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아카이브

옥친이라는 공간이 스스로를 기록하는 방식

얼마 전 옥천의 전통문화체험관에서는 도시기억 아카이브 시잔제가 열렸었다.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으로 옥천과 관련된 사진도 전시가 되었다. 도시는 계획으로 만들어지고 시간에 지나면서 살아 있는 생물처럼 변해간다. 옥천 구읍은 그 수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으로 신시가지가 확장되기 전, 행정과 상업의 중심이었던 이곳은 하나의 소도시가 어떤 구조로 형성되고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설계도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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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의 구읍에 자리한 이 오래된 느티나무는 옥천 사람들에게 다양한 행사를 여는 그런 의미가 있는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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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읍의 골목을 걷다 보면 도로 폭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 동선이 아니라 보행 중심의 생활 가로였기 때문이다. 상점과 주거가 혼재된 1~2층 건물이 있어서 전형적인 시골공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건물 전면과 도로 사이의 완충 공간과 가로변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소규모 점포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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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는 근대 소도시의 전형적인 상업-주거 복합형 블록 구조다. 현대 신도시처럼 기능을 분리하지 않았기에 생활의 밀도가 높았다. 도시계획적으로 보면 구읍은 용도 혼합형 도시’의 자연발생적 사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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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읍 건물들을 유심히 보면 필지 규모가 작고 세분화되어 있다. 이는 상업 활동이 활발했던 중심지의 특징이다. 작은 필지 = 다양한 상점 = 경제 활동의 다층 구조를 만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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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의 구읍의 곳곳에는 오래된 고택들도 남아 있다. 정지용생가를 빼놓고 활용하지 않는 곳도 있지만 도시 아카이브로서의 의미가 있다. 구읍은 대규모 재개발보다는 ‘점진적 보존’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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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구읍은 행정기관과 시장이 자리했던 중심지였다. 도시계획의 핵심은 늘 행정과 교통이었다. 하지만 신시가지가 형성되면서 관공서 이전과 대형 상업시설 입지 변화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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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구읍은 그 과정에서 중심성을 잃은 공간이지만 중심성을 잃은 공간은 도시의 원형을 가장 오래 보존하고 있다. 이는 도시의 시간 단면이 한 건물 안에 겹쳐 있음을 보여준다. 건축은 단순한 외형이 아니라 도시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담는 물리적 기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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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읍은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원도시의 기억을 보존한다. 도시 아카이브는 건물 하나가 아니라 가로 체계, 필지 구조, 블록 구성, 건축 스케일 전체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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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구읍은 한 도시가 형성되고, 확장되고, 중심을 이동시키는 과정이 공간에 그대로 남아 있는 사례이기에 아카이브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구읍을 걷는다는 것은 낡은 골목을 산책하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진화 과정을 읽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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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계속 새로워진다. 하지만 새로움만으로 정체성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옥천 구읍은 도시가 스스로를 기록해 온 흔적이다. 도시는 스스로를 설계하지만 그 기억을 남길지 지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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