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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7. 2017

기린의 날개

날개를 가졌다면 언젠가 날겠지 

하가시노 게이고의 최근 작품인 기린의 날개는 전형적인 히가시노 게이고 스타일의 작품 중 하나이다. 꽤 두꺼운 분량이지만 마음먹고 읽으면 2~3시간 정도에 정독이 가능한 분량이다. 쉽게 읽히는 편이지만 책 속의 단서를 찾으려고 지체하다 보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책 제목에서 사용한 기린은 통상 알고 있는 아프리카의 기린이 아니라 오색 찬란한 전설 속의 동물인 기린을 의미한다. 용, 봉황, 거북과 함께 네 가지의 영험한 동물이며 말마 변을 붙여 기린이라 부른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를 기린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래 기린은 날개가 없지만 도쿄의 한 다리에 있는 조각상 기린에는 날개를 만들어놓았다고 한다. 도쿄는 가 본 기억이 없는데 가게 되면 한번 날개 달린 기린을 보러 가봐야 할 듯하다. 몸통은 말과 비슷하지만 머리는 용과 매우 닮아 있고 외피도 용과 유사한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의 날개에서 작가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이제 캐릭터도 익숙해진 가가 형사는 히가시노 게이고 만든 통찰력 있는 캐릭터다. 평소에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추리력을 가졌지만 그 이면에는 따뜻함이 숨겨져 있다. 


일본의 적지 않는 영화나 만화에서 독특한 공통점 중 하나는 죽어가는 사람이 남기는 다잉 메시지이다. 가슴에 치명상을 입고 아들 유토를 향해 죽어가는 순간에 다케아키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기린의 날개에 있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집안을 건사했지만 정작 와이프 후미코와 아들 유토와 딸 하루카는 정작 아빠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냥 도로에서 객사했다는 것을 형사들에게 전달받았을 뿐이다. 가가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정작 다케아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가족들조차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를 죽인 것은 누구였을까? 

그에게 무슨 원한을 가지고 있었을까? 


아오야기 이케아 키의 지갑을 가지고 트럭에 치인채 발견된 휴 유키는 의식불명의 상태로 대답을 할 수 없다. 휴 유키의 약혼자 가오리는 휴 유키가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데......


"살인 사건이란 게 암세포와 같아서 일단 생겼다 하면 그 고통이 주위로 번진단 말이지. 범인이 잡히든 수사가 종결되든, 그 고통에 의한 침식을 막기가 어려워." 


"요시나가의 어머니는 칠복신 순례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니혼바시 다리에서 기린 조각상을 올려다보고 그것을 블로그 제목으로 정한 것이다.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기린의 모습에서 의식을 되찾은 아들이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연상했을 것이다." 


용기를 내라,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자신이 믿는 대로 하라라고 말하는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잔잔하면서도 적지 않은 무게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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