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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작가 역사트레킹 May 01. 2021

문화재가 아니라 무슨 장갑차같어!

원주 흥법사지 탐방








* 흥법사지 3층석탑









2021년 4월 2일 금요일.



이날은 원주에 있는 흥법사지를 탐방했다. 이전 포스팅에도 언급했듯이 강원도 원주 일대에는 큰 폐사지들이 여러개가 있다. 원주시 부론면에 자리잡고 있는 거돈사지와 법천사지에 이어 흥법사지에 대한 포스팅을 해본다.


여기서 잠깐 의문이든다. 왜 강원도 원주와 경기도 여주에 큰 폐사지가 많은지에 대해서... 이곳은 남한강이 흐르고 있는 곳이다. 조선시대 뿐만아니라 고려시대에도 남한강 수계는 무척이나 중요한 교통로였다. 고려는 이곳에 흥원창이라는 조창을 설치하여 세곡을 거두어들였다. 이곳은 현재 원주시 부론면에 위치해있다.


다시 흥법사지 이야기로. 흥법사지는 원주시 지정면에 자리잡고 있는데 뒤쪽으로는 영봉산이라는 야트막한 산이 둘러싸고 있다. 영봉산은 소금산과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데 소금산에는 유명한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소금산 출렁다리는 주중에도 사람들이 티케팅을 하더라.


신라 말에 창건된 흥법사는 고려 개국시기에 크게 중창된다. 흥법사에 주석한 진공대사 충담이 태조 왕건의 왕사였기 때문이다. 신라의 귀족 출신인 충담은 당나라에 유학가서 불법을 연구하는데 충담이 귀국하자 왕건은 그를 극진히 대접하며 왕사로 임명했던 것이다. 왕건이 그를 얼마나 극진히 대접했냐면, 진공대사가 열반에 이르자 탑비에 들어가는 비문을 왕건 자신이 직접 지었다는 것이다. 탑비의 비문은 고위 학자들이 짓는게 일반적인데... 왕이 직접 짓다니!


흥법사지도 여느 폐사지처럼 주변에 논과 밭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우뚝 서 있어야 할 당간지주가 없기에 그 역할을 삼층석탑이 대신해주고 있다. 흥법사지 삼층석탑은 전형적인 고려시대 3층석탑인데 1층 탑신부에 문고리를 조각해 부처님의 사리가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였다.


사진에도 보이듯 흥법사지 3층석탑은 여러부분의 석재들이 파손됐다. 옥개석은 끝단이 잘려나갔고, 하부 기단도 금이 갔다. 탑신 전체도 약간 기울어진 모습이다. 나중에 해체복원도 필요해보인다. 이렇게 훼손된 민낯을 드러낸 흥법사지 3층석탑이지만 그래도 당당히 보물 464호로 지정되어 있다. 약 3.7미터 달하는 3층 석탑이 없었다면 흥법사지의 모습은 무척 쓸쓸했을지 모른다.







* 진공대사탑비: 중간에 비가 없고, 받침돌인 귀부와 머릿돌인 이수만 있다.









* 진공대사탑비: 머리 부분에 네모난 홈이 있다. 무언가 별도의 장식이 있었을 것이다.








눈길을 돌려 드디어 진공대사탑비를 바라보았다. 3층 석탑과 아주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 구조를 보니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석탑은 사찰 가람의 중심이잖아. 통상적으로 무슨무슨 대사 탑비나 부도는 사찰 외곽에 조성하지않나?'


그만큼 진공대사의 위상을 보여주는 구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진공대사가 열반에 든 건 940년이었다.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한 것이 936년이었으니 한참 고려의 국운이 뻗어나갈 때 진공대사탑비가 만들어지고 흥법사가 크게 중창된 것이다.


사찰의 중심부에, 그것도 태조 왕건이 비문을 작성했으니 흥법사를 방문한 사람들은 당연히 진공대사탑비를 보려고 했을 것이다. 필자도 그랬다. 한자 실력이 낮지만 그래도 봐야쥐~


이게 뭐야! 비좌 역할을 하는 귀부와 머리장식인 이수만 있는 것이다. 왕건이 작성한 비문을 보고 싶단 말야! 내 한자 실력을 만방에 알리고 싶단 말야!^^


귀부와 이수 사이에 긴 막대처럼 있어야 할 비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반출됐다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렇게 세파에 시달렸는지 비는 4조각으로 짤려나갔다고 한다. 무슨 조각피자도 아니고 말야.


중간에 있어야 할 비가 타향에 있지만 귀부와 이수만 있는 현재의 모습도 그 자체로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처음부터 현재의 모습이 완성품이었나 할 정도로 귀부와 이수가 서로 딱 맞아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보물 463호로 지정되어 있다. 얼핏봤을 때 작은 장갑차처럼 보였는데 그걸 타면 수륙양용으로 달릴 수 있으려나?


보시다시피 용인지 거북이인지 정말 정교하게 잘 조각을 해놨다. 발톱과 갑옷도 보시라. 하나하나 부족한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화려한 장식을 한 머릿돌인 이수도 보시라. 용이 날아갈 거 같지 않은가?


이렇게 귀중한 문화재가 있지만 흥법사지는 방치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위가 논밭이라 그런지 인근에는 농업 쓰레기들이 많이 보였다. 탑비 옆에는 담배꽁초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흥법사지가 유명하지 않아서인지 마땅히 주차할 곳도 없어보였다.


흥법사지를 사적지로 지정하자는 한 시민단체의 현수막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직선거리로 20km도 안 떨어져 있는 원주시 부론면의 법천사지와 거돈사지는 사적지로 지정되어 잘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흥법사지는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은 발길이 쉽게 가지 않을 정도로 방치되어 있다. 보물 2점이 있고, 인근에 소금산과 연동하면 많은 이들이 탐방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 유산인데 말야.


예산 쏟아부어서 이상한 조형물 만드는 것보다 있는 문화재 잘 활용하면 그것 자체가 문화재 힐링 여행이 되는 것이다.








* 흥법사지 3층석탑







* 흥법사지: 주위는 논밭으로 변했다.








* 흥법사지: 방치된 석물들. 왼쪽 연꽃 받침돌은 석등의 일부분이었을 것이다.








* 흥법사지: 국가사적 지정 청원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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