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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혁재 Nov 03. 2021

따릉이가 비추는 LED 불빛을 따라가면 힐링될지도

-힐링n차탐구

"난 (네가) 이해가 안 된다"


무능력함이 탄로가 나는 순간.


취재를 냉장고에 재료를 모으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면 냉장고에 쌓이는 재료가 다양할수록 만들 요리가 맛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쏟아야 완성되는 기사도 볼 만할 텐데 빈약한 재료를 가져왔으니 기사가 맛 좋을 리가.


뒤늦게 그때 순식간에 날 압도했던 감정이 무엇이었을까 돌이켜 보면 첫 번째는 두려움이었다.  


'이제 일 시작한 지 6개월 겨우 넘었는데 게으른 사람으로 찍히면 어떡하나.'

'열정이 없다 생각하면 어쩌지.'


이어지는 다른 선배들의 진심 어린 피드백을 받고 났을 땐 이제 자괴감이란 두 번째 감정이 덮쳐온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빛이 좀 덜 들어오게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운 시간이 아침 8시. 윗집에서 울려대는 괴상한 피아노 소리에 눈을 떴을 때는 맞춰 놓은 알람보다 조금 이른 시간. 뭔가 거슬리는 찝찝함이 마음에 계속 남았는데 비단 생각했던 시간보다 일찍 일어났기 때문 만은 아니었을 터.


여자 친구와 카페를 가고 맛난 밥을 먹고 다시 카페를 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익숙한 장소들을 사랑하는 사람과 익숙한 시간에 방문한다는 기분 좋은 안도감도 물론! 새벽부터 이어져 온 스트레스를 풀기에 부족함은 없었지만, 뇌가 생각을 거치기 이전에 피곤한 몸 구석구석에서 액티브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었다.


삼성 갤럭시 S21


##힐링의 순간


서대문 카페에서 곧장 마포역으로 달려 따릉이를 빌렸다.


2시간에 2000원 믿기지 않는 가격에 자전거를 빌리고 기분 좋게 페달을 굴리니 어둑어둑해진 도로를 따릉이에 달린 LED 등이 파바밧 비췄다.

하얀 LED 등이 깜빡이고 씽씽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여자 친구가 앞에 있고 한강공원 풍경들이 불 너머로 스쳐 지나갔다.

시원한 바람이 머리를 쓸어 넘기고 등은 땀으로 축축해질 때쯤 허벅다리 바깥쪽부터 조여 오는 듯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내 '마스크를 내려야겠다'라고 생각이 들 때 즈음 손은 이미 연신 마스크를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했다.


'왜 이리 숨이 차는가.'


이 저질스러운 체력과 불어난 살들을 한탄하면서 문득,

힘들다 힘들다 하면서도 잘 달리는 여자 친구와 거리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 연신 페달을 밟았던 때를 깊숙하게 들여다보니 순간의 모든 집중력이 발끝으로 향했던 찰나가 기분 좋게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오직 페달에만 집중하는 그 순간.


마포구청에서 따릉이를 반납하고 어플에 찍힌 57이란 숫자.

다리는 힘이 풀려 계단을 내려갈 때 후들후들 했지만 모든 것을 잊고 집중했던 57분이 차곡차곡 모아 왔던 찝찝했던 순간들을 밀어내는 것을 보았다.

꽤 어둑했던 한강공원 자전거 길을 깜빡이며 비추던 따릉이 LED 불빛이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은 것을 확인했을 때는 아침까지 고단했던 순간들이 반대로 흐릿해졌다는 걸 깨달은 후다.


##탐구 결과

전리품 : 어둑한 밤 강 건너 여의도 야경을 담은 사진, 땀에 젖은 속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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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쿼트 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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