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시작된 증평 도보여행 증평구(九) 경의 삼기저수지
등잔 밑이 어둡다는 표현도 있지만 이번에 방문해 본 공간은 등잔 밑이 가장 밝은 느낌을 받는 곳이었다. 벌써 3월도 중순을 향해가고 있고 여전히 도시는 언제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걸음을 늦추고 싶어질 때가 있다. 오늘은 충북 증평에 있는 삼기저수지 등잔길을 걸으며 그 시간을 보내보기로 했다.
삼기저수지 주변을 걷다 보면 안쪽에 자리한 율리 석조관음보살입상을 만날 수 있다.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듯한 보살상은 조용히 서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크지 않은 규모의 석조상이지만 그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추게 된다.
이곳은 빠르게 걸을 필요가 없는 길이다. 저수지 주변을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여유로운 시간이 가져볼 수가 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물 위로 비치는 하늘과 주변의 산들이 어우러지면서 조용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관음보살상이 바라보고 있는 삼기저수지의 풍경 역시 그런 시간을 조용히 받아들이는 듯하다. 최근 3월에 시작된 증평군에서는 이런 지역의 매력을 보다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해설과 함께하는 도보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지역의 역사와 자연,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참여형 관광 프로그램이다.
관음보살은 예로부터 사람들의 고통을 듣고 자비로 구제해 준다는 의미를 지닌 존재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보살상을 바라보며 각자의 마음속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특별한 의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용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어쩌면 사람들이 이런 공간을 찾는 이유는 거창한 소원을 빌기 위해서라기보다 잠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삼기저수지는 증평군에서 선정한 관광 명소인 증평구경(九景) 가운데 하나로 저수지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길은 ‘등잔길’이라는 이름처럼 잔잔한 분위기를 가진 길로 명명이 되어 있다. 물가를 따라 걷다 보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잔잔한 수면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
이 프로그램은 증평의 대표 관광 명소인 **증평구경(九景)**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증평구경에는 ▲보강천 미루나무 숲 ▲명상구름다리 ▲좌구산 천문대 ▲삼기저수지 등잔길 ▲에듀팜 관광단지 ▲연암지질생태공원 ▲추성산성 ▲민속체험 박물관 ▲연병호 항일기념관 등이 포함된다.
전체 코스는 남부권 4개, 중부권 2개, 북부권 3개로 나뉘어 있으며 각 코스는 약 2시간 정도의 도보 여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걷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설을 통해 지역의 이야기와 역사까지 함께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희망일 기준 5일 전까지 문화관광해설사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회차별 정원은 선착순 10명이다. 참가비는 무료로 운영된다. 봄이 시작되는 계절에는 걷기 좋은 길들이 더욱 인기를 끌게 된다. 삼기저수지 등잔길처럼 조용한 물가를 따라 걷다 보면 일상의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특별한 목적지가 없어도 괜찮다. 그저 한 걸음씩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되기 때문이다.
삼기저수지의 물가와 그 곁을 지키고 있는 관음보살상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잠시 머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늦추고 싶다면, 그리고 조용한 풍경 속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싶다면 증평 삼기저수지 등잔길을 한 번 걸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삼기저수지의 물결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고 있지만 바람이 지나가면서 잔잔하게 흔들릴 뿐이다.
율리 석조관음보살입상 역시 오랜 시간 같은 자리를 지키며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사람의 삶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라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어쩌면 사람들은 이곳에서 소원을 비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자신의 마음을 내려놓고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용한 물가와 보살상이 함께 있는 삼기저수지 등잔길은 그렇게 걷는 사람들에게 짧지만 감성 있는 시간을 부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