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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훈구 Sep 01. 2020

아이폰을 살 테니 돈을 다오

나는 애플을 믿고 있다고!

아이폰 11을 샀다. 그날, 나는 애플 주식을 샀다. 언젠간 내가 낸 핸드폰 기기 값만큼 받아낼 생각이다. 나는 애플을 믿는다고!




아이폰을 좋아한다. 애플의 감성, 디자인, 안전한 보안... 뭐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호구가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호구는 정말 싫다. 호갱이 되어 줄 생각도 전혀 없다. 그러니 내 선택지는 언제나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어디서 사도 같은 가격이다. 할인? 우리 아이폰 형님은 어림도 없지!


2015년부터 아이폰 se를 쓰고 있는 나로선 se2의 소식을 간절히 기다렸다. 가격도 착하고 한 손에 들어오는 아담한 사이즈는 포기 못하지. 무엇보다 각진 네모 디자인은 정말 포기할 수 없다고! 아이폰 se2의 소식은 나온다 나온다 하면서 계속 간보더니 드디어 2020년 5월에 나왔다. 어린이날 선물이라도 되는 걸까? 그리고 어린이날 선물로 레고를 받고 싶었던 초등학생의 나는 포장을 풀러 보니 못생긴 인형이 나타난 것처럼 se2의 보고 실망하고야 말았다. 가격은 착하다. 기능도 좋지. 인물 모드 촬영이 다 되니 말이다. 하지만... 하지만... 디자인은 왜 각지지 않고 둥그런 것인가...


5년 동안 지켜온 se에 대한 자부심은 그렇게 내 추억 한쪽에 가지런히 접어뒀다. 그래 이왕 둥그런 아이폰 살 거면 큰 거 사는 게 좋지. 좋은 건 클수록 커지잖아요. 큰 아이폰은 다 크다. 카메라도 크고, 사양도 크고 무엇보다 가격도 크다. 이야... 제 노트북도 100만 원 안쪽인데 핸드폰이 100만 원이 넘네요? 그래서 나는 아이폰 하나 때문에 변절자가 되었다. se 신념을 저버리더니 고등학교 때 핸드폰을 처음 만진 이래 계속 kt를 이용해온 나름 성골 집안에서 통신사를 바꿨다. 그저 통신사 바꾸면 보상요금을 준다는 말에...


아이폰은 어디서 사도 같은 가격이다. 핸드폰을 살 때마다 수많은 호갱의 사례를 이미 정독한 나는 최대한 돈은 많지만 당신이 제안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는 모습으로 통신사에 들어가 아이폰 11을 샀다. 아이폰 11 프로가 탐났지만 그보단 내 통장의 잔고가 더 눈길이 갔기에 참았다. 선생님 아이폰 11로 주세요. 아! 혹시 일시불로 기기값 드리면 좀 더 할인이 있을까요? 아휴. 그럼 당연히 현금 다 드리죠. 여기 어서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이야. 여기는 개통도 참 빠르네요. 하하하.

나는 당황하면 말이 많아지는 편이다. 아무리 호갱에 대한 여러 사례를 읽어도 나는 천성 호갱의 상이다. 그러니 나는 평생 아이폰을 살 팔자다. 아이폰은 어디서나 가격이 같다. 물론 어딘가엔 또 가장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대다수가 아이폰을 제 값 주고 사고 있으니 배가 아플 일은 없다. 어쩌면 호갱은 상대적인 것일지도.


아이폰 11을 사고 나오는 길에 애플 주식을 샀다. 내가 핸드폰 하나 팔아줬으니 애플사에선 매출이 오를 테고 그러면 애플에선 얻은 수익을 가지고 더 매력적인 일을 할 것이란 나의 통찰력이다.(그런 일은 없다. 내가 아이폰을 사기 전에 이미 통신사에선 수량을 보유하고 있기에 내가 핸드폰 하나 산다고 애플의 매출이 갑자기 변하진 않는다) 언젠가 내가 주식 투자 한번 해보겠다 했는데 그걸 아이폰 11을 사면서 실현해버렸다. 그리고 애플이 8월 31일에 주식 액면 분할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한다.


역시 5주는 더 사놓을걸...


어쨌든 엄청난 큰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일단 목표는 이뤘다.

아이폰 11 가격만큼은 벌었다.

 (물론 주식 매도 전까지 어디까지나 정말 숫자일 뿐이다. 그걸 참 잘 아는 경영학부 졸업생이지만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호르몬의 분비와 현실 지각 사이엔 연관성이 없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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