인데 안전 펜스도 없고. 가다가 중간에 길이 끊긴다. 분명히 길을 따라 가게 되어 있는데 절벽으로 막혀있더라.

그 위로 한 번 가보려고 발버둥을 쳐 봤는데, 어휴… 예전에 선돌 밑으로 탄을 실을 탄차가 지나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선돌 위로 도로가 나 있는데 선돌 밑으로 서강이 흐른다. 그 서강 따라 신작로가 나 있었는데 그 길 따라 단종유배길을 만든 것이다.


확실히 답사해 보니 흔적도 있다. 잡풀이 있는 것까지는 이해를 한다. 그래도 신작로의 흔적이 남아 있으니까. 그런데 그 길을 가다보니 또 강물이 나오더라. 이게 침식이 돼서 길 자체가 붕괴된 것이다. 그것을 보고 “아… 이 길을 억지로 만들었구나.” 싶어서 씁쓸했다. 물론 위로 올라와 차량 등을 타고 건너편으로 간 후 이어갈 수 있겠지만 길은 이어져야 걸을 맛이 있는 것 아닌가. 참 아쉬웠다. 스토리가 많은데…


아직까지는 우리나라를 보면 도보여행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자동차 여행이 더 우선이다. 한반도 지역, 선돌, 청령포, 동강 이 모든 것이 자동차로 가기에 참 편하게 되어있다. 걷는 이는 무리가 가는 코스이다.





<영월 서강에서>




ROAD : 선생님은 영월의 중심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셨는데 개인적으로는 아예 김삿갓면이나 중동면, 상동읍 쪽으로 주욱 지나서 꽤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상동에 남아있던 광산과 탄촌의 건물도 좋았고 꼴두바우 등 전설이 남아있는 바위도 마음에 들었었다.


 : 서울에서도 접근성도 의외로 좋다.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걸리니 갈 만하다. 영월을 즐긴 후 제천이나 단양 쪽으로 빠져도 또 보고 느낄 것들이 많다. 연계 관광을 하면 참 좋다.





#.5 길 여행에는 반드시 인프라가 충족되어야 한다.


ROAD : 사실 도보여행객들이 연계관광을 하기엔 숙소나 다른 여러 부분이 받쳐주지를 못해서 아쉽다.


 : 그러니까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를 꺼낼 수밖에 없다. 다른 여행자들도 마찬가지로 이 부분을 최고로 쳤던게 바로 ‘알베르게’, 여행자 숙소다. 그것이 아니면 ‘바르(BAR)’ 같은 편의시설 등. 지자체에서 무언가 편의성을 넓힌다고 ‘이런 길을 만들고 뭘 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지자체 단독으로는 힘들 것이다. 그런 부분이 받쳐주니 그 길에 사람들이 계속 몰리는 것이다.


ROAD : 정말 그런 부분이 받쳐주는 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15km, 20km, 아니 30km라도 괜찮다. 그런 거리마다 도보여행객들이 잘 수 있는 공간이나 지자체에서 허락을 받은 마을회관 등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자체에서는 장거리 걷기 길을 그렇게나 만들어내지만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긴 트레일을 도보여행자들이 1박, 2박을 하며 걷는다는 생각을 전혀 안 하는 것 같다.


 : 자신들이 안 걸으니까. 하하하. 문화관광과 같은 파트에 있는 사람들은 전혀 자신들의 길을 안 걸을 것이다. 그나마 2년 있으면 담당이 바뀌고.


올레길이 그래도 잘 되는 것이 그런 부분에 대안이 있는 것이다. 게스트하우스. 지리산 둘레길도 그나마 지리산이라는 타이틀이 있으니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버티지만 이런 인프라는 열악하다.

웬만한 건장한 남성들도 그런 부분을 걱정하지 않나? 그런데 트레킹 인구에 여성들도 많다. 그런 이들은 얼마나 걷고 싶어도 못 걷겠나?


ROAD : 그렇다고 그 분들이 15kg, 20kg씩 짐을 넣어 배낭을 메고 갈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게 간다 한 들 법적으로는 아무데나 텐트를 칠 수도 없는 현실이니 알게 모르게 모두 범법자가 되는 것이고.


 : 로드프레스를 보면 아시겠지만 기고를 하시는 분들 중 대부분이 개인적 어드벤처를 하시는 분들이다. 그 분들이야 잘 알아서 하시겠지만 나는 처음부터 ‘대중 트레킹’을 한다고 이야기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대중 트레킹에 있어서는 이런 편의적 부분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이것이 있고 없고의 차이에 따라서 그 길을 가느냐 안 가느냐가 나뉜다.


예를 들어 100km의 트레일이 있다고 치자. 이런 인프라가 그 길에 채워지지 않았으면 딱 좋은 코스 10km만 관광버스로 와서 내려 걷고 다시 버스를 타고 빠지는 식으로 끝나는 것이다. 나머지 90km는 죽은 길이 되는 것이다.


ROAD : 실제로 전국 지자체에서 하는 걷기축제 같은 것도 보면 거진 1코스에서만 하고 끝나는 식이다. 보통 보면 교통편도 좋고 편의시설도 어느 정도 있기에 딱 그 1코스만 한다. 그것도 2코스로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 되돌아온다.


 : 이게 사실 가만히 보면 서류상으로만 남아있는 길이 될 확률이 많다. 악순환이다. 

2010년대 초반에 올레길 때문에 둘레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이런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부작용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스멀스멀 올라오지 않는가. 이미 기 조성된 임도나 등산로, 도로가 있겠다 싶으니 표지판만 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큰 돈이 들어가지 않고도 치적을 쌓고 홍보하기가 쉬운 사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ROAD : 요즘 보면 강원도 고성에서 DMZ를 따라 강화도까지 오는 평화누리길 연장구간에 이어 행안부에서도 ‘통일을 여는 길’이라고 또 같은 의도로 동일 구간에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길이 많다보니 중첩된 구간이 쌓여만 간다. 아무리 치적 쌓기라지만 보는 이로서는 화가 난다.


곽 : 그것은 분명히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사람들은 얼마나 헷갈리겠나? 같은 구간에 굳이 이런 식으로 예산을 낭비할 필요도 없을 것이고.

DMZ? 지뢰 제거나 하라고 하시라. 난 그것이 완료되기 전은 안 걷는다. 하하하. 그 지역에서 군 생활을 해 봐서 안다. 조금만 벗어나도 지뢰나 불발탄이 널려있다.






#.6 역사트레킹 마스터곽동운이 그리는 길




<그가 앞으로 소개해야 할 곳은 아직도 한 참이나 남아있다.>



또 한 가지는 이번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가지게 된 생각이다. 언젠가 회원분들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금 보면 순례길과 관련된 여행 상품은 많다. 하지만 그런 여행상품이 충족해 줄 수 없는 것들을 채워주고 싶다. 역사적인 부분이나 의미 등을 해설, 설명하면서 함께 걷는 그런 상품을 만들고 싶다.


이번에 이 길을 걸으며 만난 많은 한국인들, 심지어 외국인들도 한 번도 입에서 ‘야고보’의 이름이나 종교적, 역사적인 이야기가 나온 적이 없었다. 물론 걷는게 힘들어서 일수도 있지만 알베르게에서 휴식시간에 이런 ‘길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걷는 것만으로도 좋겠지만 플러스가 된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ROAD : 지금 역사 트레킹은 동절기라 쉬고 있지 않은가? 언제부터 재개하는지?


 : 다다음주인 2월 18일부터 ‘도심권 50 플러스 센터’라는 곳에서 8강 짜리 강의를 한다. 첫 날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그만큼 50, 60세대들이 트레킹을 하고 싶어 하고 그냥 산악회, 도보여행 카페가 아닌 프로그램 형식으로 오는 것을 좋아한다는 의미다.

다른 산악회, 카페와는 다르게 나는 역사적 가치, 의미 등을 설명하며 걷는다. 그것을 좋아하고 또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ROAD : 이런 역사 트레킹에 대해 정보를 받고 싶다거나 참여를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 카페’(https://cafe.naver.com/trekkingmaster)로 오시면 된다. 막상 오면 ‘어라? 왜 이리 사람이 없지?’ 하실 수 있겠지만 다양한 코스와 역사 트레킹 프로그램 등을 항상 올리고 있다.


ROAD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통해 역사 트레킹에 관심을 가지거나 참여해 보고자 하는 예비 참가자 독자분들을 위해 한 말씀 한다면?


 : 책은 앉아서 하는 공부, 여행은 걸으며 하는 공부다. 앉아서 하는 공부와 서서 하는 공부를 함께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의 인식의 폭이 넓혀질 계기가 될 것이다. 단순히 서울학개론이 아니라 한국학개론, 세계사개론으로 점점 넓어진다. 걷다보면 안 보이는 것들이 보이고 서울이 얼마나 지붕 없는 거대한 박물관인지 알게 된다. 그렇게 함께 걸으면 시야도 넓어지고 건강도 좋아진다.


트레킹도 분명히 야외활동이다. 언제나 출발하기 전 강조하는 세가지, ‘안. 재. 유’가 있다. 안전, 재미, 유익이다. 어떤 것 하나 빼 놓을 수 없다. 안전한 트레킹을 통하면 걷기가 재미있고 무엇 하나라도 더 배워 가는 유익함도 좋다. 언제나 안전, 재미, 유익을 놓치지 않는 도보여행이 되기를 응원한다.



인터뷰를 마친 후 신도림역 바깥으로 함께 걸어나갔다. 언제나 역사트레킹 강의를 마치면 이 신도림역으로 내려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도림천이 흐르면서 역의 플랫폼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이 구석진 한 자리에서 곽동운 작가는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자신은 강연은 잘 하지만 영 이런 인터뷰에는 소질이 없다면서도 막상 길 이야기가 나올 때엔 누구보다 예리하게, 때로는 시원하게 찔러댔다. 그 냉소야말로 길을 사랑하고 길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 이 이기에 보일 수 있는 멋진 스트레이트 펀치였다.


벚꽃이 만발할 때쯤이면 그 멋지다는 서대문 안산 자락길을 한 번 방문해 볼 셈이다. 과연 작가님 말대로 여의도 벚꽃 저리가라 할 정도일지야 직접 확인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엔 꽃에 둘러싸인 서대문 형무소를 걸으며 아직 못 드러난 설움과 한을 어루만져볼 생각이다.


*바쁜 일정 가운데에도 귀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곽동운 작가님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