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actcampus.kr 서비스의 종료를 돌아보며
나는 루트임팩트 Learn 팀이 임팩트캠퍼스 팀으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정식으로 이 팀에 합류하게 된 첫 번째 멤버이다. 2020년 말, 내가 Learn 팀의 마지막 인턴으로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있던 무렵부터 팀에서는 매주 치열한 워크숍을 통해 리브랜딩을 준비하고 있었고, 두 달 뒤에는 내가 임팩트캠퍼스 프로그램 매니저로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못한 채 회의록을 성실히 살펴보며 팀에 대한 팬심으로 그 변화를 기대하고 있었다.
2021년, Learn 팀이 임팩트캠퍼스 팀으로 새출발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이었다. 기존에는 “체인지메이커*(다양한 사회·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의 역량 향상과 커리어 개발을 돕는 배움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팀”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팀이었다면, 임팩트캠퍼스는 “체인지메이커 커리어를 준비하는 청년을 위한 커리어 개발 플랫폼”으로 배움의 준비-시작-몰입-지속의 과정을 돕는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팀으로 포지셔닝 전략을 다듬었다.
플랫폼이라는 정체성에 맞게 팀의 핵심 과제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는 웹서비스 개발이 되었다. 체인지메이커 커리어를 꿈꾸는 청년들이 임팩트캠퍼스 웹서비스(=플랫폼)에 모여 역량 향상에 필요한 다양한 배움의 기회를 찾고, 시작한 배움을 충분히 몰입하고, 끝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나아가 그 경험을 포트폴리오로 담아 커리어 개발 과정에 잘 쓸 수 있도록 돕는 웹서비스. 임팩트캠퍼스 프로그램 매니저로 합류한 나의 첫 업무 역시 이 웹서비스의 기초가 되는 임시 페이지의 내용 구성 — 임팩트캠퍼스가 어떤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제공하는지 리스트 세팅 — 이었다.
그래서일까? 여러 이유로 인해 이제는 임팩트캠퍼스 웹서비스를 종료하게 되었지만, 이대로 보내주기는 아쉬웠다. 서비스 오픈 안내 메일과 종료 안내 메일 사이에 담긴 팀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 “임팩트캠퍼스 서비스를 종료합니다.”라는 메일에 다 담지 못한 팀의 노력의 과정, 그 과정에 담긴 마음을 알리고 싶었다. 임팩트캠퍼스 웹서비스의 시작과 함께 프로그램 매니저로 일을 시작하고, 종료를 논의하던 시점에 콘텐츠 매니저로 포지션명을 변경한 내가 이 웹서비스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면, 이 글이 곧 임팩트캠퍼스 웹서비스에 대한 인사이자 프로그램 매니저 백현지에 대한 인사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것이 이 웹서비스를 직접적으로 기획하고 만든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덕트 오너, UIUX 디자이너, 개발자도 아닌 프로그램 매니저였던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다.
임팩트캠퍼스 웹서비스는 “나를 위한 커리어 개발 플랫폼”이라는 컨셉으로 구성되었다.
그동안 팀이 제공해왔던 교육 프로그램(임팩트 베이스캠프, 임팩트커리어Y 부트캠프 등 시그니처 프로그램이라 불러온 프로그램들) 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역량 및 성격별로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목록을 구성하고, ‘러닝가이드’라는 이름으로 특정 역량, 직무에서의 성장 목표에 맞춰 단계별로 프로그램을 추천하는 것 또한 목표로 하여 배움의 시작을 돕고자 했다.
배움의 몰입을 위해서는 ‘내 경험 관리’ 기능을 새롭게 개발했다. 보다 주도적으로 각 경험에 임할 수 있도록 시작 전 목표를 세워보고, 경험 중에는 그 목표에 빗대어 돌아볼 수 있는 일종의 메모, 회고 성격의 기록을 남길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었다. 경험 중에 잘 남겨둔 생생한 기록을 나중에 꺼내보았을 때 그 경험 이전에 비해 어떤 걸 배우고 성장했는지 알 수 있도록, 그로부터 얻은 것을 각자의 자산으로 삼아 커리어 개발 과정에 유용하게 활용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배움 이후에도 지속해서 커리어 개발 여정을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웹 상에서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하며 캠퍼, 프리캠퍼라 불리는 임팩트캠퍼스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함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 형태의 기능을 마련했다.
나는 프로그램 매니저로 프로그램 목록 및 상세 페이지 내용을 구성하는 것, 그리고 경험 관리 기능을 실제 프로그램 과정에 적용해보는 역할을 맡았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웹서비스 밖에서 진행해오던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웹서비스에 어떻게 담아낼지를 고민해내고, 웹서비스의 기능을 다시 웹서비스 밖에 꺼내어 어떻게 적용할지를 시도해보았던 셈이다. 나와 비슷하게 팀의 커뮤니티 매니저님은 커뮤니티 기능이 실제 커뮤니티를 어떻게 담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기능 구성에 의견을 덧대어주셨다. 이 글에서는 내가 담당한 역할 위주로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임팩트캠퍼스의 시작에서 프로그램 관련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스케일업’이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팀의 프로그램 수가 적었고, 그래서 각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하는 방식이었다면, 플랫폼의 출범과 함께 프로그램 개수의 양적인 확대도 있었고, 분야의 범주도 늘어났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한 프로그램 목록 및 상세 페이지 구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비스 기획을 담당해주신 팀원분들이 화면에서의 이러한 구성을 고민해주셨다면, 프로그램 매니저인 나는 각 프로그램 간의 관계 설정에 주목했다. 특정 역량 하나를 키우기 위해 어떤 과정이 필요할지, 그 과정을 단계별로 쪼갠다면 각 단계에서는 어떤 내용을 배우고 경험해야 하는지, 경험의 성격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 등이 그 예시다.
각 직무를 꿈꾸는 청년들이 웹페이지를 통해 조금 더 쉽게 그 직무에 필요한 역량 향상 프로그램을 찾고, 이후 필요한 커리어 개발 로드맵을 참고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전과는 달리 여러 프로그램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이 프로그램 다음에는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좋을지, 그 특징을 명시하고 순서를 추천하는 내용으로 각 프로그램 상세페이지 내용을 채워나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임팩트캠퍼스 웹서비스가 많은 분들의 막막한 커리어 개발 여정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부푼 기대감을 가지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 여정에 필요한 프로그램 구성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결국 완전할 수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채우지? 빨리 채워야 청년 분들이 더 빨리 도움을 받으실텐데 라는 조급함을 느끼기도 했다. 웹서비스 내 목록을 채우기 위해 시작한 정리 작업이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프로그램 매니저로서 프로그램 기획 및 구성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실제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 웹서비스(베타)의 경험 관리 기능을 적용해보는 과정에서는 프로그램 매니저로서 프로그램 운영의 관점을 더 확장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기존 프로그램 운영 방식과 내 경험 관리 기능을 사용할 때의 고객 여정 지도(프로그램을 접하고, 시작하고, 참여하고, 종료하고의 일련의 과정..)를 분석해보기도 하고, 해당 기능을 참가자에 적용하기 전 내부 테스트를 통한 QA를 담당하기도 했다. 실제 프로그램에 적용한 이후에는 참가자와 코치가 프로그램 관련 문의 뿐 아니라 해당 기능에 대한 문의까지 모두 나에게 직접 연락주셔야 하는 시스템이었다보니, 어떻게 보면 프로그램 매니저로 다루어야 하는 문제의 범위가 더 넓어지기도 했었다. 웹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던 프로그램과 이용한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각각 어떤 식으로 해당 경험을 정리하고 소화해내는지 비교해보고, 또 운영진 및 코치/강사의 입장에서 참가자의 참여 현황을 확인하는 방식은 어떤 점이 같고 다른지를 살펴보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꽉 채운 2년 동안 웹서비스 오픈을 준비하고, 베타서비스 적용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아쉬운 점,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다. 프로그램 매니저인 나는 웹서비스가 프로그램 — 참가자 — 강사 및 운영진에 어떤 영향을 주고 받는지 관점에서 그러함을 느꼈고, 프로덕트를 꾸리는 담당 팀원들은 디자인, 개발, 서비스 기획 과정에서의 어려운 점이 있었을 것이다.
프로그램 매니저인 내가 느끼기에 가장 어려웠던 것은 특히 ‘내 경험 관리’ 기능이었는데, 배움의 몰입이라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기능을 적용해보는 모든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 기능이 그래서 배움의 몰입에 도움이 되는지, 나아가 그 배움의 경험을 자산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되물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렇다”라는 답을 달기까지 전제조건이 꽤나 많이 필요했다.
오류가 나지 않아서 참가자가 작성한 기록이 날아가지 않는다면
개발 역량 관련 교육의 경우 작성한 코드를 임베드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 중 제작한 과제, 발표물 등의 파일을 기록과 함께 첨부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 일정 및 과제 수준이 지나치게 빡빡하지 않아서 기록을 천천히 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
어떤 역량 향상 프로그램에는 정말 적절한 것 같다가도, 어떤 직무 역량 향상 프로그램에는 아예 불필요한 기능 같이 느껴지고, 같은 역량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더라도 그 프로그램의 참여 방식이 프로젝트형인지, 토론을 위주로 하는 스터디인지에 따라 참가자들이 경험 기록 과정에 느끼는 부담의 정도가 달라지고, 코치/강사가 직접 그 기록을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 반영하는지 아닌지, 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자발적으로 진행되는지 또는 프로그램의 과제/수료조건으로 어떤 조건을 가지는지에 따라 이 기능이 유효한지 아닌지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의 판단이 끊임없이 달라졌다. 다양한 역량/성격의 프로그램을 두루 담당했던 나로서는 이러한 다양한 경우에 두루 적용되기에 웹서비스 개발 과정의 속도가 못내 아쉬웠던 것 같다.
결국 웹서비스의 각 기능별로 담당 팀원들의 의견을 종합해 논의한 결과, 임팩트캠퍼스 웹서비스는 종료하기로 결정되었다. 이렇게 공들였는데 이 정도 아쉬움으로 종료하는 게 맞나? 개선할 수 있는 문제 아닐까? 라는 꼬리 질문을 팀원 한 명 한 명이 얼마나 많이 던져본 뒤였을지.. 꽤 긴 시간 동안 팀의 핵심 과제였던만큼, 각자의 의견이 가지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나 또한 그랬다. 아쉬운 점들을 쭉 나열하다가도 웹서비스에 정성스레 본인의 성장의 여정을 남겨준 참가자 분들의 기록을 보며 이런 게 다 뭐가 중요해! 한 명이라도 이렇게 도움을 받으면 된 거 아닌가? 라는 생각도 자주했다.
그렇지만 웹서비스라는 방식을 처음 생각해내게 된 그 배경, 즉 목표를 다시 짚어보면서 지금의 결론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임팩트캠퍼스가 웹서비스라는 일종의 수단을 선택한 것은 우리의 타깃 청년이 더 많아지고 다양해진 프로그램을 더 쉽게, 더 효과적으로 본인과 연결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이 목표 달성에 임팩트캠퍼스 웹서비스가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를 평가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웹서비스라는 수단에 맞추기 위해 프로그램의 어떤 요소를 수정해야 할까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면서 ‘앗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느낌표가 떴던 것 같다. 아마 나 말고 다른 팀원들에게도 이러한 돌아봄 — 그리고 발견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본질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antifragile :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이란 뜻의 ‘fragile’의 반대 의미로,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지는’이라는 뜻의 단어다. 이 단어를 만든 나심 탈레브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히드라(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머리 두 개가 나오는 뱀)를 예로 들며 기업 또한 어려운 상황 — 실패 또는 위기 등 — 에서 더욱 강해져야 한다고 본인의 저서에서 언급했다고 한다. 동명의 앨범이 발매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안티티티티-를 속으로 되뇌이며 우리 팀을 바라본다. (그냥 르세라핌 좋아하는 것 맞음)
누군가는 그래서 그 서비스 실패한 거 아니야? 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실패의 과정에서 — 어쩌면 당연하게도 — 임팩트캠퍼스는 한층 더 성장했다고 믿는다. 프로그램 매니저였던 나만 놓고 보아도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각 과정에 어떻게 참여하는지, 그 경험을 어떻게 본인의 것으로 소화하는지, 그 과정에서 넛지가 되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느 정도의 개입이 적절한지 … 웹서비스가 아니면 더 적극적으로 또는 더 다양한 케이스에서 살펴보지 못했을 것들을 살펴보고 다음 프로그램 내지는 프로그램의 형태가 아닌 다른 방식의 커리어 지원 경험에 반영하곤 했다.
웹서비스는 종료하게 되었지만 그 서비스를 통해 돕고자 했던 “의미있는 경험을 내 것으로 만들고 체인지메이커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보다 효과적인 다른 방식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웹서비스 종료가 누구보다도 아쉽지만, 우리 팀은 그 때도 지금도 여전히 굳게 믿고 있는 가치이자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돕고자 하는 청년들 각자의 커리어 여정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해 나가듯, 그 과정을 돕고자 하는 임팩트캠퍼스 역시 시행착오를 겪으며 그렇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