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군에서 다리로 바다 건너기
* 초양대교와 삼천포대교: 왼쪽 다리가 초양대교다. 2014년에 찍은 사진임.
*** 지난 11월 22일부터 27일까지, 6일간 경상남도 서부권을 탐방했다. 잘 간직하기 위해 기록한다. 디테일한 것보다는 스케치 정도 수준이다. 탐방 순서는 이렇다.
함양 ☞ 거창 ☞ 남해 ☞ 삼천포(사천)
11월 27일. 이제 경상남도 서부권 여행의 마지막날이다. 이날은 남해읍에서 삼동면 지족리로 가는 시골버스를 탔다. 지족리는 위쪽으로는 남해군 창선면, 더 위쪽으로는 사천시 삼천포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 있다. 그렇다. 삼천포는 그 유명한 삼천포다.
이날은 지족리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삼천포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지족리까지는 사천시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남해 창선면에서 삼천포(사천)로 넘어가려면 4개의 대교를 건너야한다.
창선대교(340m) ☞ 늑도대교(340m) ☞ 초양대교(200m) ☞ 삼천포대교(436m)
보시다시피 각각의 다리들은 그리 길지 않다. 제일 긴 삼천포대교도 한강에 있는 다리보다도 더 짧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다리들을 걸어서 넘어볼까 했으나 시간관계상 시내버스를 타고 넘어가기로 한 것이다. 이 구간은 총 3.4km로 정도된다. 섬 안쪽 지역까지 포함된 길이다. 어쨌든 아름다운 남해바다를 시내버스를 타고 건넌다는 것이 무척 매력있지 않은가? 남해나 삼천포 주민들은 정말 좋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들을 매일 공짜로 볼 수 있으니!^^
언제가는 걸어서 이 다리들을 넘어볼 생각이다. 하긴 남파랑길도 이 다리를 넘어 남해군에서 사천시로 넘어가더군. 일단 버킷리스트로 잠깐 돌려놓을란다.
* 창선대교: 초양대교가 아님. 2014년에 찍은 사진임.
대신 삼동면에서 창선면으로 넘어갈 때 창선교를 걸어서 넘어갔다. 창선교는 앞서 언급한 창선대교와는 다른 교량이다. 하여간 창선교를 걸어서 넘는데 어찌나 바닷바람이 세던지...! 아주 그냥 날라가는 줄 알았다. 덕분에 코에 바람은 제대로 넣었다. ^^
창선교 아래는 지족해협이 흐르고 있는데 이곳은 물살이 무척이나 빠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죽방렴(竹防簾)이라는 우리 고유의 민속 어획법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들어오는 곳은 입구를 크게 하고, 뒤로 갈수록 폭을 줄인다. 물고기들이 모이는 곳에는 대나무를 촘촘히 박아 우리처럼 만든다.
해류의 방향과 반대로 죽방렴을 설치하니 그 안에 있는 물고기들은 지족해협의 급류와 계속해서 맞서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결국 지쳐서 어부의 손에 낚이는 것이다. 물고기들이 계속해서 급류와 싸워서 그런지 죽방렴에서 잡힌 물고기들은 신선도가 매우 높고, 그래서 비싸게 팔린다고 한다. 지족해협 죽방렴에는 주로 멸치가 많이 잡힌다.
난 죽방렴을 보면서 갯담이 생각이났다. 갯담은 큰 돌들을 바닷가에 담처럼 쌓아 물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어업법인데 밀물 때 갯담에서 유영하던 물고기들이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고 갯담에 가둬지게 되는 것이다. 제주에서는 갯담을 원담으로도 부른다. 갯담이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어업법이면 지족리의 죽방렴은 해류의 세기에 의존한 고기잡이 방식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족해협 일대에는 약 20여개의 죽방렴이 있는데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0년 8월 18일에 명승 71호로 지정되었다.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전망대가 따로 있기는 하지만 죽방렴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보려면 창선교에서 보는게 제일 낫다. 그나저나 죽방렴을 자세히보니 삼겹살 먹을 때 쓰는 집게 같아 보이지 않는가. 집게를 좀 크게 벌려놓은 거 같다. ^^
남해군을 뒤로하고 사천시 시내버스를 타고 삼천포항으로 갔다. 단돈 1400원인가? 그 버스값 내고 아름다운 한려해상을 넘으니 너무 좋더라. 공짜로 버스투어 하는거 같았다.
삼천포에서는 유명한 코끼리 바위를 보려고 했다. 코끼리 바위는 남일대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데 몇해 전 탐방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큰 감흥을 받아서 이번에 다시보려고 갔는디...! 진입로가 공사중이었다. 올 여름에 있은 태풍으로 진입로가 망실됐다는 것이다. 코끼리바위 바로 앞까지 가려면 2021년 5월까지 기다려야 할 거 같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안전하게 다시 탐방로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이렇게하여 6일간의 경남 서부권 여행이 종료됐다. 이번 여정은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보약같은 여행이었다. 출발하기 전에 어찌나 좀이 쑤시던지... 그러다 여행을 하고나니 개운한 감이 드는게 아닌가. 나도 어쩔 수 없는 방랑자인 거 같다. 맞아, 나 여행 좋아해!^^
* 지족해협과 창선교
* 죽방렴
* 죽방렴
* 삼천포항 부근
* 코끼리바위: 2014년에 찍은 사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