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 달린 낙타

천천히 가며 여유를 찾는 법

by 백두산


인도에서 가장 대중적인 이동수단은 오토바이다. 흔히 알고 있는 스쿠터부터 120cc 이상의 모터바이크까지 흔하게 볼 수 있다. 간혹 10살 갓 넘어 보이는 아이들이 스쿠터를 운전하고 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물론 법적으로는 안된다. 하지만 이곳은 꽤나 시골이라 그런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헬멧을 쓰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경찰들도 이제야 단속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지 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물론 도시에서는 헬멧을 쓰지 않은 사람들을 자주 단속하고 벌금을 물린다. 2009년에 뿌네에 있을 때, 단속에 걸린 경험이 있다. 그때는 면허도 아직 발급받지 않은 상태에서 걸렸기 때문에 800루피(한화 약 2만 원) 정도의 뒷돈을 주고 나서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경찰들이 외국인을 더 열심히 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면허 없이 운전한 내 잘못이다. 그래서 그때 바로 운전면허 시험장을 찾아가서 시험을 보고 6개월 임시 면허를 발급받았었다. 이후로는 인도에 올 때마다 국제면허를 발급받아서 왔는데, 기간이 1년밖에 안돼서 1년이 지나면 쓸 수 없는 것이 불편했다. 지금 나는 인도에서 발급받은 2륜 차(오토바이)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다. 전에 벵갈루루에서 근무할 때, 아예 이론과 실기 시험을 모두 치르고 발급받았다. 한 달 이상 걸린 긴 여정이었지만, 한 번 발급받고 나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에 참고 발급받았다. 대학교를 다니던 5년 6개월의 기간 중 4년 정도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고, 이후 벵갈루루(Bangalore)에서 근무할 때도 매일 왕복 1시간 출퇴근을 오토바이로 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나라에 있을 때 나는 오토바이를 배우려고 생각도 하지도 않았었다. 심지어 고등학교 졸업하고 다 따는 운전면허도 따지 않았다. 운전면허는 20대 중반이 돼서야 따게 됐는데, 차가 없기도 하고 인도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장롱면허가 된 지 오래되었다. 나는 인도에서 처음 오토바이 타는 법을 배웠는데, 제대로 배운 것도 아니고 뿌네에서 함께 지내던 한국인 친구들에게 어깨너머로 배웠다. 오토바이 타는 법이야 그렇게 어렵지 않으니 괜찮기는 했지만, 몇 번은 아찔한 순간들을 경험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크게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IMG_9627.JPG 자전거를 타기 전에 필요한 기본적인 세팅을 해주고 계신다.


이번에 대학원에 와서는 오토바이를 사지 않았다. 처음 몇 주간은 걸어서 다녔고, 조금 먼 거리는 오토릭샤를 이용했다. 오토릭샤는 이용하기 편하지만 운전기사들이 외국인에게 요금을 부풀려서 요구하기 때문에 매번 흥정하는 것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그 점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 특히 남학생들은 오토바이를 많이 구입한다. 여학생들도 많지는 않지만 스쿠터를 사서 타고 다닌다. 나는 따로 운동하는 시간을 갖지 않으니, 걷는 걸로 운동을 대신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최대한 계단을 이용한다. 그러다 학교 수업과 다른 일정들이 많아지면서 중간에 시간을 내서 무엇을 사러 가는데 걸어 다니는 것이 힘듦을 느꼈다. 그래서 오토바이 대신 자전거를 한 대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인도 아저씨들이 흔히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자전거를 구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가격이 4000루피(한화 10만 원 이내) 정도로 저렴하고, 두 번째로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만큼 품질이 믿을만하다고 판단했다. 길거리에서 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인도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보기에도 1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데 아직 쌩쌩하게 다니는 것을 보니 3년 이상 타는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주변 인도 친구들에게 물어보기에도 이 자전거는 엄청 튼튼해서 사람들이 10년 이상씩 탄다고 귀띔해 주었다. 세 번째 이유는 최대한 적게 소유하자는 마음에서 그렇다. 그동안 경험에서 배운 점은 돈을 많이 들여서 가지게 되면 될수록 지속적인 유지 보수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오토바이만 해도 주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하고, 연료를 보충해 주어야 한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일들이 많아지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최소한의 물건들을 가지고 간소하게 살면서 다른데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공부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니 그것에 모든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때는 더 빨리 다닐 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이 항상 바빴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자전거를 타고 다니지만 그때와 비교하면 웬일인지 마음이 한결 여유가 있다. 비단 무엇을 타고 다니는지가 이런 영향을 주는 요인들의 전부는 아닐 테지만 아주 영향이 없지도 않은 것 같다. 계속 관찰하고 있다. 어떤 점이 전과 달라졌기에 속도가 느려졌는데, 마음에는 여유가 생긴 건지. 처음 몇 일간은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고 다녀오면 허벅지가 약간 뻐근함을 느꼈다. 그만큼 운동을 하지 않았었다는 표시다. 지금은 지난 몇 주간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 다닌 덕분에 더 이상 허벅지가 아프지 않다. 연료비도 아끼고, 운동도 하고, 효율도 좋다. 상당히 만족하며 애용하고 있다.




채식 vs 육식


전에 독서토론 모임을 하면서 채식과 육식에 대한 이야기를 한 기억이 난다. 이때 한 분이 말씀하시길 어떤 영양학자들은 육식이 더 몸에 좋다고 하고, 어떤 영양학자들은 채식이 더 좋다고 하니 상반되는 두 견해 사이에서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최근 영양학에 조예가 깊은 친구에게 이 부분을 물었다. 그 친구가 이야기하길, 현재 크게 채식과 육식을 지지하는 그룹의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서로 완전히 상반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하는 내용 중 70~80%는 서로가 동의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단지 20~30%의 부분에서 상반된 견해를 나타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20~30%의 상반된 견해를 보고 혼란스러워할 것이 아니라 70~80%의 공통된 견해를 먼저 받아들이고 따르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공통된 견해 중 가장 중요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가공식품을 멀리하는 것이다. 내가 육식을 해야 할지, 채식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기 이전에 가공 식품을 먹지 않는 노력을 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뒤에 육식을 유지할지 채식으로 바꿀지 생각해도 늦지 않다.



개인적으로 아유르베다를 공부한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육식과 채식의 문제보다 먼저 내가 먹는 음식이 소화가 잘 되고 있는지 체크를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자신이 먹는 음식을 제대로 소화시키고 있다면 그것으로 큰 건강상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그것으로 건강 상의 이상을 불러올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겠다. 소화력에 문제가 생기는 데서 모든 질병은 시작한다고 아유르베다의 고전에서는 명확하게 밝히고 있으니 말이다.




신입생 환영 파티


요즘 나는 뜻밖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월 7일에 있을 신입생 환영 파티에서 할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이 여간 골치가 아픈 것이 아니다.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는지라 이런 자리는 웬만하면 최대한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모든 신입생이 적어도 하나씩은 참여를 해야 한다는 선배들의 압력(?)으로 아무래도 마냥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끝까지 하지 않겠다고 버틸 수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 서로 얼굴을 붉히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래서 적당히 노래 한 곡을 불러보려고 연습하는 중이다. 그런데 선배들이 계속 나에게 춤을 추라고 요구한다. 춤을 추는 것이 내가 제일 불편함을 느끼는 행위 중 하나인 것을 감안할 때,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인도에서 지내다 보면 가끔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이 그러했다. 내 의견이나 감정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이려고 무리하게 들이댄다. 이러면 어쩔 수 없이 감정이 상하게 된다. 무리하게 설득하려는 사람이나, 하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나나 모두 감정이 상한다. 이런 상황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대에서 춤을 추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 어제는 함께 노래를 부르기로 한 다른 친구가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졸지에 혼자 무대에 서야 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장기자랑을 하나씩을 꼭 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혼자 힌디 노래를 부르겠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우리 과의 다른 친구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자고 나를 설득해서 같이 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빠진다고 하니, 나도 덩달아 힘이 빠진다. 그래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연습하던 곡 계속 연습해서 돌아오는 오디션 날짜에 선배들 앞에서 불러보고 무대에 서도 된다는 결정이 난다면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편으론 내가 왜 그렇게 춤을 추고 싶지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일단 춤을 추려고 하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면 움직임에서 즐거움은 사라지고 그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 몇 번 춤을 추거나 즐겨보기 위한 시도를 해보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매 번 심각한 불편함만을 나에게 안겨주었다. 언젠가 나에게도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춤출 수 있는 날이 올까... 대신 경전을 읽고 공부하라고 한다면, 그게 더 즐거울 것 같다.




수레 달린 낙타


IMG_9797.JPG 물건을 나르고 난 후 빈 수레를 끌고 가는 낙타


이곳에서는 아직도 낙타를 이용해서 운송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크고 무거운 물건을 가까운 거리로 운송해야 할 때 주로 이용한다. 도시에서는 이미 대형 트럭으로 대체되었지만, 이곳에서는 아직 낙타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도로를 지나다 낙타가 끄는 수레를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가 있기도 하다. 힘들게 일하고 있는 낙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 한 번은 이런 에피소드가 있기도 했다. 매 년 대학원에서 3개월 과정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아유르베다 교육 과정을 진행한다는 것을 지난 글에서 이미 얘기했었다. 대학교 3학년 때쯤에 3개월 과정을 배우기 위해 왔었던 나이가 지긋한 여성분이 있었다. 그분이 3개월 간의 공부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꼭 한 번은 낙타가 끄는 수레를 타보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아는 인도 사람들을 통해서 이런저런 흥정을 한 끝에 우리는 그 수레를 탈 수 있었다. 해가 서서히 저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갈 때쯤 낙타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던 기억은 아직도 즐거운 추억으로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그때 함께 하던 친구들은 이제 이곳에 없다. 공부를 마치고 저마다의 뜻하는 바를 펼치기 위해 돌아갔다. 우리가 계속 아유르베다를 공부하고 펴 나가는 한 언젠가 어느 길에서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마주치길 희망한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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