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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작가 역사트레킹 Sep 08. 2021

내가 살아있는 미륵인가? 응, 아니야!

<금산사> 모악산 금산사 탐방기








* 금산사 당간지주: 보물 제28호로 지정되어 있다.









* 미륵전: 왼쪽으로는 금산사 오층석탑이 보인다. 오층석탑 옆에는 부처님의 사리탑이 있다.









2021년 6월 12일 토요일.


전북 김제에 있는 금산사를 탐방하는 날이다. 전날 전주터미널 인근에서 1박을 했었는데 터미널 바로 앞에 금산사로 향하는 시내버스가 있었다. 전주가 익숙한 분들이면 전주터미널에서 금산사로 향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직선거리로 따지면 전주나 김제나 금산사까지 거기서 거기다.


금산사는 도립공원인 모악산에 위치해있는데 이 산은 전주, 완주 그리고 김제에 걸쳐있다. 지평선 축제가 있을 정도로 김제는 평야지대로 유명한 지역이다. 또한 전주와 완주도 평탄한 지형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해발 795미터인 모악산은 평지에 우뚝 솟아 있는 형상이다. 전남 영암에 가보면 국립공원인 월출산(810미터)이 있는데 이 월출산도 평지에 우뚝 솟아있다.


넓은 평야지대에 큰 산이 서있는 형상이라 그런지 모악산은 예로부터 이 지역 사람들에게 경외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랬다. 산이 내뿜는 강한 기운 때문인지 모악산은 계룡산과 함께 대표적인 민중신앙의 발생지로 꼽힌다. 실제로 1970년대까지 신흥종교 집단거주지가 있었을 정도로 이곳은 민속신앙의 집산지 역할을 했었다. 물론 지금은 많이 정비된 상태다.


그런 모악산 아래에 자리잡고 있어서일까? 금산사는 미륵신앙의 성지같은 곳이다. 금산사는 백제 법왕 때인 599년에 창건됐는데 그때는 작은 사찰에 불과했다. 그러다 신라 혜공왕 2년(766)에 진표율사에 의해 크게 중창되면서 이 지역의 중심 사찰로 자리잡게 된다. 이때 진표율사는 미륵장육상을 미륵전에 모셨는데 이는 법상종과 관련이 있는 내용이다. 법상종은 교종계열로 미륵신앙을 중심에 둔 종파로 진표율사 그 자신이 개산조다.


머리가 아프다. 일상생활에서는 잘 언급되지 않는 말들이 연이어 나오니 머리가 지끈거릴 수밖에... 또 미륵장육상은 무엇인가? 육개장 같은건가?ㅋ 거칠게 이야기하면 약 4.8미터짜리 미륵부처님 불상을 말하는 것이다. 장육상(丈六像)의 뜻을 더 알아보자. 통상적으로 불상을 만들 때 사람 키의 두 배인 16척으로 제작한다. 여기서 1척은 약 30cm이다. 그래서 '삼척동자도 다 안다'라고 했을 때는 강원도 삼척에 사는 꼬맹이가 아니라는 거다. 키가 90cm 정도 되는 꼬맹이도 다 아는데, 너만 모르냐 할 때 쓰는 말이다. 정리를 해보자.


1척= 30cm

1장= 10척

16척= 1장 6척


장육상은 이런 계산법에서 나온 것인데 신라의 세 가지 보물로까지 불렸던 경주 황룡사의 장육존상이 유명하다. 하지만 황룡사도 폐사되고 장육존상도 자취를 감추었다. 진표율사가 세운 미륵장육상도 마찬가지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






* 미륵전







금산사는 후백제를 세운 견훤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곳이다. 미륵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궁예다. 하지만 견훤도 자신을 미륵이라고 칭하며 미륵신앙을 정치에 이용했다. 900년 견훤은 완산주로 도읍을 정했는데 완산주가 바로 전주와 완주 일대다. 미륵신앙의 성지인 금산사가 아주 가까운 곳에 후백제의 도읍지가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권력은 참으로 비정한 법! 미륵신앙을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데 사용했던 견훤은 금산사에 감금되고 만다. 아들인 신검, 양검, 용검에 의해서. 스스로를 미륵이라고 칭한자가 미륵신앙의 본거지에 감금되고 만것이다.


이때가 후백제가 한참 고려와 항쟁을 벌이던 935년 3월이었다. 견훤은 아들이 10명이나 있었는데 그중 넷째 아들인 금강을 특별히 좋아했다. 그래서 금강에게 왕위를 물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첫번째 부인의 소생인 신검, 양검, 용검이 이를 알고 금강을 죽이고 만다. 또한 견훤을 금산사의 본전인 미륵전에 유폐시킨다. 이후 견훤은 고려로 도망치고 자신이 세운 후백제가 멸명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 얼마나 황망한 일인가! 자신이 세운 나라가 망하는 광경을 직접 지켜보다니... 그런 충격 때문인지 후삼국이 통일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견훤은 충남 논산에 있는 한 절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때가 936년이었다.







* 대적광전: 오른쪽에 오층석탑이 보인다.








그런데 한가지 의문이든다. 궁예와 견훤은 미륵신앙을 전면에 앞세우며 도탄에 빠져있는 백성들의 환심을 샀다. 그럼 후삼국을 통일한 왕건은 어떤 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나? 바로 도참사상이다. 미래의 길흉에 대한 예언을 믿는 사상이 바로 도참사상이다. 서구식으로 하면 노스트라다무스다.


금산사 중심영역에 들어서면 넓은 마당이 나온다. 중앙에 대적광전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미륵전이 우람하게 서 있다. 이 미륵전이 금산사의 본전이면서 견훤이 감금된 장소다. 외관이 3층으로 이루어진 미륵전은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3층 법당이다. 그래서 국보 제62호로 지정되었다.


미륵전은 외관이 3층 형식으로 되어있지만 실내는 통층으로 되어 있다. 천장이 높다보니 이곳에는 큰 미륵불이 세워져 있는데 그 높이가 무려 11미터가 넘는다. 또한 좌우에 세워진 보살상도 8미터가 넘는다. 직접 실내에 들어가 불상을 보면 경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도 합장을 하고 공손하게 기원을 드렸다.


이렇듯 금산사는 미륵불을 모신 미륵전이 본전, 즉 메인 법당이기에 따로 대웅전은 없다. 대신 석가모니불은 미륵전의 반대편에 있는 대장전에 모셔져 있다.







* 대장전: 석가모니불이 모셔진 대장전. 그 앞에 석등이 서있다. 석등은 보물 제 828호로 지정되어 있다.









* 금강계단: 왼쪽에 석종형 사리탑이 보인다. 오른쪽에 오층석탑이 우뚝 서있다.







1500년 전에 창건된 금산사에는 수많은 문화재들이 있다. 일일이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사진으로 대신하겠다. 그래도 몇가지 문화재들은 잠깐 언급하겠다.


먼저 방등계단이라고도 불리는 금강계단이다. 보물 제26호로 지정된 금산사 금강계단은 부처님의 사리탑이 있는 곳이다. 그렇다. 금산사도 유명한 양산 통도사처럼 부처님의 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다. 2층 계단으로 이루어진 금산사 금강계단은 진표율사가 처음 만들었고, 이후 여러번 다시 세웠다고 한다. 1층이 약 12미터이고, 2층은 약 8미터 정도다. 2층 한가운데 석종형의 사리탑이 모셔져 있다. 석종형이라하면 돌을 범종 형태로 깎은 것을 말한다.


금강계단 옆에는 보물 제25호인 금산사 오층석탑이 우뚝 서 있다. 통상적으로는 금강계단 앞에는 석등이 서 있다. 통도사 금강계단에도 석등이 서있다. 하지만 금산사 금강계단에는 고려시대에 만든 오층석탑이 우뚝하게 서있다. 그래서인지 부처님의 사리가 있는 석종형 사리탑보다 우뚝선 오층석탑에 먼저 눈길이 간다. 사리탑은 낮게 깔려있어 한 눈에 안 들어오고 높게 서 있는 오층석탑은 한 눈에 들어오니 그럴 수밖에... 두드러진 것만 보려하는 한낱 시력 안 좋은 어리석은 중생이여! 그 불쌍한 중생이 바로 접니다. 제가 시력이 안 좋아서리...ㅋ


금강계단과 오층석탑은 미륵전과 대적광전 사이에 있다. 송대라고 불리는 이 작은 언덕에 올라서면 금산사의 중심영역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둘러보고 있는데 저 아래 희안하게 생긴 석탑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금산사 육각다층석탑이다. 보물 제27호로 지정되어 있는 육각다층석탑은 특이하게도 점판암으로 만들어져있다. 점판암은 넙쩍하게 쪼개지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슬레이트라고도 불리며 기와로 쓰이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우리나라 석탑들은 화강암으로 만들어졌다. 사각형으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육각다층석탑은 그 법칙에서 벗어났다. 얼핏보면 맛나는 초코케이크를 층층이 쌓은 것처럼 보인다. 좀 앙증맞아 보일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높이도 2.18미터로 그리 높지가 않다. 갑자기 달달한 게 땡기네...ㅋ


이제까지 모악산에 있는 금산사를 탐방해 보았다. 사찰 하나에 이렇게 많은 문화재와 이야기가 숨쉬고 있다니! 그런 문화재와 이야기를 따라 오늘도 길을 나서는 거야! 아자아자~



ps. 앞으로도 미륵불을 칭하는 자는 많이 나올 거 같다. 미래불인 미륵불은 현세에 아직 출현하지 않으셨으니까. 세상이 혼탁할수록 자신을 '살아있는 미륵'이라고 칭하는 이들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다. 혼란한 세상에 누군가를 의지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심리니까. 그 심리를 귀신같이 이용해먹는 인간들도 분명 있으니까. 그런 사기꾼의 속셈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아래의 꽁트처럼 말이다. 


"내가 살아있는 미륵이다!"

"됐다. 공양간에 밥이나 묵으러 가자!"

"내가 살아있는 미륵이래도! 내 관심법으로...!"

"배고파 죽겠다니까... 지가 미륵이면 사람들 밥부터 챙겨줘야지! 나 간다."

"..."


 








*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 금산사: 금강계단 쪽에서 내려본 모습. 육각다층석탑과 석련대가 보인다. 석련대는 보물 제 23호로 지정되어 있다.







*노주석: 대적광전과 대장전 사이에 위치해 있다. 아마도 석등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그냥 노주석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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