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 남학생이 버스에 올랐다. 그 아이의 손에 들린 핸드폰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음성 안내 기능을 설정해놓고 화면을 건드린 것인지 발신인 이름이 AI 음성으로 흘러나왔다.
"짝사랑 빨간 하트"
버스 안 적막을 깨는 강렬한 목소리였다. 화들짝 놀란 학생이 급하게 수신거부 버튼을 눌렀다.
'짝사랑 빨간 하트?'
의아해하는 찰나, 이해가 되었다. 좋아하는 친구의 전화번호를 '짝사랑'이라고 저장하며 그 옆에 빨간색 하트 이모티콘을 덧붙였을 것이다. 그 애는 핸드폰에 무언가를 열심히 입력하더니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그 '짝사랑 빨간 하트'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겠지. 학생의 귓바퀴가 붉어 보였던 것은 짓궂은 내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3월의 어느 봄날이었다.
오늘 인터넷에서 스크롤을 내리다 보인 '짝사랑'이라는 단어에 불현듯 그 기억이 떠올랐다. 버스 안을 울리던 AI 음성이 아직도 생생해 피식 웃음이 났다. 그날 버스를 타고 당근 거래로 데려온 식물은 여러모로 속을 썩이고 있다. 지금 보니 그 이파리도 하트 모양이다.
그 학생의 '짝사랑 빨간 하트'는 여전히 진행형인지 묻고 싶은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