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째서 홍흔흔인가

닉네임에 대해서

by 홍흔흔

보통 한국 사람들은 이름이 한자라서, 중국에 오면 대부분 그 한자를 그대로 사용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한국에서 이름으로 많이 사용하는 한자와 중국에서 이름으로 많이 사용하는 한자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인들은 이름만 보고도 단번에 한국인임을 알아차리고, 한국인들 역시 중국인 이름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나 역시도 한자 이름이라서 처음에는 그 이름 그대로 사용했다. 하지만, 내 이름도 중국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로 된 이름이었고, 내 이름을 말했을 때 정말 너무나도 많이 무례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름이 왜 그러냐‘는 질문은 양반일 정도. 거기에 표정과 태도까지 더해지면 생각보다 불쾌한 경험이다. 그래서 중국 이름을 따로 사용하게 되었다. 어차피 외국에서 외국인의 공식 이름은 여권상의 영문이름이다. 거기에 한자 이름은 없으니, 내 마음대로 중국 이름을 따로 사용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랴.


怎么称呼你?(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可以叫我“欣欣“ (흔흔이라고 불러주세요)


그렇게 지은 이름이었다——欣(xīn, 기뻐할 흔). 이 글자는 중국에서 여자 이름에 많이 쓰이는 한자이다. 한국에서는 이름에 잘 안 쓰는 글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국인 게 티 안 나게 중국어를 얼추 하는 지금은 저 이름을 말하면, 신분증을 꺼내 보여야 하거나, 상대가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서 사소한 특징까지 간파한 경우가 아니라면, 딱히 한국인인 줄 모르고 넘어간다. 그럴 정도로 그냥 중국 이름인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여기에서 친해진 한국인 친구들에게 내 중국 이름을 들으면 조심스럽게 ‘이름이 흔 씨..? 맞으세요?’라고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과 눈빛으로 나에게 묻는다. 그러면 나는 이러쿵저러쿵해서 중국 이름을 따로 쓰고 있고, 그건 내 중국 이름이라고 설명하곤 했다.


내가 학부를 다닐 때에도, 항저우에 막 왔을 때만 해도 중국 한자 이름에 대해 한자를 한국식으로 읽은 발음 사용이 더 많았다. 중국의 지역명도 북경, 상해, 항주 이런 식으로 불렀으니까. 한국으로 유학온 중국 친구들의 이름도 그들의 이름을 그대로 한국식으로 읽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한국어 규정에 따르면 1911년부터 중국식 발음 표기로 한다고 하지만) 중국식 발음 표기로 바뀌기 시작했고(체감으로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바뀐 느낌이다), 요즘에는 대부분 중국식 발음 그대로 읽는 번역을 사용하는 추세이다.


그래서 중국인 이름을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규정에 따라 중국식 발음대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저 이름은 마땅히 ‘신’이라고 읽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혹시 이름이 흔인가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그때마다 내심 재밌다고 느꼈고, 닉네임이니까 외국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으려고 한다. 닉네임인데 무슨 상관이랴. 그렇게 나는 홍흔흔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